저녁을 먹고 나서 집 뒤 산으로 모처럼 산책을 가려고 현관문을 나서려던 참인데 카톡 카톡 스마트폰 안에서 카톡이 왔다는 알림이 연신 울려댔다.
현관문을 열고 복도로 나와서 스마트폰을 꺼내 카톡 메시지를 확인해보니 발신자가 옆집 아기 엄마였다.
' 저희들 얘기 예쁘게 쓰신 글 재밌게 봤어요. 고맙습니다. 아기 옷도 넘 예쁘고 꼭 보시고 산 것처럼 딱 맞아서 자주 입혀요.
' 아기 옷 선물 넘 넘 고마워요.ㅎㅎ. '
아기 엄마가 보낸 카톡을 보며 별것도 아닌데 그런 거 가지고 고맙기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다 웃으며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동시에 옆집 현관문이 열렸다.
아기 엄마가 외출 채비를 갖추고 나오다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요즘은 옆집 아기 엄마랑 자주 마주친다.
아기가 백일이 다돼가니 그동안 산후조리하랴 갓난 아기라 감염을 우려해 자제했었던 나들이를 운동삼아 규칙적으로 하려는 거 같았다.
아기 엄마가 먼저 인사를 해와 나도 반갑게 인사를 했지만 그보다 더 먼저 눈길이 가는 건 캥거루 주머니처럼 생긴 멜빵 안에 쏙 들어있는 아기 얼굴이었다.
" 이 녀석. 볼 때마다 쑥쑥 크는구나. 애기가 나중에 크면 이웃집 할아버지가 지얘기 글로 썼었다는 걸 알까. 잘생겼네. 고 녀석."
태어난 지 백일도 안된 아기한테 건네는 멘트치곤 뜬금없다 싶은데도 아기 엄마는 선하게 웃었다.
친하지 않은 사람을 만나도 아무 거리낌 없이 던지는 친화형 멘트와 행동으로 인해 영업적 사교술과 친화력이 타고났다는 소리를 자주 듣곤 하지만 반대로 오해도 많이 받았다.
오해를 받고 지적을 당해도 그게 말처럼 쉽게 잘 고쳐지지 않았다.
오랫동안 집안에만 있었더니 답답해서 아기랑 친구 집에 가려고 한다며 옆집아기 엄마는 나의 오지랖을 좋게 받아주었다.
여하튼 더운 여름날 아기 때문에 에어컨도 제대로 틀지 못했을 테고 몇 달 동안 아기도 엄마도 답답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 저도 태어난 지 백일이 다되어가는데 그놈의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바깥세상 제대로 한번 구경 못했으니 궁금하겠지"
아기 엄마를 쳐다보며 농담을 건네자 아기 얼굴을 또 나를 향해 돌려주며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인사해야지 말도 못 하는 아기를 얼르는 옆집 아기 엄마를 보면서 왠지 친딸 같은 기분이 들어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데,
방금 나오다가 카톡 보냈는데 받으셨냐고 아기 엄마가 묻는다. 고개를 끄덕여 답하자 선물로 주신 옷 입은 사진도 보냈는데 너무 귀엽다며 한번 보세요 빨리 확인해보라는 듯한 아기 엄마의 표정을 슬그머니 쳐다보니 아빠한테 딸이 손녀딸 사진 보라고 채근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사실 카톡글만 읽고 사진은 아기 엄마와 인사하느라 제대로 못 봤다.
" 그래요. 그건 확인 못했는데. 어디 보자.
아하! 진짜네. 내가 사준 옷 입었구나."
카톡 속 아기 사진을 보며 엄마 품속에 안긴 녀석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근데 요녀석 보게나.
그새 목소리가 낯이 익었는지 엄마 가슴에 묻고 있던 내 손바닥만 한 쪼그만 얼굴을 돌려 빤히 쳐다본다. 하도 귀엽고 깜찍해서 나도 모르게 만져보려고 손을 뻗으려다 멈칫했다.
바이러스도 문제지만 백일도 안된 아기라 아직 면역력이 약해 직접적인 스킨십은 금물인걸 순간 잊어버리고 녀석의 고운 볼을 만질뻔했는데 아기 엄마는 별로 대수롭지 않은 표정이었다.
다녀오겠습니다. 끝말을 던지고 저만치 걸어가는 아기 엄마의 뒷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딸인 양 손을 흔들었다.
추석 이틀 전 날이다. 송편이라도 살 생각에 신창시장엘 갔는데
성우 아저씨! 성우 아저씨!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에 무심코 돌아보니 국사모 반찬가게 여자 사장님이 날 부르며 손짓을 하고 있었다.
반갑게 인사하며 가게 앞으로 뛰어가니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고운 얼굴이 여전한
국사모 여자 사장님이 가게 안으로 잠깐 들어오라더니 선물상자를 건네주신다.
" 우리 집 단골인데 명절날 그냥 있을 수 없어서 하나 샀어요."
괜찮다며 일단은 손을 빼려 했더니 우리 부부 얘기도 잘 써줬는데 고마워서 그래요. 받아요 하며 아예 내 손을 잡아 선물상자를 쥐어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