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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진 말야. 나현이가 젤로 좋다.

by 김운용


나현이가 아빠따라 비행기타고 베트남에 간 지도 벌써 두달이나 지났구나.


할아버지도 몇번 안가본 바다건너 딴나라에 네살도 안된 꼬마녀석이 몇년씩이나 가서 살아야 하는데 잘 지내려는지 몹시 궁금하구나.


오빠는 현지 국제학교에 입학했고 나현이도 다음달부터 오빠다니는 국제학교 유아반에 다닌다는데 사진이며 동영상을 엄마 아빠가 할아버지한테 보내줘 귀여운 우리 나현이 얼굴을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틈틈히 들여다 보고 있지요.


지아빠가 보낸 사진과 동영엔 어느새 오빠 도현이는 조연으로 나앉고 나현이가 당당하게 주연으로 등장하던데,


이제 제법 애교도 부리고 춤사위도 예사롭지않은게 주연으로도 전혀 손색이 없던걸.



얼마전에 보낸 동영상 보고는 하도 깜찍하고 웃겨서 할아버지 배꼽잡고 죽는줄 알았단다.

추석날 아침에 엄마가 차린 차례상앞에서 아빠랑 오빠따라서 엎드려 절도하며 차례지내는 나현이가 너무 보고싶어 할아버지가 겨울까지도 못기다리고 당장 베트남에 가고 싶어지는데 이걸 어쩐다.


아빠랑 오빠 하는거 흘낏흘낏 쳐다보다가 얼른 따라서 한다는게 꼭 한박자씩 느려 팔딱거리는 나현이 모습을 할아버지가 할아버지친구한테 보여줬더니 이녀석 이거 지할아버지가 반하지 않을 수가 없겠구나 그러더라.


아빠허리춤도 안오는 쬐그만 몸을 납짝 납짝 엎드려가며 힘들어하지도 않고 절하는 장면을 할아버지는 여러번이나 되감아 보았지요.


어깨가 흘러내린걸 보니 지엄마가 내복을 한치수 큰걸 사줬나 보던데 겨울에 베트남갈때 할아버지가 옆집 아기 사준거 보다 예쁜걸로 제 몸에 딱 맞는 걸로 사다줘야겠다.



작은아버지가 돌아가신 아버지 대신이라며 내가 쓴 글보고 지아빠가 책을 발간 해드리겠다는데 말이라도 너무 고마워서 아무래도 나현이를 주제로 글 한편을 더써야겠는데 요즘 할아버지가 하는 일이 바빠서 기력이 떨어져 언뜻 생각이 안떠오르는구나.


담배 한대 피워물면 좋은 생각이 떠오르려나 밖으로 나왔더니 비가 또 온다.

우리나라도 온난화때문에 시도 때도 가리지않고 비가 내리는데 베트남은 아열대기후라서 우리나라보다 비가 훨씬 많이 온다지.

나현이는 아직 지구온난화가 뭔지 모르지.

오빠처럼 좀 꺼서 학교다니면 알게될거야.


나현이도 나가놀지도 못하고 엄마 아빠 오빠랑 비쳐다보며 할아버지 생각하려나.

낙숫물이 처마끝에서 땅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는데

언제부터 와있었던건지 모르게 회색 바탕에 검은줄무늬 고양이가 피하지도 않고 내옆에

와 가만히 꼿꼿이 허리를 펴고 앉아있구나.


내리는 비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고양이를 가만히 내려다보니 지아빠가보내준 동영상속에 고양이 가면을 쓰고 야옹 야옹 야옹이 노래를 부르는 나현이 재롱이 떠오르는 걸.



나현아. 근데 고양이가 배가 고픈가보다.

얼핏 보니 뱃속에 아기도 있는거 같고 할아버지가 얼른 집에 올라가서 고양이밥좀 갖고 와야겠구나.


할아버진 말야. 세상에서 나현이가 젤 좋다.

할아버진 말야. 세상에서 우리 나현이가 젤로 예쁘단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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