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하겠다.
너 요즘 교생 실습중이라며.
지도교사선생님이 어떤 분인지는 모르겠다만
학급운영과 수업에 관련된 도움말 잘듣고 신중하게 행동하되 맡은 책임들 차분하게 점검하고 절대 소홀히 하지마라.
교무실에서의 생활이나 교실에서 수업참관 할때 또 학생들 지도할때도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즉시 메모해두었다가 선생님께 전달해드려라.
수업준비 실수없이 준비해야 할거다. 요즘아이들은 선행학습이 잘되있으니 수업계획서 꼼꼼하게 정리해 아이들한테 교생선생님이 공부잘한다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
아빠가 국민학교 다닐때 생각난다. 실습나온 교생선생님은 숙제도 덜내주고 벌도 안주고 선물도 주셨고 수업시간에 공부보다 재밌는 얘기 해달라고 졸라 웃고 떠들고 마냥 좋았다.
실습기간이 끝나고 학교를 떠나기전 마지막 수업시간엔 여자애들은 책상에 엎드려 울고 남자애들도 고개를 떨구고 서운해했었어.
교생선생님도 칠판을 보고 돌아서 우셨지.
그때는 아이들도 교생선생님도 지금보다 순진했고 인간미가 있어서 그 짧은 시간에 도 정이 많이 들어 헤어짐이 슬펐던거야.
니가 교생실습 나갈거란 말을 듣고 아빠가 오랜만에 책을 한권 읽었다.
소설가 황석영선생님 너도 알지. 예전에 사진도 같이 찍고 책선물도 주셨던 장길산 의 저자인 그분이 쓴 소설중에 아우를 위하 여란 작품인데 교생선생님에 관한 이야기 다.
형이 동생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된 단편 소설인데 시대적 배경은 6·25 전쟁이 끝난 지 얼마 안지났을 무렵이다.
어느 국민학교 교실안.
힘세고 나이 많은 아이들이 반장을 중심으 로 교실을 장악하고 온갖 횡포를 부리고 폭력을 휘둘러 교실안을 늘 공포분위기로 만든다.
대다수의 선량한 아이들은 힘센 아이들의 폭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굴종할수 밖에 없었다.
어느 날 열정적인 젊은 여자교생선생님이 실습을 나왔는데 반장을 비롯한 힘센 아이 들의 횡포를 보자 부드럽게 타이르고 통제도 해가면서 인간미가 넘치는 교실로 분위기를 바꾸려하자 힘센 아이들 몇몇이 수업 시간에 교생 선생님을 헐뜯고 망신을 주는 내용의 쪽지를 돌렸다.
그러자 여태껏 숨죽이고 있던 선량한 아이 들은 존경하는 교생선생님을 비방하는 헐뜯 는 힘센 아이들의 폭력과 권위에 힘을 모아 조직적으로 항거해 결국 힘센 아이들을 굴 복시켰다.
권력과 폭력을 앞세운 불의를 보고도 저항 한번 제대로 못한채 머리만 수그리고 순응 해온 아이들에게 불의에 굴종하지말고 항거 하며 정의롭게 살아야한다는 교생선생님의 가르침이 있고 난 후에 의식이 변모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교생 선생님의 가르침을 통해 아이들의 의 식이 성장해 행동으로 나서게 되었다는 것이지.
황석영선생님은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7년이나 감옥에 갇혀있었던 민주화 운동을 하신 분이라 그분의 의식이 담긴 작품이다.
아이들의 잘못을 알고도 감싸 주면서 스스 로 잘못을 깨닫게 하고 다들 가정형편이 어렵지만 더 가난한 친구를 위해 도시락을 하나 더 싸오자며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사랑을 가르쳐준 교생선생님.
학습능력을 키워주는 것도 선생님이 할 일 이지만 따뜻하게 서로 배려하는 가치관을 심어주는 것 또한 선생님이 해야 할 중요한 일 아닌가 생각한다.
좋은 선생님 연습 열심히 해라.
2021년 10월 7일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