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님이 오늘은 마트에 가더니 시키지 않았는데도 제로콜라를 계산대로 가져왔어요. "
누나돌봐주는 활동지원사 선생님이 기특한 행동을 했으니 칭찬해 주시라면서 저녁에 전화를 했더라.
누나와 같은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은 좋아 하는 거 특히 먹는 것에 대한 자기조절이나 절제가 어렵잖아. 그래서 누나도 체중이 늘고 복부비만이 생겨 혈당이 높아지니까 당뇨약을 먹고 있는 건데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제로콜라를 스스로 사왔다는 말을 듣고는 흐뭇했다.
우린 가족이라 발달장애를 앓고있는 누나의 특징이 나 행동들을 잘 알고 있으니 이해를 하지만 남들은 이해하기도 어렵고 이해하려 하지도 않지.
혈당관리는 균형있게 골고루 적정량을 조절하며 섭 취하는 식생활습관을 유지해야 하고 규칙적으로 유 산소운동을 하면서 체중조절 을 해야하는데 엄마 아빠가 살아있는 동안은 별 문제 없지만 그 다음이 문제라 억지로라도 습관을 갖게 하려다보니 무척 이나 힘이 드는구나.
비장애인들의 성장속도완 현격한 차이가 있지만 누나도 점점 나이가 들면서 발전을 하고 있어 그나 마 다행이다.
누나가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한때 너무 속이 상 하고 가슴이 아파 아빠 혼자라도 벗어나야겠다는 탈출을 꿈꾸기도 했었다.
엄마나 너한테 부담주지 않으려고 아빠의 아픈 속을 털어놓지 않고 혼자 삭이려다 보니 무책임한 생각도 했었다.
사실 아빠야 속상하면 술이라도 마시고 친구들하고 낚시나 등산도 다니며 스트레스라도 풀지만 엄마 의 아픈 가슴은 고스란히 상처로 남을 텐데 그래서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던거다.
누나가 특수학교 고등부에 다닐 때 였지. 아빠가 퇴 근이 늦어져 30분정도 지나서 누나를 데리러 갔는 데 늘 만나는 약속장소인 학교 경비실앞에 가보니 누나가 없는 거야.
경비아저씨들한테 물어보니 방금까지 있었다며 고개만 갸우뚱하며 모르겠다는데 날은 어두워지고 불안해서 주변을 뛰어 다녔지.
학교 건너편 수퍼와 공원을 한참을 찾아다니다가 호떡, 핫도그, 오뎅등을 파는 포장마차 앞에 있는 누나를 발견했다.
반가운 맘에 뛰어가보니 포장마차 주인여자는 혼잣 말인지 몰라도 돈내고 먹어야지라며 혼을 내고 있 었고 누나는 지딴에도 그 상황이 어색했는지 두리 번 두리번 거리며 서성대고 서있더구나.
표현을 할 줄 몰라 억울하고 불만이 있어도 누나가 말이 없으니 포장마차 주인한테 죄송하다 사과를 먼저 건네고나서 우리딸이 먹은게 얼마냐 확인하 고는 값을 지불했더니 그전에도 그랬다길래 그건 또 얼맙니까 물으니 만원이 넘는데서 이만원을 주고는 우리딸 팔찌에 전화번호 있으니 또 이런일 생기면 즉시 연락달라며 누나를 데리고 왔었던 일 이 있었다.
또 한번은 누나가 학교 졸업하고 복지관에 다닐 때 였다.
경찰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여기 어디 편의점인데 지금 바로 와달라는거야.
사무실에 사정을 말하고는 서둘러 편의점으로 가 보니 아까 전화한 경찰관이 아빨보며 편의점 주인 이 신고했다며 피해 본 거 변상해주고 딸을 데려 가라는 거야.
그땐 진짜 편의점 주인이 야속하고 원망스럽더라. 바로 주변에 누나가 다니는 복지관도 있고 누나 팔찌에 연락처도 있는데 확인도 하지않고 맞바로 경찰에 신고를 해서 말야.
어째든 그날도 편의점 주인이 달라는데로 주고 왔 다. 마트며 포장마차, 편의점에서 누나가 더 먹었을 수도 있고 덜 먹었을수도 있지만 달라는데로 주는 게 속이 편해서 말야.
누나랑 복지관을 같이 다닌 누나친구인 형이 있는 데 그형이 엄마랑 정보도서관내 구내식당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가 줄을 서고 기다리고 있는데 앞에 서 있던 삼십대여자가 갑자기 성추행당했다고 소리치 더니 112에 신고를 해서 경찰이 왔는데 누나친구 엄마가 이유를 막론하고 사정사정하는데도 막무가 내라 결국 경찰차에 실려 갔다.
다급해진 누나친구엄마가 아빠한테 연락을 해 도움 을 요청해서 열일을 제쳐놓고 경찰서로 달려갔지. 파출소에 있는줄 알았는데 사안이 중대하다며 경찰 서로 넘긴거야.
우선 아빠와 절친한 변호사한테 자문도 구할 겸 와달라고 연락을 취한뒤 누나친구 엄마와 먼저 만나 경위를 파악한뒤에 아이아빠라고 말하고 경찰관과 피해자를 차례로 만나 사정을 설명하며 원만한 해결을 시도했는데 피해자의 완강한 입장 때문에 쉽지않았다.
피해자야 황당하고 화가 나는거야 당연한 일이라 뭐라 할순 없지만 발달장애인이라 행동에 문제가 있어 오해가 생겼을수도 있으니 그런 점을 양해해 달라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이후 변호사가 도착한 뒤 경찰관입회하에 구내식당 CCTV까지 되감아 확인도 했는데 정확하진 않지만 누나친구가 발달장애라 산만하고 움직임도 크다 보니 본의 아니게 접촉한 일은 있는게 확인이 되서 다시 피해자를 만나 수차례 사정 사정한 끝에 겨우 무마시켰지.
누나친구 엄마는 경찰서건물 현관을 나오자마자 경찰서 땅바닥에 쪼그리고앉아 한참을 울더라. 나도 착잡해 변호사, 누나친구엄마, 누나친구 데리 고 생선구이집가서 소주한잔 하며 달래주었다.
누나친구 형은 장애인이지만 남자니까 본능적으로 성욕을 느낄수 있을텐데 또다른 오해가 생기지않게 별개의 해소방법을 고민해주고 다른 걸로 관심을 유도할 수 밖에는 마땅한 방법이 없는 것 같아 안타 까웠다.
누나와의 가슴아프고 속상하는 사연들도 참 많지만 그래도 너희 누나가 아빨 웃고 기쁘게 해준 일도 많단다.
오늘 편지에 다 쓸수는 없고 나중에 다시 쓰마.
엄마아빠가 죽고난 후 어쩔수 없이 누나의 법적 후견인이자 보호자이니 니가 부담이 클거야.
그일만 생각하면 늘 미안한 마음뿐이다.
그래서 아빠가 능력에 비해 무모한 일이지만 장애인복지시설을 아빠손으로 만들어 보려고 준비하고 있다.
반드시 만들거야.
아빠가 실패하더라도 누나가 어디 있든간에 말을 안해도 누나를 돌아봐주겠지만.
미안하다.
2021. 10. 9. 돈 키호테같은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