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
아빠 호랑이띠인거 알지. 아빠가 올해 드디어 환갑이다. 환갑은 자신이 태어난 십이간지의 해가 육십년만에 한번씩 다시 돌아오는거다.
니가 태어난 1999년이 기묘년 토끼해인데
똑같은 기묘년이 육십한살되는 해에 돌아오는데 그걸 환갑이라고 하는거거든.
예전엔 수명이 지금처럼 길지않고 각종 질병도 잦아 오래 사는 사람들이 많지않아서 환갑이면 장수라 쳤지.
그래서 온가족이 모여 가족의 행복과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큰 행사를 치른다.
물론 요란뻑쩍한 환갑잔치야 주로 양반들이나 부자들에 극한되는 일이었지만 펑민들도 자기형편에 맞게 잔치를 했을거다.
환갑이란 그만큼 의미있는 일이었지.
요즘은 백세시대라 수명도 늘어 해마다 돌아오는 생일의 하나로 여기다보니 의미도 사라져 특별한 행사를 가지는 경우가 드물지만.
아빠는 돌아오는 9월 25일이 생일, 즉 환갑날인데 그날 정년퇴직을 할 생각이다.
퇴직을 인생 2막이라고 말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장일하다보니 시간이 없어 퇴직이후 준비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
요즘은 자격증도 너무 많아 스펙으로 내밀려해도 경쟁이 심해 효과가 적다.
그래서도 있지만 진짜 늙어가는 기분이 들어 아빠는 시원섭섭하기도 하고 한편 서글픈 마음이 든다.
정년퇴직이 가져다주는 의미를 너야 아직은 이해하기 힘들거다만 부자도 아니고 모아논 돈도 많지 않은데 소득이 줄고 오롯이 홀로 서야 하잖아.
1987년에 입사해 쏜살같이 35년이란 시간이 지나갔다. 입사하자마자 얼마 안지나 노동조합 만드는일에 앞장서게 되었고 파업주동자로 지목되어 해고가 되고 구속이 되면서 아빠의 청춘은 아스팔트위나 광장에서 구호와 집회로 얼룩졌지.
수배중에 경찰에 쫒겨 집에도 들어갈수 없었을때 너나 누나가 얼마나 보고싶던지 부근까지 갔다가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그냥 돌아서왔지.
넌 어려서 기억못할거야.
2002년 월드컵이 열리던 해 니 생일날, 아빠가 그 몇일전에 경찰서에 구금되있었을때인데 엄마와 아빠동지들이 경찰서장한테 사정을 얘기해 경찰서장실에서 생일케익도 자르고 축하송도 불렀던 일도 있었지.
가족들을 너무 아프고 힘들게 해서 늘 미안한 마음뿐이다.
장애를 가진 누나와 어린 너를 엄마한테 맡겨놓고 무겁고 고단한 짐만 지웠으니 그동안 엄마가 얼마나 맘고생이 많았겠냐.
죽을때까지 갚아야겠다 싶어 조금은 무모한 일이지만 퇴직후 장애인을 위한 일을 하려는 거야.
지난날이 후회는 없다만 그만큼 애착이 커 떠나야할 시간이 가까워지니까 너무도 아쉽다.
너에게도 2022년 올해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시간이지?
대학졸업반이고 임용고시를 준비해야하는
중요한 출발선에 섰으니 부담도 많이 될거다.
임용고시 치르고 졸업하면 곧 사회로 나가게 될테니까 설렘도 되고 희망도 생기게 될거야.
그때부터 진짜 성인이 되는 거니 매사 신중하게 행동하고 말실수해선 안된다.
한번 구겨진 인상은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절대로 남의 구설수에 오르내리는 행동은 해선 안된다.
이제 우리 아들도 어른이 되는구나 안심이 되고 대견하면서도 곧 엄마 아빠의 울타리에서 떠나 독립을 한다 생각하니 섭섭해지려고도 한다.
아빠와 아들.
넘어지면 일으켜주고 힘들어하면 서로 위로해주고 그렇게 멋지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