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가로등

by 김운용


가로등이 깜빡거린다.


가로등 불빛이 전보다 흐릿해

집으로 가는 언덕길이 어두워

그동안에도 불안해 했는데

몇일전 밤부

기어이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느릿느릿 깜빡거려 딴생각에 빠져

걷다보면 잊었었는데

시계바늘만큼이나 바쁘게 깜빡인다.

이대로라면 얼마 안가 꺼져버릴지도 모를일이다.


언덕아래 버스종점 부근

좀처럼 꺼질 일없는 파란색 엘이디등 여럿이

환하게들 비추고 있는데


언덕을 오르는 길목에서부터

낡은 수은등이 초라히 서있을 뿐이다.


경사진 언덕을 힘겨워 하면서도

숨을 고르며 천천히 걷다가

오래된 가로등 아래

집으로 오르는 계단에 걸터 앉아

뿌옇게 내뿜는 담배연기사이로

야속한 누군가 그리워하곤 했었지.


어쩌다 취기가 남아 빨갛게 달아오른 날엔

가로등 불빛에 드리운 그림자보며

말하지 못한 고백을 주제로

혼잣말까지 섞어 노랠불러도

묵묵히 내려다보며 편안한 빛을 쏟아주던

그 가로등이 많이 힘든가보다.


깜빡 깜빡 깜빡

가뿐 숨을 몰아쉬고 있다.


아직 올라가야할 계단이

설흔 세개나 남아있는데

이유없이 다해주고 싶고

까닭없이 걱정이 되고

무엇이든 힘이 되고 싶었던

말할수 없었던 고백이 수도 없이 남아있는데


가로등 꺼지고 나면

어디서 사색을 해야 할지

가로등 사라지고 난 후

언덕길 오르며 잠시라도 편안히

숨을 고르던 휴식은 또 어디서 하라고


전철역 출구를 빠져나와

정류소앞에서 1142번 버스를 타고

10여분을 달리면

종점이 나온다.


버스종점 아래

쇼윈도우 앞 번잡한 사거리

냉혹한 달음질같은 걸음걸이들 쫒으려다

밀리고 지친 발걸음


멀리 가로등이 올려다 보이는

언덕길 입구

편의점에 들러 박하향나는

담배 한갑을 사고는 숨을 고르곤 했다.


이제 가로등 잠들면

이 언덕길마저도

숨을 헐떡이며 올라 가야겠지.


송창식씨 제1의 전성기는 1973년 그의 세번째 판이 나오면서부터 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노랫말을 최인호작가가 만들어 남다른 의미와 감성을 불러 일으키지만 송창식씨의 천재적인 노래부르는 기교와 일부러 떨지않는데도 떨리는 음색이 노랫말을 더 새겨듣게 만들어줍니다.


세번째 발매앨범중 많이 알려지지않았고 약간은 후반부에 가서 따라 부르기 어렵기는 하지만 자유로운 높낮이를 오가면서도 잔잔하게 들리는 그의 노래,

둘일때는 좋았지 듣고 또 듣게 될겁니다.


앨범이 발매된 해가 1973년이니 당시 여고생소녀들은 라듸오를 들으며 깊은 밤 어딘가 편지를 썼겠죠. 서무아선생님께 보냅니다.




둘일때는 좋았지(송창식 노래)


둘일때는 좋았지 행복했지

마주웃는 웃음에 하늘도 빛났지

걱정일앙 없었지 아무렴 없었지

눈에 띄는 모두가 아름다웠지

아 그러나 그님은 떠나가고

남은건 슬픈그림자

어떻게 하면 채워지나 텅빈 나의 가슴

다시 또 한번 와주려나 빛나던 그시절

둘일때는 좋았지 행복했지

마주웃는 웃음에 하늘도 빛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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