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또 끊는다

금연 광고

by 김운용


지난주 일요일 정오부터 시작한 금연. 오늘로 6일 째다. 정식 금연으로 인정받기까진 아직 갈길이 너 무 멀다.

순전히 의지 하나만으로 끊자 단칼에 시작했는데 전보다는 덜하지만 이삼일 지나면서부터 불안 초 조 등 금단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건강을 위해서라는 일반론적인 이유 외에 특별한 목적이나 계기가 생겨서 시작한 게 아니기 때문에 술자리나 악질 친구들이 던지는 딱 한 개 만이란 유 혹도 경계해야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금연 의지를 위 협한 건 순간적으로 욱하는 내성질 머리다.


분노를 유발하는 급진 호르몬 아드레날린이 나는 왕성한 편이라서 내 감정을 주체 못 해 잘 지켜오던 금연 의지를 한순간 연기로 날려버릴까 봐 그게 젤 걱정이 된다.


금연결심을 행동으로 옮길 때마다 주위에 알리고 금연 약속을 위반하고 피우다 적발될 경우 벌금 징 구와 식사 제공 등 감시와 규제조치까지 동원했었 지만 금연을 향한 고단한 행진은 번번이 중단되고 말았다.


어쨌든 금연 행군 다시 시작했다. 낼이면 1주일째 된다. 희뿌연 담배연기를 속 깊이 들이켰다가 내 뿜 는 그 찰나에 느끼는 나른하고 멍한 기분, 그것이 담배를 피우며 맛볼 수 있는 쾌감이다. 담배를 끊어내 지 못하는 중독 증세도 쾌감에 맛이 들여졌기 때문이다.


담배가 주는 이런 기억들을 잊어버리려면 1주일 2주일 한 달을 무사히 넘겨야 하는데 그게 고비다. 이제부턴 고비만 넘기면 성공할 수 있다는 금연 교 훈을 암송하며 단단한 금연 의지로 무장해야 한다.


중단 없는 금연 행군과 날이 갈수록 나약해져 가는 의지 를 보충받기 위해서 금연 첫날 직장동료들에 게 발표(?)했던 성명을 규모가 큰 카카오스토리에 다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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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6.6. 현충일.

달빛 어린 호숫가에서 화랑담배 한 개비를 나누어 피우고 몇 시간 후 교전 끝에 전사한 병사들의 죽음을 추념하는 경건한 날.


난 담배를 끊었다. 또.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때부터 지금까지 정확하진 않지만 아마 이번이 11번째쯤 같다. 그동안 10번 이 나 실패했으니 이번 역시 얼마나 참을 수 있을지 는 장담할 수 없는 일인데 까닭 없이 끊으려 맘먹었다.


피우던 담배는 마저 피우고 나 서부 터다라며 어제 산 담뱃갑을 여니 남은 건 이제 두 가치뿐이다. 흔들리는 손끝으로 두 개 남은 담배 중 한 개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마지막 담배라서 그런지 갑자기 별생각이 다 난다. 뭔가 대단한 각오도 생기는 듯도 하고 표정도 사뭇 의연해진 것 같다.


점점 타들어가며 짧아진다. 이 순간 타들어가는 게 담배가 아니라 내속이 타고 있는 것 같다. 최후의 순간까지도 갈등이다. 흔들린다. 아. 아쉽다.


마지막 담배가 마침내 꺼졌다. 끊기로 결심할 때와 달리 왠지 허무하다. 물론 담뱃갑 안에 아직도 한 개가 더 남아있긴 하지만 이미 결심했는데 이럼 안되지 이를 꽈악 물었다.


꽁초를 버리자, 미련을 버리자며 공원 벤치를 일어서는데 파마머리 푸들이 달려와 코끝을 내 베이지 색 샌들에 대고 냄새를 맡아대기 시작하더니 화들 짝 달아난다.


달아나는 푸들 꽁무니를 바라보니 푸들 주인이자 옆 동사는 이웃집 아주머니가 평소 같지 않게 멀리 떨어져 말도 없이 웃기만 한다. 자기 남편도 그랬다며 흔들리는 내 맘을 나는 이해한다는 듯이 자꾸 웃는다.


푸들도 아주머니도 담배연기 싫어하는구나. 그래 가자. 불도 안 붙인 새 담배 한 가치가 남아있지만 큰 맘먹고 버린다 버려.


그리곤 발걸음도 가벼이 이발소로 향했다.

아디오스 담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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