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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해서 좋은 사람들
스무살 그대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by
김운용
Jan 2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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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대학생이 온라인커뮤니티에 익명으로 올린 글을 읽고 난 후 울림이 너무 커 잠이 안왔습니다.
아버지는 어릴적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식당일을 하면서 삼남매를 키우고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열심히 알바하며 대학에 진학하고 동생들도 돌본다는 사연에 학생부 상담기록에 아버지 사망하심 어머니 식당조리보조사라고 부모님 신상란에 쓰고는 화장실에 들어가 혼자 울었다는
이렇게 우울하고 슬픈 사연을 가진 고단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이 있다는 안타까운 심정에다 어줍잖은 동정심까지 더해져 더는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글을 읽고 나니 대견한 생각이 들어 또 읽었습니다.
익명으로 글을 올린 대학생이 스무살이라고 합니다. 내가 스무살이었던 사십년전 그 시절이 오버랩되면서 철없고 미성숙했던 지난 날이 한심하고 수치스럽게 느껴져 대학생친구가 가까이 있다면 미안하고 창피스러워 고개를 들수 없을것 같았습니다.
가난때문에 자신에게 주어진 고단함과 불편함과 아픔에 수도 없이 주저앉아 포기하고 싶었을텐데 알바를 몇개씩이나 하면서 피곤한 몸에도 동생교과서로 공부를 해 경북대학교에 합격했다는 대목을 읽으면서 부끄러움에 오그라들었습니다.
익명의 글이 온라인커뮤니티에 올려지고 난 후 포털뉴스에 알려져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하고 격려를 하는 한편 쪽지를 보내 도움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스무살밖에 안된 대학생이 또한번 감동을 주었습니다.
새벽에 알바를 마치고 나서 도움을 주고 격려의 글을 올린 사람들한테 답변글을 올린겁니다.
친구들한테도 말하기 부끄러웠던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어서 글을 익명으로 썼던 것이며 금전적인 도움을 받으려는 의도가 아니기에 감사한 마음만 받겠다며 정중히 사양했습니다.
만약에 자신이 도움을 받을 경우 금전적인 면을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일이 생길 경우 선의의 피해가 발생할수 있다는 이유까지 친절하게 덧붙였습니다.
멋지고 듬직했습니다.
많은 걸 가지고도 나눌줄 모르는 재벌, 자신의 치부마저 합리화하는 정치인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한 돈벌이에만 눈이 벌건 전문가집단들로부터 더러워진 나의 눈과 귀를
비록 스무살밖에 안된 젊은 대학생이지만
그가 던진 메세지 하나로 깨끗하게 씻어주었습니다.
감히 사표가 될
만한 글입니다.
힘들고 고단한 세상살이지만 혼자서도 넉넉히 당차게 헤쳐나갈것이란 믿음을 주어 너무 흐믓했습니다.
나잇값 하고 살자는 각성의 기회도 준 젊은 대학생 그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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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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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소설을 쓰고 있는데 종결을 하게 될는지 알수없다. 그래도 다들 휴식에 젖는 시간에 난 소설을 쓸거다 나만의 탈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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