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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해서 좋은 사람들
명태를 아시나요.
by
김운용
Feb 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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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친구중에 명태란 별명을 가진 친구가 있습니다. 키도 훌쩍 큰데다 살이 별로 없는 홀쭉한 몸매가 명태를 꼭 닮았다해서 국민학교 다닐때 처음 붙여져 지금까지도 만나면 첫마디가 '어이 명태' 로 시작합니다.
실로 유서가 깊은 별명이지요.
언제가는 부부 동반해 모임을 가졌을때
'저 친구 이름이 진짜 명태야' 라
물어보는 순박한 친구의 아내도 있었고, 심지어 친구의 개구장이 아들은 명태아찌 명태아찌 노래를 불러대며 놀리듯 쫒아다니는 통에 한대 쥐어 박을수도 없고 말은 안해도 속으론 많이 언짢았을건데 친구 명태는 씨익 웃기만 했습니다.
지애비야 친구니 이해하겠지만 버릇없이 친구아들녀석까지도 명태아찌 놀려대니 속좁은 놈같았으면 혼쭐을 냈을텐데 명태는 그래도 재밌어 했습니다.
그런 명태를 보고 놀려줘야겠다싶어 개구장이 녀석을 불러
" 너 앞으론 저 아저씨보고 명태아찌라고 부르면 안된다. 절대로."
" 그럼 뭐라 불러요?"
" 으흠. 명태아저씨!"
친구 부부들 한바탕 뒷목을 잡고 웃었습니다.
NEVER! 그 친구의 이름은 명태와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프라이버시 문제로 친구의 본명을 정확하게 밝힐 순 없으니 이니셜로만 공개하겠습니다. 김MS.
본래 이름이 진짜 명태인 친구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명태는 한류어로 차가운 바다에서 서식하는 어류이며 명태를 부르는 또다른 호칭 즉 별명이 무려 50가지가 넘는다고 합니다.
차례상에 오르는 영예를 누릴 정도로 우리나라의 대표어종이었으며 속풀이 해장국으로 사랑받던 좋은 친구였는데 온난화탓에 지금은 일본이나 러시아 오호츠크 등지에서 전량 수입해온다고 합니다.
애초에 명태란 이름이 만들어진 유래도 내 친구의 별명이 만들어진 과정이나 유래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함경북도 명천이란 곳이 있는데 그 앞바다 에 맛이 좋은 생선이 많이 잡혔는데 태씨성을 가진 어부가 늘 잘 잡아와 진상품으로 올릴때 즉흥적으로 명천이란 지명의 앞글자와 어부 태씨의 성을 따 그때부터 명태라 불렸다고 합니다.
내 친구 명태도 이름의 앞글자와 명태처럼 훌쭉한 몸매뿐 아니라 속내도 명태를 닮아 지어진 이름인데 그친구 진짜 진국이거든요.
어째든 어종 명태이야길 좀더 이어가보겠습니다.
밤새 마신 술로 속이 부댖겨 해장국 좀 먹어야겠다 싶을때 일반적으로 주당들은 대개 선지국, 순대국, 콩나물국, 다슬기국, 제첩국 등을 기호에 따라 찾곤 합니다.
그전에 먼저 해장국이란 표현부터 정확히 해둬야겠습니다.
숙취 정(酲) 풀 해(解) 말그대로 숙취를 풀어주는 국이라 해정국이 본딧말입니다.
소뼈를 넣고 끓인
사골
국물에 북어와 콩나물을 넣고 숙취를 풀기위해 먹던 국이 해정국입니다.
어릴때 아버지가 해정(발음이 분명 해정이었던 걸로 기억함)좀 해야겠다며 부엌으로 들어가 손수 콩나물북어국을 끓여 드시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어째든 술 마신 다음날 쓰린 속을 풀어주는
술국으로는
민물조개인 재첩을 소금물에 담가 깨끗이 씻은 뒤 별다른 간없이 부추, 파,마늘을 넣고 끓이는 맑은 국물의 재첩국,
소의 피를 끓인후 식혀서 굳힌 걸 선지라 하는데 시래기, 배추, 썰은 파등을 넣어 끓여 고춧가루를 풀어 먹는 선지국,
숙취의 주범인 아세트알데히드(알콜성분중 하나)를 분해해주는 효소인 아스파라긴산이
콩나물뿌리에 풍부해 숙취해소에 좋다는 콩나물국,
된장을 푼 다음 다슬기를 넣고 삶은 후 그 국물에 부추와 아욱 파와 마늘을 넣고 다시 끓이는 다슬기국,
다들 간기능을 보호해주고 숙취해소에 좋다고 하고 알콜에 쩔은 속을 풀어주는데 더할 나위 없으니 먹고 난 후 시원하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합니다.
속을 풀어주는 음식, 해장국 아니 해정국 전 세계 유일무이한 자랑거리지만,
강원도 그것도 북쪽 출신이라 입맛이 익숙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전 북어와 콩나물 달걀을 주재료로 만드는 북어국을 최고의 속풀이국으로 적극 추천합니다.
북어란 명태를 추운 겨울동안 바람에 얼리고 말린 건조한 명태를 말하는데요.
명태를 말리는 곳을 덕장이라 하는데 바람이 워낙 거세고 날씨가 춥기 때문에 건조의 질이 뛰어난 한계령덕장에서 말린 북어와 황태를 최고로 쳐줍니다.
말리고 얼리고 다시 녹였다 말리고 그런 건조과정을 수십번 반복해
야
말랑말랑 씹는 맛도 좋고 시원한 국물맛을 낼때는 북어를 사용해야 제격입니다.
그뿐아닙니다. 북어는 제사상에 고정멤버인 탕국의 재료이며 상갓집의 단골메뉴인 북어양념무침으로도 활약하고 있으며 조림 등 다양한 음식재료로 인기가 좋습니다..
북어에는 단백질의 주성분인 아미노산이 많아 근육을 발달시켜주고
미네랄 성분 또한 많아서 모발을 건강하게 해주며 단백질성분이 풍부하면서도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거의 없어 다이어트음식으로 도 뛰어난 효능을 발휘한다고 합니다.
그외에도 비타민c가 많아 불면증에도 효과가 좋고 콜라겐 또한 돼지껍데기보다 6배나 많다고 하니 북어야 말로 종합 영양제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겁니다.
부모님이 명태의 원산지인 함경북도 명천 부근으로 이주(전쟁이 날때를 대비해 삼팔선 인근에 사는 주민들을 후방으로 이주시켰슴)해 3년가까이 사셨는데 어머니는 김장담글때 젓갈외에도 늘 북어를 잘게 썰어 넣으셨습니다.
나중에 김장이 다 익고나서 북어를 꺼내 반찬으로 먹었었는데 그맛이 아하 기가 막힙니다.
함경도 명태식해가 유명한데 비슷한 원리로 김장할때 북어를 넣으셨던게 아닌가 싶은데
설날이 되니 어머니 아버지 형제 고향 친구들이 생각이 납니다.
유유상종이란 말이 절묘하게 들어맞는
네명의 고향친구들이 있습니다. 명태, 빡빡이, 덕ㅇ.
차례상에 북어가 빠질수 없듯
교체가 불가능한 불변의 멤버들.
명태야 빡빡아 덕ㅇ야 다들 건강해라.
가수 강산에씨 아버지 고향도 명태의 고향인 함경북도인가 봅니다. 명태란 제목으로 노랠 불렀네요.
내장은 창난젓 알은 명란젓 아가미로 만든 아가미젓
눈알은 구워서 술안주하고 괴기는 국을 끓여먹고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명태
그 기름으로는 또 약용으로 쓰인데이제이요 에이( 명태 / 강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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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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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쓰고 있는데 종결을 하게 될는지 알수없다. 그래도 다들 휴식에 젖는 시간에 난 소설을 쓸거다 나만의 탈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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