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그리고 싶다.

by 김운용


어슬렁거리며 눈덮인 산중을 온종일 헤매도

먹잇감이 보이지 않는다. 다들 추위를 피해 동면에 들어갔거나 따뜻한 땅을 찾아 자리를 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궁해도 죽은 짐승의 사체나 썩은 고기따위는 거들떠 보지 않는다.


험난한 산속 눈덮인 숲길을 하루이틀 더 먹잇감을 찾아 걷게 될지라도 기품을 잃고 늑대나 들개떼마냥 비굴한 울음소리를 내지 않는다.


명색이 범이다.

산중의 왕답게 기품을 잃지 말아야 한다.


동족에 대한 애착이나 영역에 대한 집착이 매우 강한 편이라 곰이나 표범따위 포식자들의 기웃거림을 용납하지 않아야한다.


생식능력이 강해 어쩔수 없이 짝짓기를 이루고 살지만 본래 혼자에 익숙해 외로움 도 고립감도 특별히 가지지 않는다.


홀로 생활하는 성격상 무리를 이루더라도 먹이를 찾는 사냥은 독립적으로 해결해 만들어 나누어 주는게 편하다.


모험심이 많은 편이고 주변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진 않지만 굳이 멀리까지 영역을 넓혀가며 먹이를 구하려 애쓰긴 싫다.


물론 동족을 보호하거나 암컷을 찾기 위한 구애를 위한 일이라면 곰이나 표범과 같은 포식자들의 경쟁을 뚫고 서라도 더 넓은 영역까지도 맹렬하게 달려 간다.


대부분 성장을 해 독립을 해도 무리를 완전히 떠나지않고 비교적 무리와 가까운 곳에서 생활하다 위급한 경우 무리에 합류하거나 도움을 주어야 한다.


독립이 가능한 때가 오면 무리와 떨어져서 홀로 사냥도 하며 생활도 해야하기 때문에 간혹 위기가 닥쳐도 호랑이 특유의 강한 자아로 헤쳐 나간다.


홀로 지내다가도 무리가 공격을 당해 위기에 처할 경우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동족의 무리들이 들을 수 있도록 특유의 크고 우렁찬 울음소리로 소통을 하며 위력으로 시위를 해준다.


간혹 장난을 치며 같이 어울려 다니는 호랑이들도 있겠지만 혼자에 강한 성질을 가진 터라 위기때가 아니면 무리끼리의 융합에 그다지 흥이 나지 않는다.


새끼들이 성장해 독립할 때까지 단란한 가정을 유지하며 살다가 아무리 부부라 할지라도 필요이상으로 영역을 침범하면

무리를 떠나 혼자 생활하는 게 범들의 특징이요 본성이다.


부득불 무리를 떠나지만 새끼들에 대한 보호를 위해 때때로 되돌아 가기도 한다.


근육이 잘 발달했고 탄력있고 균형 잡힌 신체 구조의 특징을 가져 평소엔 느긋한 일자형 걸음으로 느릿느릿 움직이다가도 목표물인 먹잇감을 발견하면 빠른 동작으로 돌진한다.


언제 어느곳에서든 범은 범이다. 최강, 최고의 자리를 놓쳐선 안된다.


이마에 아로 새겨진 임금 왕자 줄무늬 그대로 최고의 포식자로 군림해오며 붙여진 동물의 왕이란 별명이 괜히 생겨난 게 아니다.


곧 죽어도 범은 범이다.

이빨 빠진 호랑이라고 무시했다간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다. 무서운 힘과 기세와 위력적인 앞발의 일발가격만으로도 무시하고 달려드는 늑대떼의 습격정도는 충분히 제압하고도 남는다.


자연속에서 다져진 운동신경은 일반적인 수준을 훨씬 뛰어 넘는다.

제자리에 선 채로 3m나 넘게 뛰어 오르는 미친 순발력을 보유하고 있다.


바위와 바위를 건너뛰어 화려하게 도약하고 돌파하며 산중이 떠나가도록 포효하는 산중의 왕 호랑이의 울음소리는 그 성난 울림만으로도 온산을 고요하게 잠재워버린다.


굶주림에 겨워 고개를 들고 오웅거리는 늑대들의 비음과는 차원이 다르다.


여건만 갖춰지면 혼자힘으로 자신보다 몇배나 큰 먹잇감을 제압해내는 발군의 사냥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만큼 듬직하고 탁월한 지혜와 늠름한 기품을 지닌

맹수의 왕다운 위용으로 잔잔하게 걷는다.


답답한 걸 싫어하고 외부활동을 좋아하며

실패에 연연하지않는 뛰어난 추진력으로 인해 자신감이 지나치다보니 다 잡은 먹잇감을 눈앞에서 놓치는 낭패를 볼 때도 있다.


기다리기보다 직접 부딪혀 목표를 쫒는다.

개성이 뚜렷하고 자아가 강해 드라마같은 극적 요소와 감성을 좋아하지만 기다릴줄아는 밀당에 서툴러 애써 찾은 상대와의 짝짓기에 쓴맛을 보곤 한다.


본래 혼자 움직이는 걸 좋아하지만 마침내 짝짓기에 성공하면 사자와 달리 서로 협력하며 금슬좋은 파트너쉽을 발휘하고 뜨겁게 사랑도 할줄 아는

그게 범이다.



호랑이 그림을 그리려고 특징을 살펴보았지만 제대로 그릴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혹 고양이를 그리지나 않을까 염려스러운데 일단 수십번 연습해볼 생각이다.


눈속을 헤매는 호랑이,

고독한 홀로 걷기를 즐기며 천천히 걷다가도 먹이를 포착하면 날아오르듯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호랑이,

너를 그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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