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도토리줍는 할머니

다람쥐야 다들 어디로 갔니?

by 김운용

전직 경찰관이었던 친구가 봉대산 등산로와 입구 주변을 둘러보고 조사한 결과라며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다람쥐가 사라진 원인 분석이란 제목으로 목록까지 만들어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냈는데 성의가 엿보일 정도로 내용이 구체적이어서 좋았습니다.


다람쥐가 사라진 원인분석


1. 도토리등 먹이문제


1)도토리묵 식당이 많다.

- 봉대산 등산로 입구에서 반경 100m이내

도토리음식 전문식당 5곳

- 도토리를 부재료로 하는 식당은 파악 곤란

- 도토리 전문 음식점 탐문결과 수입한거라

답변하나 확인 불가


2)도토리 채취꾼이 많다.

- 봉대산 주변엔 산동네라 노인들(주로

할머니)이 많이 거주.

- 전문적으로 채취하는 중년 여자들도 다수

확인



2. 환경 문제


3) 등산객 증가

- 등산객들의 증가로 다람쥐 이동로 위협

- 상수리나무 떡갈나무 굴참나무등 고사

- 기후 문제도 영향이 있어보임.

4) 반려 동물 증가

- 신축아파트가 생겨 반려동물 많아짐.

- 길냥이들이 봉대산에 많이 모임.


3. 다람쥐의 집단 이주

- 도토리많은 산으로 이동( 근거없어 추측)



친구가 작성한 문서를 받고는 즉시 번개팅을 소집했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친구는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문서 작성하듯이 체계적으로 정리한 전직 경찰 출신 친구의 분석결과를 귀를 쫑긋 세우고 듣던 산림감독원 선배와 식당일로 바빠 옵저버로

회의만 참석하기로 한 막국수집 여사장은 손뼉을 치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습니다.


저 또한 친구의 성의가 대단하기도 했고 한편 고마웠습니다. 경찰관으로 재직 당시 허리를 심하게 다쳐 명예퇴직하고나서 부인이 운영하는 보습학원에서 학생들 운송용 승합차를 운전하며 시간내기가 쉽지않은데도 이만한 관심을 보여줘 큰도움이 되었으니 한마디 안할수가 없었습니다.


" 친구. 이만하면 등산객을 상대로 충분한 선전이 될거 같네. 좋아.


이제 원인이 분석되었으니 대책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만 남았는데 제생각엔 ○○○○막국수집을 본부로 하고 도토리가

많이 열리는 9월부터 11월에 조를 편성해 매주 토요일 등산로 입구에서 산을 오르며 집중적으로 광고를 합시다.


다람쥐밥 도토리를 남겨둡시다란 머리띠를 두르는 겁니다. "


사실 조금은 논리적으로 비약하자면,

도토리를 채취하는 사람들이 도토리를 식재료로 이용하는 식당에 공급하게되면 다람쥐는 먹을 것이 부족해지게 됩니다. 다람쥐가 사라지면 상위 포식자인 청설모 멧돼지 너구리등도 자연스레 개체수가 줄어들어 무너진 생태계는 결국 지구의 환경을 바꾸게 됩니다.



그냥 취미삼아 시작한 사소한 일이지만 진행해갈수록 생태환경 문제에 대한 주의가 필요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후 다람쥐동산 지키기 위한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그 와중에 산동네에 오래전부터 사시는 할머니들을 더러 만났습니다. 할머니들 몇몇이 돗자리같은 걸 깔고 골목길에서 도토리를 말리고 있었는데

그중 젤 젊은 할머니가 우리가 머리에 두른 띠를 보고는 변변한 수입도 없고 언덕아래 마을이 재개발되면서 세들어 살던 집이 헐려서 더높은 산동네로 올라왔다며

선상님들이 늙은이들 좀 봐주소 하십니다.


봉대산과 바로 잇닿은 산동네 작은 텃밭도 일구고 노동일도 하며 살아온 가난으로 익혀온 습관이자 그녀들의 일생이라 생각하니 번민이 생겼습니다.


나와 친구는 다람쥐 굶어 죽으니 도토리 줏어오지마세요라 적힌 머리띠를 슬그머니 풀고 말았습니다.


산아래로 내려와 다람쥐동산 지키기 운동본부가 있는 막국수집으로 돌아가니 다른조로 편성되어 캠페인활동을 펼치다 돌아온 산림감시원 선배와 선배친구들이 먼저 와 있었습니다.


이런 저런 자신들이 겪은 경험담을 주고받으며 술잔도 같이 주고 받았습니다.


술잔이 몇순배 돌고나서 자리에서 일어나 한마디했습니다.


" 미국이나 캐나다같은 나라는 자연 환경과 생태계 보호를 위해 자연 생산물들을 채취하지않고 그대로 둡니다. 거긴 워낙 넓어 도토리를 줏어가도 티도 안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도토리줏어다 묵이라도 만들어 반찬거리로 삼아 식비를 아끼려는 할머니들 얘기를 아까 친구와 듣고는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다람쥐 지키기 캠페인을 할머니들이 사시는 산동네는 제외했으면 합니다.(끝)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