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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운용 Jan 30. 2022

며느리를 위한 찬가


이땅의 모든 며느리들이여.

평등하게 살아야 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동안 애많이 썼는데.


이번 설에도 바리바리 선물꾸러미에 애들 챙겨서 지금 시댁으로 가는 고단한 여행을 떠나고 있겠지요.


막히고 막혀 답답하고 지루한 길

겨우 겨우 도착하니

쉴틈도 없이 차례상 올릴 제수 음식

지지고 볶고 튀기고 고 삶고 빚고

준비하느라 또 수고해야겠지요.


씽크대 붙어서서 일하니 허리도 아프고

구부리고 앉으니 무릎이 안펴지고


그렇게

밤늦도록 일해 다 끝내야

낼 아침 일찍 차례를 지낼테니까요.


차례가 끝나고 나면

시아버지 시어머니 시아주버니 시동생

시숙등 둘러앉아 돌아가며 세배하고 나면


곧바로 친정집으로 달려가서

그리운 친정부모님 동생들도 만나고 싶은데

맘 편하게 발뻗으며 쉬고 싶은데


다과에 점심까지 먹고 가라는 시어머니 친절에 속이 타들어가지요.


다 늦은 저녁에서야 남편 눈총줘가며 부랴부랴 자동차에 올라타도

맘불편 했을거예요.


그래도

이젠 전보다는 많이 달라졌지요.


한번에는 아니지만 차츰차츰 바뀌게 되겠죠.

아니 어쩌면 급격히 빠르게 바뀔겁니다.


베이비붐 세대가 시부모로 진입한 시대가 도래했으니 평등하게 변하게 될 겁니다.

설이나 추석같은 명절에도 시댁 먼저란 말 없어질거고요.

달마다 돌아오는 제사도 간소화되겠지요.


아직은 과도기라서 혼란도 갈등도 있을수 있는데 무리하게 힘빼지는 마세요.


시간은 우리(?) 며느리들의 편입니다.

마찰이 생기고 장애물이 생겨도 굴복하지 마시고 타협하지 마시고 굳굳하게 밀고 나가셔야 합니다.


여자의 일생을 돌아보면


슬기로울수 없는 직장생활에서

눈에 보이거나 가려진 곳에서 무수한 차별에 시달려왔지요.

육아를 위한 휴직도 눈치보며 맘대로 못 누렸잖아요.


승진고과 평가할때도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한없이 뒤로 밀려 났었걸요.


원치않는 접촉에 어깨를 맞대고 불편한 술자리 끝날때까지 지키고 앉아 있어야 했던 외면하고 싶었던 회식자리.


그래도 따뜻한 위로의 한마디 건네준 남자가 좋아 결혼했는데

밥하고 애보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식사준비하고

결혼이란 함께 하는 거라했는데

이건 뭐지.

이 남자 설겆이라도 도와달라는 한마디 너무 힘들게 하게 만드네요.

좋아서 결혼했는데.


없이 피곤한 며느리 생활

우리 아들 좋아하는거 좀 해라. 애비가 피곤해보이던데. 시어머니 그럴거면 장가 왜 보내셨어요.

따지고 싶지만 못된 며느리되고 싶지않아 꾸욱 꾹 참아보는데

명절 제사 생일 가족모임 챙겨야 할 행사 참 많기도 하다. 짜증!


이땅의 며느리들이시여.

많이 변하고 있어요.


군대가산점 폐지를 둘러싼 반사회적인 논쟁으로 극단적 갈등, 며느리 편이지만 이런 건 싫습니다.

메갈리안 워마드 일베같은 극단주의 혐오 감 대결 혐오합니다.


죽었다 깨나도 남자가 아기를 낳을 수 없고 군대와 같은 일은 여자보다는 남자가 하는게 적합하잖아요.


아이낳았다고 여자에게 가산점 안주는 것처럼 남자에게 군가산점 안주는거 억울해 할 이유 없거든요.


여자와 남자, 신체적 차이에 따른 역활이 다름을 인정하고 평등하게 상호호혜한다는 연대해야할 운명공동체니까요.


아들이자 남편이요 곧 시아버지가 될 터이지만

전 이땅의 모든 며느리편에

서기로 했습니다.


역지사지

만일 내가 여자로 태어났더라면???


이땅의 며느리들이시여.

그동안 애많이 쓰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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