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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운용 Feb 05. 2022

산은 산이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온다.

금슬좋은 까치내외 

이겨울 추위 떠나지않고 둥지를 지키고 있는

큰 밤나무 가지 흔들며 불어댄다.


산세는 작아도

물이 흘렀던 자리 계곡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좁은 골짜기를 타고 바람이 내려오고 있다.


산이라고 하기에는 높이가 낮아 이를 얕보고 언제나 그 지위를 허물려는 위험에 놓여져 있다.


탐욕스런 자본이 맘먹고 욕심을 부리면

녹지를 보호하자, 작은산을 지키자

구호를 외친들 시간문제다.


물욕으로 찌든 어두운 이빨을 드러내고 택지조성지역이란 거창한 구실을

플래카드로 내걸고는

포크레인 굉음으로 겁박해가며

무자비한 삽질로 묻어버릴 것이다.


언뜻 세상살이가 나아진 것같은

착시때문에 헷갈려 보이지만

이윤의 논리로 눈이 뒤집힌 자본주의,

인권이니 생존권이니 우선 순위가 결코 아니다.


그나마 궁인들의 고분이 산재해 있어

문화재로 지정되었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개발이란 구실로 벌써 작은 산 속살이 무참히 파헤쳐져 형체도 모르게 훼손되었을 것이다.


저 산이 저기 자기자리에

온전히 자태를 유지하고 있 

봄여름가을 그리고 겨울 각각 온도색이 다른 바람의 길을 안내주니

높지는 않아도 너른 숲을 가진 작은 산

사람들이 자주 찾다.


봄엔 진달래도 핀다.

까마귀 까치 온갖 새들의 노랫소리가

어우러져 산속은 시끌적 요란하다.

텃새가 되버린 직박구리의 허스키보이스, 흔적만 남은 물가엔 멋쟁이 파랑새가 맑은 목소리로 산을 흔든다.


여름엔 잎이 큰 밤나무 상수리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주니

그밑에 기대어 있노라면 등골까지 시원해진다.

아까시나무 뽀얀 꽃잎에서 은은히 풍겨나오는 싱그런 향내를 맡으며 기다란 나무의자에 누워 작난같은 시를 연필도 없이 그려 본다.


가을 떨어지는 도토리열매 밤톨 주우러  

통통 잰걸음으로 나무를 타고 나르

분주한 다람쥐 청솔모도

발자욱소리 나는곳으로 더러 얼굴을 돌리며 반겨준


작은 산 숲속으로 들어오기만 하면

덜그럭 철로를 구르는 전철소리도 들리지않는다.

이면도로 생겨나 잦아진 경적소리

산속에선 들리지않는다.


산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을 허락하지 않는다. 행여 서둘러 앞서간다 한들 깔딱고개 거기서 멈추게 한다.

넘어지면 일으켜주고 목이 마르면 물도 나눈다.

좁은 산길 오르내리다 마주쳐도 힘든 사람 먼저 자리를 내주게한다.


풍경소리 염불소리 쇠북소리

울려나오는 산사 경내로 들어설때면

비록애 부처님을 공양하진 않아도

절로 합장을 하게 다.

 

입춘.

봄의 문이 열린다는 날인데도

아직은 작은 산 골짜기에서 내려오는 바람이

꽤나 매섭다.


산은 작아도 산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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