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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운용 Feb 06. 2022

봄 단장

봄 단장



창문너머로 멀리 보이는 산정상은  아직 하얀데 봄은 소리도 없이 오고 있나보다.


봄의 문턱에 들어 서니 해걸음 길어진 만큼 햇살이 겨울보다 부드러워진 듯하다.


가족애 유별난 까치가 경쾌한 날개짓으로 바삐 오르내리며 아침부터 부산하다.


천적을 피해 밤나무 맨끝에 지은 둥지가 겨우내 허술해져 나뭇가지를 물어다 손보고 있나본, 


둥지를 빙빙 돌며 다듬고 또 다듬는

몸놀림을 보고 있자니


아아 드디어 봄이 오려나


제비가 봄을 맨 처음 느낀다 했지만

이젠 제비가 보이지않아

까치가 몸으로 계절이 바뀜을 알아채고 집단장을 하고 있는 거로구나.


밤나무 가지끝은 가늘고 꼭대기라 바람이 먼저 닿는 곳, 보는 이도 불안한데 까치는 아랑곳 없다.


하루에도 수십번 나뭇가지를 날라

벌어진 틈새로 바람드는 둥지 다듬고

가지 걸어

비바람 눈보라 조금도 흔들리잖는  

안전가옥 만든 노고에 탄복할 판인데


사람은 점점 둔감해지는 가 보다.

두텁게 껴입은 겨울옷을 쉽사리 벗으려 하지 않으니 말이다.


재래시장 좌판위에 봄똥 달래 냉이

봄냄새가 가득하고

어물전엔 가자미 삼치 오징어가 널부러져

오가는 사람들의 입맛을 유혹하고

연신 빵틀을 뒤집어 구수하게 팥익는 냄새 풍기던 붕어빵 가게 메뉴도 바뀌었는데


포대기로 폭 감싸고도 엄마코트로 더 감싼 아기  품에 묻고 장보러 나온 새댁의 발길이 입춘에 걸맞게 경쾌하다.


내가 성급한건가.

갈때도 없으면서 가지도 못하면서

봄이 오길 바라니


메마른 가지에 새움이 틀리 없음을 모르지 않는데도 서두르려 한다.


벼르고 벼른 봄이라 의욕은 넘쳐나지만

손발 더디고 머리 무겁고 속내 또한 체증이 온듯 답답하다.


일요일 아침 10시

평소같으면 아무 생각않고 채비를 하고 산을 찾았지만 오늘은 밥먹는 것도 귀찮다.


둥지위 까치가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며 둥지를 손보는 까닭은 사람들과 다르게 봄을 맞기 때문이리라.


까치는 봄을 먼저 찾고

사람들은 따뜻해진 후에야 봄을 찾으니.


창문 아래 철길로 1호선 열차가 지나가자

여태도 둥지를 손보던 까치 그만 날아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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