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풍뎅이

다행입니다.

by 김운용

장수풍뎅이

누가 아프게 했을까

누가 제대로 날 수도 없게 등짝을 질부러 뜨렸는지 잔인하구나


날개가 붙은 등짝이 상처를 입어

날지도 못하고 풀밭을 기어다니길래

마침

눈에 띄어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만은

자연스레 상처가 아문다해도

날개짓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몸을 지탱하고 균형을 잡는 앞다리도 잘러나갔던데


무력해진 널 업수히 여겨

뭍 벌레들이며 새들이

함부로 넘볼텐데 큰 걱정이다


새들의 부리와 날카로운 발톱 흔적은 보이질 않으니 그렇다고

직박구리나 까치를 섣불리 의심할 수는 없는 일


숲속밖 세상이 하두 험악하니

남을 해할 줄 모르는 순진한 넌

숲속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동물의 세계

본래 약육강식의 질서가 지배논리였다만 그래도 예전엔 자기것만 챙겼지 남의 것을 탐내는 욕심은 심하지 않아 그럭저럭 그 세계도 살만 했었지


지금은 숲속을 벗어나는 순간 널 노리는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이제

위험하지도 않고

속임수도 거짓도 없는 떡갈나무 아래로

순진하고 우직한 풍모를 가진 너 답게 살라고 데려다 주고 싶다.


앞날.

숲속 바깥에 나와 적응하려 무리한 행보를 하다 입은 상처라해도 스스로 감당해야하고


장수풍뎅이란 풍모를 앞세워

무분별한 비행을 저지른 결과라 하면

그건 다 업보라 아프고 고통이 따르는

고독한 길을 갈 수 밖에 없는 법이니


이후

상처가 아물어 행여 다시 날개짓을 하게 되거든 암데나 비행하지 말아라.

잃어버린 앞다리야 다시 자랄 수 없으니 다섯개나 되는 나머지 다리로 대신하면 충분하고 짓눌린 등짝에도 새살이 돋게되면 다시금 위력적인 날개짓을 할 수 있을 터


부디 장수풍뎅이다운 기품을 잃지마라.

본디 숲속의 제왕이었으니 위풍당당함을

되찾아야 하리라


다시는 잘못된 비행으로 상처입지 마라.





지난 주에 교통사고를 당한 조카가 조금씩 의식을 되찾아가고 있습니다. 상처의 위중함에 비해 회복력이 보기 드문 경우라니 누군가 절대적인 능력으로 도움을 준 건 아닌지 감사할 따름입니다.


백여년전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에 마지막 남겨진 천여명의 승객들이 바다물에 잠기면서도 함께 불렀던 찬송가를 적어 보겠습니다.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

십자가 짐같은 고생이나

내 일생 소원은 늘 찬송하면서

주께 더 나가기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