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들어 어제처럼 비가 많이 내린 날은 처음일겁니다.
퇴근길 전철 승강장에도 비가 뿌려대고 열차가 지연되는 사고가 생겨 평소보다 열차안은 더욱 붐볐습니다.
전철차창밖 비내리는 거리 풍경이 먼 옛추억을 생각나게 했습니다.
누구나 비오는 날엔 한두가지 사연이 있겠지요.
오늘도 비소식이 있는데
비의 노래 들어보시며 잠시 옛추억에 젖어보는 건 어떨까요.
비의 노래
비오는 날
비의 노랠 부른다.
청승맞게시리
비가 내리니
가뜩이나 목소리도 낮고 굵은데
노랫소리까지 바닥으로 깔린다.
어제 나는 슬펐네.
그 여자는 떠났네
떠난다는 말없이
오늘도 어김없이 첫번째 레퍼토리는 송창식의 애인이다.
창백할 정도로 어여쁜 여인을
빼앗겼지만 순정만은 그대로 담은
비오는 날 너무도 잘 어울리는 노래
송창식은 바보다.
좋아하고도
그토록 애절하게 좋아하고도
고백 한번 제대로 못했으니
송창식은 정말 바보다
일기예보에 호우주의보라더니
서쪽에서 비구름이 시커멓게 몰려온다
이렇게 비오는 날
떠나간 사람이 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나서
내가 일하던 다방
언제나 같은 자리에 앉아
리퀘스트쪽지 한장
어느 틈엔가 전하고
창밖만 보고 있던
선곡한 판을 턴테이블에
올려놓아도
시선은 그리로 이끌려
몇번이나 쳐다보았다.
윤여정만큼은 아닐지라도
그 순간만은
프리마 돈나였다
오늘처럼 비오는 날
이동원의 비는 내리는데
그녀의 선곡
간혹 친구와 둘이 올때도 있지만
거의 혼자였다.
이름이 궁금해
그녀가 앉은 자리로 갔다.
어! 어!
이럴 수가
그녀가 웃었다.
그녀의 이름은 미애다
실은 내 어릴적 친구
남녀공학에서 나누어 지기 전까지
그녀와 같이 어울려 지냈다.
내가 여깄다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일부러 찾아왔단다.
한동안 꽃피는 봄날
미애가 올때만 되면
괜히 설렜다.
대학생도 아니면서
막걸리 한잔하자며 학사주점에도 가
휘청거리며 비오는 강변을 손잡고 걸었었는데
몇일째 보이질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다방 레지아가씨가 건네준
신청곡이 적힌 쪽지 하나
나 멀리 간다. 돈 벌러.
미애가.
그날 난
이동원의 비는 내리는데란 노래만
연짱 다섯번이나 틀었다.
비는 내리는데
비는 내리는데
외로운 이내 가슴속 깊이
이제는 까마득한 옛일이지만
그때 난 바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