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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해서 좋은 사람들
그때 우리는
by
김운용
Aug 27. 2022
아래로
1981년 5월
일빠따(첫번째)로 군대가는 둘도 없는 친구 경학이 녀석 배웅도 하고 핑계김에 서울 구경이나 하자며 강원도 산골 촌놈들이 서울행 직행버스를 탔다.
서울행을 결심한 건 서울까지 직행버스로 가도 네시간이 넘게 걸리는 먼길이고 의리때문에라도 입영 전날 경학이 기분을 달래주어야 할것 같아 하룻밤을 서울서 보내자 계획했던 일이었다.
12시쯤 출발했는데 오후 네시가 훌쩍 넘어서야 상봉동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도착하
자마자 서울에 친척이 있어서 여러번 와봤다며 서울 지리는 자기한테 맡기라며 큰소리치며 앞서가는 명석이 녀석의 뒤를 따라만 갔다.
시내버스를 타고 청량리역까지 간 다음 다시 지하철로 갈아타고 한시간 가까이 지나서 드디어 목적지인 용산역에 도착했다.
명석이를 제외하면 나를 포함해서 경학이 덕구 이렇게 셋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지하철을 타는거라 오로지 명석이 뒤만 쫒아가며 명석이가 하라는데로 그대로 따라서 했다.
" 야 서울 뭐가 이리 복잡하냐! 갑갑해서 난 하루도 못살겠다"
용산역을 빠져나오며 경학이가 앞서가는 명석이녀석의 뒷통수를 향해 큰소리로 투덜거렸다. 경학이는 워낙 황소걸음 같이 느리고 느긋한 성격이라서 나나 덕구 명석이보다는 서울이 복잡하고 답답해서 못살겠다는 말이 절로 나올만 했다.
허름해보이긴 했지만 눈에 띄는데로 역전앞에 있는 여관을 숙소로 정하고 난 후 근처 순대국집에 들어가 늦은 점심을 먹었다.
먼 길을 달려와 배도 고팠고 명동에 있는 나이트클럽을 가려면 아직 시간이 여유가 있어 그때까지 배도 고프니 밥이나 먹자며 내가 앞장을 섰다.
" 아줌마 소주 한병 주세요"
심란해하는 경학이녀석 기분도 달래주고 또 나이트 클럽을 가려면 적당히 취하는게 좋겠다 싶어 일단 소주 한병을 시켰더니
" 야! 한 병 시켜서 누구코에 붙일건데.
아줌마 두 병 주세요."
정신없다고 투덜거리던 경학이가 식당에 들어오자 정신을 차렸는지 주문을 받고 돌아서려는 식당아주머니를 불러 세웠다.
어제 저녁 덕구네 당구장에서 민간인신분 으로 마지막 한게임하쟤서 만났을때 내일 서울가면 주량에 관계없이 꼭지가 풀릴 때까지 똑같이 마시고 올나이트하자
며 경학이가
제안
하는 통에 우린 반강제로
굳
은 결의를 다졌다.
식당주인 아주머니가 순대국과 소주를 가져다 탁자에 내려놓기 바쁘게 말수가 적고 조용한 덕구가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갑자기 일어서더니만 술병을 들고 건배사를 던졌다.
" 내친구 아니 우리 친구 경학이의 무사귀환을 위하여!"
순대국을 안주삼아 우리는 주거니 받거니 술잔을 속도감있게 비
워나갔다. 탁자위엔 술병이 줄지어 쌓여가고 있었고 창밖은 그새 어둑어둑 날이 저물어가고 있었다.
공금관리를 맡은 명석이는 꼼꼼한 성격이라 계산이 확실
했다. 시골촌놈 소리듣지 않으려고 몇병마셨는지 소주병 숫자까지 확인하느라 뒤늦게 나온 명석이가 우리를 앞질러 길가로 나가
택시를
잡았다. 서울지리에 밝다는 명석이가 앞좌석에 타고 우리는 명동으로 항했다.
강원도 촌놈들 눈동자가 휙휙 돌아갈 만큼
명동의 밤거리 풍경은 그야말로 기가 막히고 숨이 막혀올 지경이었다.
휘황찬란 번뜩번뜩거리는 형형색색의 네온 사인만해도 눈이 부신데 화려하고 세련되게 치장한 젊은 여자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놀라운 광경에 눈동자가 자동으로 돌아가버려 시선을 한군데
로
고정할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 예쁜 여자들이 명동으로 한꺼번에 몰려 나오지않고서야 어찌 이리도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죄다 이쁜지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정신 못차리고 한바퀴 명동거리를 돌아보고 나서야 명석이가 자기 고등학교 친구가 서울로 올라와 웨이터로 일하고 있다는 나이트클럽
으로 발길
을
돌렸다.
중앙우체국 뒷편에 있는 H모 나이트클럽.
워낙 유명한 곳이라 찾기가 어렵지않았다.
명석이 친구의 안내로 스테이지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고 맥주를 주문했다.
극장만한 크기의 홀엔 이미 사람들로 꽉차 조금의 빈틈도 없었다. 싸이키조명이
고막이 터질듯이 크고 빠르게 울려대는 음악소리와 환성을 지르며 흔들어대는 군무들 틈을 빙빙돌며 스테이지 구석구석을 헤집고
번쩍이고
있었다.
익히 우리도 잘아는 Oneway tivket 이란 디스코풍의 노래가 조명빛과 어우러져 굉음을 내자 사람들이 우루루 무대앞으로 쏟아져 나갔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나가
고 나서 빙 둘러보니 우리들 촌놈들만 덩그마니 자리에
앉아있었다.
" 친구들 우리도 놀아보세"
소풍때면 시키지않아도 현란한 춤솜씨를 자랑했던 내가 먼저 일어서자 노는거라면 다들 한가락씩했던 친구들도 일제히 무대로 뛰쳐나갔다.
하늘을 사정없이 찌르고 상반신과 하반신을 따로 놀리며 우린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서울의 젊은이들과 용감하게 부딪히며 싸워나갔다.
그렇게 온 몸을 뒤흔들다 갑자기 blues 곡인 Kiss and say goodbye가 잔잔하게 흘러나오자 우린 아무런 손
길도 받지못하고 제자리로 돌아와 부르스곡이 끝날때까지 한동안 맥주만 들이키고 있었다.
웨이터로 일하는 명석이친구의 힘을 빌려 은근히 서울아가씨들과의 설레는 부킹을 잔뜩 기대했으나 경력이 짧은 초짜 웨이터인 명석이 친구는 우리에게 어떠한 도움도 줄 수 없었다.
스스로 자력갱생에 나설수 밖에 없었던 찰나 경학이가 한 무리의 젊은 아가씨들을 몰고 나타났다.
그렇게 우린 시골극장보다도 훨씬 커다란 H나이트의 휘훵찬란한 조명불빛아래서 어여쁜 서울여자들과 마시고 흔들어가면서 사랑하는 친구 경학이의 입영 전야를 하얗게 지샜다.
새벽 1시
,
주소를 받아적은
경학이가
서울아가씨를 위해 택시를 잡아줄때까지 기다리다 지친 덕구와 명석이녀석은 비틀거리면서도 재빠르게 어둡고 으슥한 골목길로 들어가 참았던 설움을 쏟아내고는 나오더니
공수가 좋다 해병이 좋다며 잔뜩 혀가 꼬부 라진 소리로 침을 튀겨가면서 열을 내고 있었다. 아직 입대도 안한 놈들이 마치 현재 해병이나 공수부대원인 것 마냥 점뿌가 어떻고 해병은 진짜로 귀신을 잡는다면서 주사를 부리고 있었다.
한심한 새끼들.
친구들보다 술이 약해 머리도 아프고 해서 나는 문이 닫힌 유명브랜드 옷가게 계단에 걸터앉아 경학이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담배만 연신 피워대고 있었다.
나이트클럽에 들어갈 때만 해도 침울해 보였던 경학이녀석이 웃음이 가득한 얼굴로
헐레벌떡 뛰어왔다.
" 큰길로 나가서 택시타자."
군용 열차가 많이 오고 가고 이동객들이 많 은 탓에 역전앞 여관은 취객들과 휴가 나온 군인들을 무슨 일이 있어도 꼬드기려는 성매매 여성들의 집요함이 서로 뒤엉켜 흥청망청 시끌벅쩍거렸다.
우리방은 2층 복도 맨 끝방이
었
다. 방으로 올 라가기전 카운터에 들려 여관주인 아주머니 한테
" 친구 낼 군대가는데 일찍 좀 깨워주세요."
"총각들 몇시 깨울까? "
뒤를 돌아보는 날보며 경학이가 손가락으로 여
섯시를 표시했다.
여관방에 들어간 우리는 잠을 제대로 잘 수 가 없었다. 옆방에서 들려오는 다양한 종류의 소음들때문에 쉽사리 잠이 오
질 않았다.
옆방 방문이 닫히더니 남녀가 온갖 소음을 유발하며 몸부림을 쳐대는
데 그
소리가 벽을 타고 우리방까지 고스란히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절정의 시간이 다가왔는지 그들의 소음은 벽을 흔들어댔다.
목젖까지 치밀어 오르는 침들을 삼키며 우린 모두 눈을 감고 있었다.
그순간 목포로 출발하는 열차가 굉음을 내며 지나갔다.
열차가 지나가고 곧바로 옆방문이 열리더니 슬리퍼 끄는 여자의 발자국 소리만 요란스레 복도를 울렸다.
밤이 참 길었다.
입대하는 날 아침
밤늦도록 퍼마신 탓에 비몽사몽 정신은 없었지만 경학이를 위해 서둘러 채비를 하고 여관을 나섰다.
개찰구를 빠져나가기 직전 일일이 악수를 하고 나서 경학이는 열차를 향해 빠르게 뛰어갔다.
열차에 오르기 전 뒤를 한번 돌아보더니 손을 한번 흔들어주는데 경학이의 짧은 머리가 오늘따라 낮설었다.
늘 짧은 머리를 즐겨해 빡빡이라는 별명으 로 불려와 평소와 전혀 달라진게 없는 데도
어쩐지 뒷모습이 쓸쓸하기까지 했다.
경학이와 달리 덕구 특히 나와 명석이는 등 허리까지 치렁대는 긴머리를 자랑삼아 온 거리를 휘날리며 다녔었다. 앞으로 우리도 경학이와 같이 이 긴머리를 싹뚝 잘라야만 한다고 생각을 하니 서러운 기분이 들었다.
매일같이 어울려 다니며 고락을 같이해온 절친한 친구중에 첫빠따로 입대하는 거라 다들 자신의 앞일을 생각하며 따라 나선건 데 열차가 떠나고 나니 괜시리 심란해졌다.
대합실엔 우리말고도 떠나간 사람들이 남기고 간 일행들이 하나 둘씩 빠져나가고 있었다. 특별히 갈곳을 정하지 않은 우린 한동안 대합실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
무언가를 발견한 듯 덕구가 가판대를 향해 걸어가더니 스포츠신문을 하나 사들고 다시 우리가 앉은 자리로 돌아왔다.
숨겨놓은
거나 있는듯이 빠른 손놀림으로 신문을 넘기는 덕구의 어깨너머로 큰글씨의 뉴스들 이 눈에 들어왔다.
작가 한수산 등이 보안법을 위반해 경찰에 잡혀갔고 서울대 학생이 살인마 전두환은 물러가라 외치며 투신했고 전두환대통
령은 학원소요와 관련해 강경대처하라 지시했고
수도권에 곰들이 나타났는데 모두 사살했다
는 기사가 주루룩 이어졌다.
" 야 이래저래 기분도 쐐한데 빛나리 저 인간 나대는 꼬라지 보기 싫은데 일단 나가자. "
" 보던거나 마저 보고 임마. 원미경 햐아! 죽인다."
스포츠신문을 샀지만 덕구의 주관심사
가 비키니 수영복 차림을 한 연예인 사진이 있는 면에서 좀처럼 넘어가려하지 않자
철저한 금욕주의자요 도덕군자인 명석이가 덕구의 손에서 나머지 신문을 빼낸 후
" 그만봐 임마. 신문 뚫어지겠다." 며
내게도 한장을 뽑아 건넸다.
" 관심없다. 속쓰리고 배가 고플 따름이다."
그래 서둘러 내려가자며 일어서자 명석이도 날 따라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그때까지도 원미경의 늘씬한 비키니사진에 푹 빠져있던 덕구 역시도 알았다 밥이나 먹고 얼른 내려가자며 신문을 꼭 말아쥔 채 내어깨를 가볍게 움켜쥐었다.
우린 사이좋게 담배를 한가치씩 빼물며 대합실을 빠져나왔다.
낯선 서울의 한복판 용산역 광장
에선
사복을 입은 경찰들이 오가는 사람들을 잔뜩 꼬나보며 검문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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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쓰고 있는데 종결을 하게 될는지 알수없다. 그래도 다들 휴식에 젖는 시간에 난 소설을 쓸거다 나만의 탈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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