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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해서 좋은 사람들
까마귀가 우는 까닭은
좋은 사람들
by
김운용
Oct 1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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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5일
그날은 걸어서 출근 하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출근하는 날은 집에서 사무실까 지 걸어서 가자 전부터 생각했었다.
앞으로
사무실이 있는
월곡동까지 의무적으로 걸어야 할 일은 없을 것 같아서 기념이랄까 특별한 의미는 없다.
지난해 겨울부터 올 봄까지 약 6km나 되는 길을 매일 걸어서 출퇴근을 했었다.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 한시간 조금 더 걸리는데 1년간 땀을 내며 걸었더니 무게가 약 10kg 가까이나 줄고 전체적으로 몸두께도 얇아진 느낌이다.
건강을 위해 걷기 시작했지만 만날때마다 배가 많이 나왔네 놀리고 허락도 없이 남의 배를 쓰다듬는 만행(?)을 저지르는 몇몇 못된 친구들 때문에 실은 오기가 발동한거다.
사람들은 대개 외모에 대한 선입견이나 눈으로 보이는 느낌만으로 쉽게 단정짓고 결론을 내린다.
이를테면 아무리 속정이 깊고 따뜻한 품성을 가졌다해도 일단 배가 나오면 훈남의 기준에서 등급내 판정을 받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한때는 잘나가는 스타일리스트였는데. 빌어먹을 세월이 원망스럽다.
어찌되었든 이제 스무날만 지나면 사실상 공로연수에 들어가는거나 다름없으니 이곳 월곡동을 향해 걸어올 일은 더는 없다.
출근을 안하고 놀다보면 게으름이 두텁게 쌓여 애써 줄인 뱃살이 다시 늘어나진 않을까 염려스럽긴 하지만 세월은 흐르는 강물과 같은 것, 조금 더 머물고 싶다해도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 아쉽지만 떠나야한다.
화살보다 빠른게 없었던 옛날 사람들은 세월의 흐름을 쏜살같이 빠르게 지나간다 했는데 정말 요즘 내가 그렇게 느낀다.
퇴직 후.
놀고 먹고 여기저기 유람이나 다니고 싶은 맘이 없는 건 아니나 얼마가 될진 몰라도 남겨진 시간을 그렇게 보내고 싶진 않다. 거창하게 내세울 일은 못되지만 전부터 계획하고 준비해온 일이 있어 바쁘게 뛰어다닐거다.
평균 수명을 따져봐도 주어진 시간이 별로 없다.
점심을 먹고 짬이 나면 가끔 월곡산엘 올라간다.
산이라 불리우기엔 산세가 너무 작지만 정상위 넓디 넓은 바위위에 서면 월곡동은 물론 서울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길지않은 인생 그 절정의 시간을 참 뜨겁게 살았다. 파란만장했었던 시절과는 의미가 다른 마지막 5년을 여기 월곡동에서 애뜻하고 재밌는 추억들을 만들며 보냈다.
기억속의 장면이 이어질때마다 월곡동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둘씩 떠오른다.
출근길 정문 앞
인상좋고 맘씨좋은 박○○ 경비아저씨가 거수경례를 하며 웃으며 반겨준다.
순찰 한번 걸렀다고 계약이 해지되어 떠나는 날 취기가 오르자 내 손을 꼭 잡고
'위원장님. 정년퇴직하는 날 꼭 연락하세요.
잊지 않겠습니다.'
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퇴근길에 마주쳤을때에도 건강을 위해서 오늘은 약주 조금만 드십시요 인사를 건네고 카톡으로 당부의 말을 보내주던 정깊은 사람이었다.
사무실 담장을 끼고 걸어서 일이분 남짓 거리에 간판도 낡고 색이 바래 본래의 색을 구분하기 어려운 작고 허름한 식당이 있다.
흡사 시골장터목에 있는 듯한 느낌이지만
여주인의 야무진 손끝에서 만들어 내는 음식맛은 집밥같아서 퇴근하다 한잔 생각이 날때면 어김없이 첫번째로 들르는 곳이었다.
사람좋은 W와 까칠한 H 그리고 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고개짓 하나만으로 자연스레 발걸음을 했었다.
참이슬 한병에 막걸리도 한병!
안주는 닭도리탕이나 삼겹살이 메인 메뉴인데 난 특별히 하날 더 추가했었다.
달걀을 풀어 입혀서 구운 옛날식 소세지구이.
학창시절 친구의 도시락반찬 그 추억이 떠올라서였다.
탁자위에 술병이 하나 둘씩 쌓여가고 밤은 깊어져 식당문을 닫아야 할 때쯤이면
지금까지 들이마신 알콜섭취량만으로도 중추신경을 담당하는 대뇌와 소뇌의 기능은 마비가 와 합리적 사고와 판단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다.
자리를 털고 일어서려는데 까칠한 H가 입가심으로 한잔만 더 하자며 발길을 잡았다.
" 좋지. "
마비정도가 심한 내가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자 가뜩이나 굼뜬 W 역시도 술이 올라 더욱 느려진 말투로
" 그러지 뭐 "
뒤를 따랐다.
월곡동 로타리 주변 밤풍경은 볼 때마다 어느 지방의 자그마한 도시에 와있는듯 착각을 하게 만든다.
로터리를 반쯤 돌아 넓은 유리창이 있는 호프집 P.
알콜이 전신으로 퍼져 열이 올라 외부에 설치된 데크로 자리를 잡고는 500 cc석잔을 큰소리로 주문했다.
술이 나오기전, 술이 술을 먹는다고 반쯤 감겨진 눈에 잔뜩 힘을 주고는 이미 결론이 내려진 주제를 다시 꺼내 목소리를 드높였다.
논리의 전개도 정상적인 루트를 이탈한지 오래고 합리적 논거는 깡그리 무시되었다. 너밖에 없다며 오로지 의리를 안주삼아 잔만 들이켰었다.
전철이 끊어질 시간이라 자리를 털고 일어서서 카드를 빼들고 계산대 앞에 서니 잘생긴 알바생이 잊어버리지 말고 챙기시라며 피자가 든 봉지를 손에 쥐어주었다.
대학로에서 연극을 배우고 있고 반쯤 젖은 눈으로 봐도 인물도 좋고 성격도 서글서글한데다 친절하기까지해 맘에 쏙 들었다.
내아들 해야겠다 농담으로 한마디 꺼내자
" 예 좋습니다. 아빠."
씩씩하게 대답을 했던 녀석은
지금은 알바를 그만두고 극단에 들어갔다는데 잘 지내는지 궁금하다.
거의 몰아지경에 빠진 늦은 밤. 거리엔 오가는 사람도 별로 없다. 이대로 헤어지긴 섭섭하니 노래 한자락만 하자는 누군가의 주문에 따라 우린 노래방의 문을 열어제꼈다.
♪첫사랑 만나던 그날 얼굴을 붉히면서♬
그렇게 월곡동의 밤은 흠뻑 젖은 채 깊어만 갔다.
다음날
샤워를 하고 로션을 바르고 말끔하게 차려입고 사무실에 나왔지만 속은 편치가 않아 뒤숭숭한 속을 풀자며 대구탕집을 찾았다.
수다스럽긴해도 억쎈 생선뼈를 일일이 발려주는 여주인의 성의가 기특해 가끔 들러도 정겨웠다.
월곡동, 루나밸리라는 영어이름이 훨씬 분위기있고 어감도 호감이 가는데 밤골 다릿골 달골이란 좋은 옛이름이
일제때 월곡동이라 바뀌었다고 하니
기분이 별로다.
야트막하지만 산도 많았고 냇가도 많아 살기좋은 곳이었다고 해서
그런가 월곡동 아니 달골마을엔 좋은 사람들이 참 많다.
" 퇴직해도 밥먹으러 올거죠. 오늘은 기분이다. 동태탕 서비스로 쏜다"
는 k부대찌개 사장님,
6년동안 칼국수값을 올리지 않고 반찬도 더 달라고 말안해도 알아서 푸짐하게 퍼주는 착한 H칼국수집.
미리 예약을 하지않아도 워낙 손이 빨라서 오래 기다리지않아도 된다.
젊어서 아픈데가 많아 온몸에 칼을 댄 수술자국 투성이인데 이런 여자한테 누가 같이 살자하겠냐며 병든 어머니모시고 살기로 했다는 M삼겹살집 젊은 주인.
삼겹살이 주메뉴지만 후식으로 파인애플
속을 파 만든 아이스크림을 주는데 그맛이 일품이다.
귀가 어두워 담배한갑 사려면 아침부터 몇번이고 목청을 높여야 하는 편의점 사장님.
성가시다 생각이 들다가도 나도 청력이 현저히 떨어져가니 연민이 느껴진다.
" 아직 젊은데 무슨 퇴직이냐며 더 일하겠다고 하세요. "
순수한건지 세상물정 모르는 무대뽄지
가끔 만날때마다 나보다 더 웃기는 도미니꼬수녀님.
그녀도 수도원으로 자리를 옮기게되어 이곳 월곡동을 곧 떠난다.
퇴직 후 월세라도 받을 수 있고 재개발이 추진중이니 아파트 사지말고 단독주택을 사라던 Y부동산 사장님.
고향이 같다며 나한테만 특별히 좋은 물건 소개하는거라는데 그의 말에 대한 팩트여부는 미확인 중이다.
인간성좋고 장사수완도 좋아 단골이 된 H닭갈비집. 나의 아지트다.
퇴직기념으로 특별이벤트로 한턱 쏠테니 시간날때 들르라는데 그 마음이 고마워 빈손으로 갈 순 없고 솜씨는 없지만 그림이라도 그려 선물하려고 한다.
그외
레떼르만 붙일 뿐 차이도 없는 백화점옷은 절대 안사입는다는 J봉제공장 사장.
L호텔 일식조리20년 경력을 자랑하는 친구 s참치사장,
지난 7월에 공로연수에 들어간 J경찰서 소속 만년 경사. 그의 아들도 발달장애를 앓고 있다.
또 S 장애인부모회 엄마들.
월곡동 사람들 구구절절이 사연도 참 많다.
아. 한사람 빠졌다.
몇달 전 발행한 식권을 기억해내고 돌려준 장어구이 그녀도 있다.
출근길 아침
우이천 징검다리를 건널때면 뚝방위 데크에서 자그마한 몸집의 노인이 아코디언을 연주했었다.
비도 그다지 오지않는데 빨간 레인코트를 입은 여자와도 가끔 마주쳤었다. 낯이 익을만한데도 그녀와 한번도 인사를 주고받지않았다.
그녀와 내가 아코디언연주자 노인의 유이무이한 관객이었다.
이제 떠나면 다들 그리워질 거 같다.
퇴근길
에
창문여고를 지나 장위동 고갯마루 육교위에서 보던 석양이 좋아서
담배를 하나 꺼내 물고 고갯길을 오르느라 한껏 가빠진 숨을 길게 내뿜었었지.
................증 략
벚나무그늘밑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작은 비닐봉투를 들고 길을 건너려다 신호에 걸려 멈춰 서있던 노인이 가을햇쌀이 따가왔는지 내가 앉은 그늘밑으로 다가와 화단턱에 걸터 앉았다.
그때 까마귀한마리가 옥상에서 벚나무가지위로 날아 내려와 우리가 앉아있는 머리위에서 큰소리로 울어댔다.
노인은 느닷없는 까마귀의 출현에 놀라 나뭇가지를 올려다보고나서 흘낏 날 보고는
" 깜짝 놀랐네. 재수없게. 에이. "
혀를 끌끌차며 어색한 표정으로 씨익 웃었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군대를 갔다온 몇년을 제외하고 종암동에서만 수십년을 살고 있다는 노인은 원래 월곡동에는 까마귀와 까치가 많았다면서 옛날 이야기까지 들춰내 가며 말을 걸었다.
지난 오년간 사무실 인근에서 까마귀들을 거의 매일 봐왔기에 노인의 말이 어느 정도 수긍이 갔다.
까마귀의 울음소리가 워낙 크고 가까이서 울어대니 길을 가던 사람들도 다들 한번씩 쳐다보았다. 그런데 녀석은 사람들이 빈번하게 오가는 위험한 곳인데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별로 위협적이지 않은 작은 인기척 하나에도 보통의 까마귀였다면 서둘러 날아갔을 것이지만 녀석은 잔가지가 많은 벗나무가지위 좁은 틈새를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울어대고 있었다.
때로는 짧고 굵은 바리톤으로 때로는 가늘고 긴 테너의 음역을 오르내리며 10여분 가까이 울어대는 까닭이 못내 궁금했다.
혹 매나 까치들의 집단공격을 받아서 어딘가 다쳤거나 불편한 곳이 있어서 그런건 아닌가 화단턱을 밟고 올라서서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았지만 특별한 문제는 없어 보였다.
옥상에 있는 안테나에 하루에도 몇번씩이나 날아와 앉아 있다 담배를 피우러 온 나와 자주 마주쳐 낯이 익었을것이고 머리좋기로 으뜸인 녀석이 날 못알아볼리 없다.
녀석과 내가 눈이 마주침을 느낄 정도로 가까이 다가가자 고개를 갸웃갸웃하더니 물끄러미 쳐다보다 이내 더 높은 가지위로 통통 튀어 올라갔다.
까마귀들은 자신에게 익숙하거나 정해진 곳을 주로 찾는데 그렇게 친숙해진 사람은 알아보고 경계심을 푼다.
인적이 잦고 위험한데다 낮은 곳까지 내려와 저리 크게 우는데에는 필시 사정이 있었을텐데 소통이 안되니 녀석도 무척 답답했을 것이다.
그냥 쳐다만 볼뿐 애타게 우는 사정을 돕거나 해결해 줄 수 없음을 알아챘는지 녀석은 얼마 후 고가위로 훌쩍 날아가 버렸다.
옥상이 아닌 우이천을 가로질러 내부순환도로 고가위로 높이 날아갔다.
보안시설 보호라는 KT측의 탄압(?)으로 옥상출입이 금지되면서 오랫동안 낯을 익힌 까마귀들과의 만남도 막혀버렸다.
금연을 위해서라지만 애꿎은 까마귀들까지 출입을 금지당한건 아닐까 실없는 생각도 들었다.
옥상이 아닌 고가위로 홀로 날아가는 녀석의 날개짓을 보며 한달전쯤은 지나간 일이 떠올랐다.
옥상엔 KT송수신용 안테나 두개가 있는데 월곡산에서 날아온 까마귀 두마리가 거의 매일 앉아 있었다. 자신들의 또다른 둥지를 찾아 날아가다 잠시 숨을 고르는 중간 쉼터다.
그런데 평소와는 달리 암컷으로 보이는 까마귀가 머리에 깃털이 뽑힌 것 처럼 부시시 일어나있고 어딘가 아픈듯 고개를 늘어뜨린게 힘이 없어 보였다.
수컷 까마귀는 옆에 있는 안테나에도 앉지못하고 안절부절 암컷의 주위만 돌며
울어대고 있었다.
암컷은 축 쳐져 있으면서도 수컷의 접근이 귀찮은지 쳐다 보지도 않는데
수컷은 그래도 열심히 주위를 맴돌며 소리를 질렀다.
한참 후 암컷의 곁으로 다가가더니 부리로 부시시 일어선 암컷의 머리를 다듬어 주며
머리로는 연신 암컷의 몸을 부벼대고 있었다.
성의가 기특하다 생각했는지 암컷도 다소곳이 머리를 수그리고 수컷의 손길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까마귀는 자신의 가족이나 짝을 아주 잘 챙길 정도로 책임감이 강하다.
위험에 처하거나 다쳐서 아프기라도 하면 끝까지 돌보는 다정다감한 성격도 갖고 있다.
짝을 곁에 두고도 곧잘 잊어버리고 한눈을 팔기도 해 기억력 안좋은 사람을 보고 까마귀를 삶아먹었나 욕들 하지만
작은새들을 얕보고 함부로 공격도 하지 않고 남의 것을 탐하거나 빼앗지않는 너그럽고 선한 품성을 가진 동물이다.
암컷은 어디다 두고 홀로 위험한 사람들 곁으로 날아와 울어댄걸까.
도와달라는 구원의 신호였을까.
아님 뜻하지않은 이별에 마음 아파서였을까.
까마귀가 더는 아프지 않고 지냈으면 좋겠다.
까마귀의 뒷이야기가 궁금해 옥상을 올라갔었다. 까마귀를 볼 수는 없었고 멀리 인수봉너머 노을만 붉게 물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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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쓰고 있는데 종결을 하게 될는지 알수없다. 그래도 다들 휴식에 젖는 시간에 난 소설을 쓸거다 나만의 탈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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