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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운용 Aug 23. 2023

폭우2

비오는 날 우산을 쓰지않는다 (연작6)

폭우 2


앞이 보이질 않는다.

빗줄기가 끊어지지 않고 줄지어 쏟아진다.


육중한 덩치의 트럭이 굉음을 내며 물탕을 튕긴다.


차체를 덮고도 남을 만큼

커다란 물보라가 바람을 일으키며  산산히 흩어진다.


차창으로 떨어져 튕겨오르는 빗방울 무리가

평소와 비교가 되질 않아

우크라이나 전장에 뿌려진 집속탄이 상상으로 그려진다.


큰 폭탄이 땅에 닿기도 전에

작은 폭탄알로 부숴져 사방으로 흩어지고

동시에 물보라를 일으키 터지는

살상의 무기같은 굵은 빗줄기가 간선도로 위로 난무하고 있다.


앞서가는 트럭은

뒷서오는 작은 차들을 벌레보듯 빗길을

폭주족처럼 내달리고 있다.


집속탄을 뿌리고 공중으로 날라버리는

제국의 괴물 폭격기처럼


의기 양양

보무도 당당히.


십여분을 쏟아붓던 빗줄기가

잠시 잠잠하지만

물폭탄이 두려워 달리던 간선도로를 빠져

나왔다.


가지 각색 우산을 든 어린애들이

비둘기가 모이를 쪼듯

학교앞 군데군데  고인 빗물을 밟으며

물탕놀이로 재미나다.


어린이 보호 속도를 한치도 넘어섬없이

브레이크를 조절하니

조금의 물튀김도 없었다.


다시 빗줄기는 굵어지고

아마 이런 잔뜩 찌푸린 날이

얼마간 갈거라는데

먼 산 산허리를 비구름이 휘감고 놓아주 않을 태세다.


아무래도 이런 폭우라면

우산 쓸 일이 있을수도 있겠다.


일손이 딸려 동분서주하는

후배의 복숭아는 멍 들지나 않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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