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공주파 김미애 2

2 진짜 칠공주

by 김운용


국민학교를 졸업하고는 남중 여중으로 갈라지게 되면서 미애와는 그렇게 조금씩 멀어졌다. 그러다 중학교 들어간 지 얼마 안 있어 미애는 미애네 엄마 가 일하는 미군부대 주변 동네로 또 이사를 갔고 그때부터 미애는 한동안 만나지 못했다.


인구 이십만이 안 되는 도시라 친구들을 통해서 미애의 소식을 알려면 얼마든지 알 수 있지만 이사하고 멀어지니까 관심이 엷어졌다.




나도 중학교에 들어가자 얼마 안 있어서 필드하키 운동부에 뽑혀서 정식 선수가 돼서 바쁘고 시간도 없었다.


1교시 수업만 듣고 2교시부터 수업이 다 끝나도 6시까지는 연습을 했다. 체력훈련으로 두 시간 이상 운동장 100바퀴를 돌아야 했고 그 후엔 하키 스틱 들고 볼도 없이 드리블 연습을 한다. 시합이나 샷, 공 가지고 드리블하는 연습은 선배들만 주로 했다.


말이 드리블이지 허리 굽히고 또 달리는 거다. 필드하키가 자세를 낮춰서 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볼을 잡거나 수비 위치에 있는 사람도 자세가 낮아야 한다. 그래서 허리 부상자도 많이 생긴다.


필드하키가 모든 운동 종목 중 가장 힘든 운동이다. 부상도 많고 공이 골프공보다 무겁고 딱딱해 심각 한 부상을 당하게 된다. 부상 때문에 그만두는 일이 많다. 잘 견뎌서 명문고 하키 선수로 주목받아 실업 팀에 뽑히는 기회도 하늘에 별따기다.




암튼 첨엔 운동신경도 좋고 달리기를 잘해서 중학 교 1학년 담임선생님이 하키 부감독님한테 추천해 서 운동선수로 뽑혔다는 우쭐함에 버텼지만 갈수록 힘들어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3학년 1학기 때 그만두었다.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해야 대학을 갈 수 있다는 어머니의 권유가 결정적이었다. 고등학교 입학하 고 한 달이나 지났을까 등교시간에 버스 안에서 우연히 몇 년 만에 미애를 만났던 것이다.


훼방을 놓는 친구 때문에 몇 년 만의 만남도 스치듯 지나갔다. 한마디 말도 못 한 체.


중학교 때 하키부를 그만둔 친구 중에 남태란 친구가 있었는데 그 녀석도 같은 반은 아니지만 우리 학교에 같이 합격했다.




칠공주 얘기 아니 미애 소식을 다시 듣게 된 건 남태 로부터 다. 남태보다 두 살 많은 누나가 바로 칠공주 파 두목 김남숙이란 것도 놀라운 사실인데 미애가 거기 가입했다는 얘길 듣고 더 놀랐다.


남태얘기에 따르면 남태누나 김남숙은 사고를 많이 쳐서 일 년을 꿇었다.

그래서 미애랑은 여자상고 1년 선후배 사이다.


김남숙은 키도 크고 목소리가 여고생인데도 걸쭉 하다해야하나 암튼 듣기 싫은 남자 목소리다. 그런 목소리로 불량스러운 은어에다 욕설까지 섞어 무게를 잡으면 남학생도 더러는 피해 다닐 정도로 유명하 다.


미애가 칠공주라는 불량서클에 들어가게 된 건 미애 스스로가 선택한 일이라 들었다.

아빠가 돌아가시자 우울한 생각에 혼자 집을 나와 밤늦게까지 돌아다니다 국민학교 동창이자 같은 여상을 다니는 성자를 만나 어울리다 성자가 다자 고자 손을 잡아끌고 콜라텍으로 데려갔는데 거기 서 김남숙과 운명의 만남을 하게 된 것이다.


그날부터 미애는 칠공주파 일원이 된 것이다. 칠공주파는 회원이 총 7명이다.따라 다니며 심부름하는 이진급 애들도 꽤 있지만 걔들은 정식 회원으로 인정 안 한다.


왜 칠공주라 이름을 정했는지는 물어보지 않아 잘 모르지만 자기들이 자랑삼아 떠들기로는 공주처럼 예쁘기 때문이라는데 공주처럼 예쁜 미애뿐 이다. 나머지는 성자를 포함해 공주와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특히 두목 김남숙은 친구 누나라서 봐주려고 해도 진짜 아니다.




미애한테는 예쁘다는 이유 말고도 딸만 일곱 명이 니까 칠공주란 서클이 너무 딱이다 싶을 정도로 맞춤이다.


칠공주는 머리스타일에서 치마까지 노는 계집애들 아니랄까 봐 불량끼를 일부러 과시한다. 쑛커트머리를 한쪽 눈이 안보 일정도로 내려뜨리고 치마는 무릎이 좁은 항아리치마를 입고 걸음걸이 도 약간 비스듬히 걷는다. 웃옷도 거의 허리 위로 올라갈 정도로 짧고 착 달라붙었다.


고등학교 일 학년 때 등굣길 버스 안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까지만 해도 미애는 평범한 단발머리 여고생이었는데 너무 많이도 변했다.


미애가 다니는 여자상고와 내가 다니는 남자고등학교는 같은 재단이다. 아침 수업시간 전에 성경 한 구절을 꼭 방송으로 틀어주는 미션스쿨이다. 선생님도 원칙적으로 기독교 신자여만 채용한다.

근데 말이 미션스쿨이지 담배 피우는 선생님들도 많다.




어쨌든 여상애들과 우린 학교 건물이 운동장을 가운데 두고 마주 보고 있고 체육시간 교련시간만 함께 운동장을 사용하되 각자 따로 수업한다.


우리는 교련시간인데 여상애들은 체육시간일 때도 많은데


여상애들 쪽에서 일부러 보낸 건지 실수로 굴러온 건지 몰라도 배구공이 자주 총검술 훈련하는 사이로 굴러온다.


한참 이성에 관심도 많고 짓궂을 나이인 남자 고등학생들이 굴러온 공을 아니 복덩어리가 될 천재일 우의 좋은 기회를 얌전히 넘겨줄 리 천부당만부당한 일이다.


줄에 있던 철균이가 내 앞으로 굴러온 공을 가로채 힘껏 차서 우리 학교 건물로 보내고 아무 일 도 없던 것처럼 시치미를 뗐다.


김민기 교련 선생님은 워낙 둔한 분이라 전혀 눈치 못 챘다. 다행이다. 저런 양반이 어떻게 군 시절에 중대장을 했는지 늘 비웃었지만 오늘 이 순간만은 대부분의 친구들은 선생님의 눈치 없음에 무한 즐거워들 한다.




그런데 수업 끝나고 여상애가 쫓아와 나한테 우리 공 달라며 허리에 양팔을 올리고 눈은 째려본다.


니네공 난 모르는 일인데 정색하며 시큰둥하게 반응했더니 너 체육선생님한테 이른다고 협박하길래


" 내가 찬 거 아닌데 알았다. 찾아봐서 있으면 갖다 줄게 "


억울하기도 했지만 한편 미안하기도 하고 겁 없이 남학생 틈에 쫓아와 공 달라는 애가 용감해 보여서 찾아주겠다 대책 없이 약속을 해버렸다.


그리고 막 돌아서는데

너 미애랑 친했지 한다.


또 미애 이름을 내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뭐! 하고 돌아서니 미애 우리 반인데 체육시간에 아는 애 봤다고 가리키길래 아까 봤는데 네가 공을 차는 걸 보고 쫓아온 거란다.


미애 얘기 들으니 내가 찬 거 아닌데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내가 공을 찬 걸로 미애도 봤다는 거 라면 너무 쪽팔렸다.


" 알았어. 내가 찾아서 갖다 줄게. 몇 반이냐."


창근이가 철균이가 찬 공을 주워 갔으니 공 찾는 건 문제도 아니었다. 곧바로 공을 들고 운동장으로 나왔다.


큰 소린 쳤지만 배구공을 찾아 막상 여학교 교실까지 가져다 주려니 머리가 쭈뼛 선다.

도로 건너편으로 차 버릴까 공을 들고 운동장에 서서 고민하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