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직장 후배 둘하고 소주 한잔했습니다.
아주 젊은 후배가 실연을 했다 해서 위로해주려고 둘을 불러냈지요.
" 후배들아. 낼 반차 내고 모이자."
오래간만에 정육식당 가서 소고기 좀 먹었습니다.
정육점을 겸한 식당이라 가격이 저렴하니 무리하지않는 선에서 한 번쯤 선배 체면을 세우고 싶었거든요.
오후 2시 반에 술을 시작했는데 지금 시간 5시 반 딱 세 시간인데 어느새 식탁 위에 소주병이 7개나 있네요.
기분이 좋아진 후배들이
" 선배님 2차 가시죠. 저희가 살게요."
" 나도 가고 싶다. 근데 9시에 약속 있다."
후배 둘 중 쉰이 넘은 후배가
" 형 같이 갑시다." 하네요.
" 퇴직 후 형 먹고살 길 찾으려고 만날 사람이 있다. 담에 하자."며
정육식당 야외 의자로 나와 석 달 가까이 끊었던 담배를 한대 피워 무는데
옆자리에 나보다 더 늙수그레한 세 사람이 주고받는 대화가 귀에 거슬렸습니다.
노인 1 : 선배님 저 앞 건물 장사가 안돼서 다 망했어요. 다 철거한데요.
노인 2 : 골프연습장 들어선다며. 골프연습장이 낫지.
노인 1 : 요즘 영국 미국에서 대한민국 다 망했다고 그런데요. 사회주의가 망친다 그런데요.
노인 3 : 맞아요. 다 망하게 생겼어.
자영업이 심각한 상태라는 일부 팩트는 일리가 있지만 사회주의가 대한민국을 망쳤다는 말에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니 쪽팔렸는지
날보고
" 사장님 이 집도 소고기 가격 10월부터 올린데요."
대꾸도 하지 않은 채 문턱에 앉은 노인 셋 보다 내가 안쪽에 앉아있어서
" 빌어먹을, 나 좀 나갑시다."는 말로 그들의 균형 잃은 대화를 끊어버렸습니다.
제발 차라리 사회주의라도 했으면 좋겠습니다. 자본주의보다 풍족하진 못할지라도 최소한 다들 집 걱정에 불평등해하진 않을 텐데 말이죠.
빌어먹을 늙은이들.
진실하진 못할지라도 거짓말은 하면 안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