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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야 Jul 17. 2023

인신매매 위협을 느끼다.

[나 홀로 여행 프로젝트] 1. 대만

와... 크다.



인천국제공항에 대한 내 첫인상이었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큰 규모의 공항, 그리고 그 속에 캐리어, 배낭을 들고서 설렘으로 가득한 얼굴을 한 많은 사람들. 대만에 도착하기도 전부터 나는 한껏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그 강렬한 첫인상 덕분에 여전히 나에게 여행 중 가장 설레는 순간은 공항에 도착했을 때이다. 여행의 시작과 끝이 공존하는 그곳은 언제나 나를 가슴 뛰게 한다.






내 첫 홀로 해외여행지는 바로 '대만'.


당시 대만 여행이 붐이기도 했고, 비교적 첫 해외여행으로 안전한 곳 같다는 생각을 했다. 게다가 중국어 학원을 다니던 시기였기에 현지인들과 함께 대화를 하며 3개월 남짓 배운 내 초보 중국어 실력을 써먹어 보고 싶기도 했다.


공항에 도착한 뒤, 예약한 항공사 카운터에 가서 티켓을 받았다. 선명하게 영어로 적힌 내 이름과 대만 타이페이.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나 대만에 정말 가는구나. 그것도 혼자.


한껏 신난 발걸음으로 출국장을 지나 항공기에 탑승했다. 운이 좋게도 내 좌석은 창가였다. 좋아하는 하늘을 실컷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비행기가 출발하고 곧이어 기내식이 나왔다. 이 또한 내가 여행 도중 좋아하는 것들 중 하나이다. 맛이 있든 없든 하늘 위에서 먹는 기내식은 여행을 알리는 행위 같아서 즐겁기만 하다.





곧이어 도착한 타이베이 공항.

혼자 낯선 땅에 있다는 사실에 왠지 모를 떨림이 느껴졌다. 나는 잘 해낼 수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유심 카드'를 사는 것. 영어로 소통이 잘 안 되었지만 일단 샀으니 잘했다고 생각하며 심카드를 바꿔 끼웠는데 웬걸, 휴대폰이 먹통이었다. 아무리 시도해 봐도 도통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았다. 한참을 혼자 씨름하고 있는데 전화가 한통 걸려왔다. 들리는 말은 중국어. 당연히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했다. 조바심이 나기 시작하려던 찰나, 드디어 3G 표시가 나타났다.


"후..."


언어가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혼자 여행한다는 것은 이렇다.

한국에서는 당연했던 것들이 새롭거나 어려운 것이 된다. 그렇지만 그런 일들을 통해서 당연했던 것들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기도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여행의 묘미 중 하나가 아닐까.





고작 심카드 하나 때문에 공항에서 1시간가량을 헤매다가 드디어 시내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탔다.


곧이어 내 옆자리에 현지인처럼 보이는 한 여자분이 앉았다. 왠지 말을 걸어보고 싶어서 나는 좀 전에 심카드를 끼운 후 받은 문자 한 통을 보여주며 대화를 시작했다.


"Hi. 혹시 이 중국어 좀 해석해 줄 수 있어?"

"물론이지! 그런데 너 혹시 한국인이니?"

"대박! 어떻게 알았어?"


그녀는 내 스타일을 보고 한눈에 한국인임을 직감했다고 한다. 대만에는 이미 한류 붐이 한창이었고, 그녀는 가수 '신화'의 팬이라고까지 했다. 그래서 늘 한국에 가보고 싶었다며.


공항에서의 두려움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나는 신이 나서 그녀와 수다를 떨었다. 신화를 좋아하는 대만 여자아이와 버스에서 옆자리에 앉게 되다니! 여행 시작부터 행운이 찾아온 것 같았다.


그녀는 의대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이었다. 그녀와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시내가 가까워졌다.


"그런데 너 오늘 계획이 어떻게 돼?" 그녀는 내게 물었다.


나는 스린 야시장에 갈 생각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그녀는 안 그래도 스린 야시장에 갈 생각이었다고 하며 괜찮으면 같이 가지 않겠냐며 내게 제안했다. 나는 반가우면서도 왠지 모를 의심이 생겼다. 혹시 인신매매단이면 어쩌지? 진짜 같이 가도 괜찮나? 불안한 마음에 나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급하게 카톡을 하며 괜찮을까 물었다. 당연히 그들은 함부로 믿지 말라며 조심하라고 했다.


하지만 '답정너'인 나는 계속 연락하겠다며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긴 것 같거든 바로 신고를 해달라며 신신당부를 했다. 첫 혼자여행이었기에 낯선 이의 제안이 더 불안하게 느껴졌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인스타그램도 교환했고, 신화를 좋아한다는 그녀의 눈빛이 거짓 같진 않았기에 조금은 믿음이 가기도 했다.


그렇게 그녀는 내 짐까지 들어주고 숙소 체크인을 도와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스린 야시장'으로 향했다.






지난 화 [프롤로그]

https://brunch.co.kr/@soyayspain/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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