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어떤 성공한 성악가가 학생 시절 아르바이트로 접시닦이를 하고 있을 때였다. 한 무리는 접시를 닦으면서도 '내가 지금은 비록 접시를 닦고 있지만 성공만 한다면 이런 것 따위...'라는 말을 하고 다른 무리는 '어떻게 하면 접시를 더 깨끗하게 닦을 수 있을까'라는 말을 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더 큰 성공을 한 사람들은 후자라고 한다.
굳이 따지자면 전자의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우리는 항상 미래의 성공을 바라보며 현재를 살기 때문이다. 지금은 비록 한 회사의 개미로서 열심히 일을 하며 스쳐 지나가는 돈을 벌고 삶을 연명하고 있지만 언젠간 로또가 당첨되거나, 승진을 해서 돈을 더 벌거나, 뜻하지 않게 좋은 기업으로 이직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불확실하지만 행복할 것이라고 믿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인내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결과는 당장의 접시가 깨끗해지기를 소망하며 닦는 사람들이 더 성공한다. 둘의 차이라고 한다면 성실함도 한몫했겠지만 아마 '현재를 대하는 자세'가 다르다는 것이다. 누구나 성공한 미래를 꿈꾸긴 하지만 그렇다고 현실을 부정하는 것은 성공할 수 있는 길을 찾지 못하고 다른 길을 가는 것, 그리고 그 잘못도 모른다는 것이다. 물론 당장 현재를 열심히 살아라!라는 말로 욜로(You Only Live Once)를 지향하라는 건 아니다.
'내가, 지금, 비록, 이따위 것'. 현재를 비관하고 비난한다. '성공만 한다면'. 막연한 희망을 품는다. 성공하기 위한 계획도 없이 그저 성공하기를 희망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현재가 충실해지지도 않고, 미래가 밝을 수 없다. 반면 현재를 사는 사람은 그게 접시를 닦는 일이라고 해도 집중하며 주어진 일을 더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도록 고민한다. 굳이 따지자면 전자는 비관적, 후자는 희망적이다.
현재를 충실하지 못하면 자신의 일에 100% 집중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노력을 하지? 지금 이 상황이 좋다고 생각하나?'라며 그저 그렇게 하루를 보낸다. 실제로 MZ라고 불리는 세대가 회사에서 인정을 받고 승진을 하며 명예를 얻는 일보다 가늘고 길게 워라밸을 챙기며 그럭저럭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이들은 지금 당장 열심히 일해 버는 돈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박탈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현재가 즐거울 리 없고, 일확천금이라는 헛된 희망만 품게 된다.
다만, 이것이 그저 희망찬 사람과 비관적인 사람의 차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누구나 현실을 치열하게 살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경우도 있다. 게다가 후자가 성공했다는 것은 근거 없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글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는 거다. 예를 들어 그럭저럭 하루를 살고 있는 직장인에게 회사에서 특별수당을 왕창 주며 해외파견을 제시했다. 막연히 그 나라에 살면 좋겠다고 생각한 국가였고, 돈도 마음에 들어 당장 떠나려고 한다. 하지만 홀로 파견을 나가 업무를 진행할 역량이 되지 않음을 깨닫는다. 결국 내가 원하던 것이 당장에 눈앞에 주어져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극단적인 예시였지만 내 경우엔 10만 원이 없어 고금리 이자가 붙는 적금을 해지한 적도 있고, 얼마가 없어 좌절감을 맛본 경우도 있다. 단순히 돈이 문제였다고 볼 수 있겠지만 그때는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흥청망청 쓸 때였으니 할 말이 없다.
결국 '언젠간 성공할 테니 지금의 수모를 잊지 않겠다'하며 부들부들 거리는 것보다 지금의 수모를 기회로 바꿀 수 있도록 상황을 개선시키는 게 더 좋다. 물론 쉽지는 않을 거다. 현재를 살면 목표가 없다고 하고, 미래를 꿈꾸면 허황된 이야기라고 말이 많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을 충실히 살아 언젠가 찾아올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