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너무 바쁘거나, 삶의 의욕이 없을 때 그런 생각을 한다. 한 달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만 있고 싶다. 아무런 걱정 없이 일주일만 보내고 싶다. 하루를 버티며 살다 보니 충전을 하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 생각이었다. 막연한 상상이지만 참으로 좋지 않을까 설렘이 생긴다. 아무런 걱정 없이 하루를 충실하게 보내는 삶은 어떤 기분일까?
인생에 있어 꼭 한 번 이루고 싶었던 꿈이 있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에 치어 6년여 만에 직업을 관두고 마지막 직장에서의 마지막 날을 보냈다. 새로운 도전 혹은 계기가 필요했기에 어느 정도 과업을 덜어내고자 도시를 떠나기로 했다. 당시 꼭 해보고 싶었던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 나에게 자유가 찾아온 줄 알았다.
처음으로 쏟아질 듯 떠있는 별을 봤다. '별 헤는 밤'이 왜 쓰였는지 알아차린 순간이었다. 바닷가에서 보말을 주으며 자연을 봤고, 일출과 일몰을 통해 살아있는 하나의 생명체라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자유를 찾아 떠났던 여행이었지만 사실 돈의 제약으로부터 벗어나진 못했다. 게다가 토착민과의 갈등이 생긴 일도 있어 마냥 좋았던 것은 아니다. 한 달 동안 내가 쓴 돈은 숙박비와 차량 렌트비, 식비를 포함해 총 300만 원. 평상시라면 절대 쓰지 못할 돈이었다. 때문에 제주도에 도착하자마자 먼저 걸음 한 곳은 대형마트였다. 쌀을 사고, 필요한 조미료를 사 와 직접 해 먹어야 식비를 아낄 수 있었다. 처절하게 자본주의 사회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시사했다.
아쉽긴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좋았던 기억 한 가지를 가지고 살아간다는데 나에겐 이 생에서 더없이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그래서 나에게 또 이런 자유가 생기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때처럼 아등바등 지내고자 할까. 그 사이에 나는 이미 충분한 사회인으로서 한몫을 하고 있기 때문에 완전한 자유를 즐기지는 못하지 않을까.
아무런 걱정 없이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 누구나 다 생각해 보는, 꿈꾸는 일일 것이다. 나 역시 기나긴 인생 중 일주일만이라도 모든 연락을 차단한 채 지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근심 걱정 없이, 남의 연락을 대기하지 않고 오롯이 나만을 볼 수 있는 공간. 그래서 생각해 보건대 모든 억압에서 벗어나 비로소 자유를 얻었을 때 나는 어떤 행동을 할지가 궁금하다. 막연히 좋아하는 책을 읽을까. 할 것 없다며 지루해하지 않을까.
우리는 자의적으로 태어난 것도 아니고 인생을 원하는 대로 살지 못한다. 사소한 것들이야 선택할 수 있겠지만 큰 흐름으로 보면 우리는 항상 떠밀려 가고 있다. 그런 와중에 완전한 자유를 얻게 되면 어떤 삶이 펼쳐질지 가늠도 되지 않는다. 그저 그런 기회가 왔을 때 잘 잡을 수 있도록 대비하는 것밖에 할 수 없다.
사실 무인도에 똑떨어져도 혼자 잘 먹고 잘 살 자신이 있었다. 그것이 내가 인생에서 바라는 완전한 자유이며, 항상 염원했기 때문에 가장 좋아할 상황이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집을 짓고, 불을 피우고, 음식을 얻고 말 그대로 생존을 위한 활동을 한다고 생각하면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든다. 그 정도의 지식도 없고 단순히 잘 살 거라는 마음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누누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사람은 항상 모든 상황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답이 나온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도록 사전에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언젠가 찾아올 완전한 자유를 위해 그전 단계인 인생을 살아가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