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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엔너드 EngNerd Aug 27. 2021

배가 다리를 건널 때 다리가 버텨야 하는 무게는?

정수압과 부력

by 엔너드 EngNerd

#배 #다리 #마그데부르크 #수로 #정수압 #중력 #부력 #밀도 #파스칼 #아르키메데스 #공학 #과학 #기술 #과학기술






한때 커뮤니티에서 다음과 같은 짤이 유행이었습니다.

공학적인 면접 질문 - 화물선이 다음과 같은 다리를 건너고 있을 때, 다리가 버텨야 하는 무게는 늘어날까 줄어들까?


정말로 면접에서 나온 질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유체역학을 전공한 저에게도 매우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원래 다리 위에는 물만 있었는데, 배가 와서 배의 무게가 다리에 가해진다면 다리가 버텨야 하는 무게는 늘어나는 걸까요? 아니면 배가 떠있는 만큼 물이 밀려 나가서 그만큼 다리에 가해지는 무게가 줄어들까요? 배가 뜨는 이유는 부력 때문이라고 학교에서 배웠었는데, 그 배와 물을 지탱하는 다리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이번 시간에는 배가 떠다니는 다리에 숨겨진 공학에 대해서 탐구해보겠습니다. 그리고 본문에서 소개한 개념을 바탕으로 부력을 심도 있게 분석해보았습니다.






마그데부르크 수로, Magdeburg water bridge


배가 다리 밑을 지나가는 경우는 많이 봤어도 (예를 들면 광안대교) 배가 다리 위로 지나가는 경우는 생소하지 않나요? 그래서 위 그림의 다리가 상상의 다리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다리입니다. 바로 독일에 있는 마그데부르크 수로(Magdeburg water bridge)입니다.

독일에 위치한 마그데부르크 수로 [출처: 구글 지도]


마그데부르크 수로는 2003년 10월 10일에 완공된 세계 최초이자 유일무이한 배가 다니는 수로(canal)인데요. 폭이 32 m, 깊이가 4.25 m 나 되는 대형 수로입니다. 마그데부르크 수로는 엘베(Elbe) 강을 가로질러 서쪽의 미텔란트(Mittelland) 운하와 동쪽의 엘베-하벨(Elbe-Havel) 운하를 직접 연결하여 대형 상선이 라인란트(Rhineland)와 베를린(Berlin) 사이를 하강할 필요 없이 통과할 수 있습니다.

마그데부르크 수로 [출처: International Database and Gallery of Structures]


자,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마그데부르크 수로처럼 다리 위로 배가 지나가면 다리에 가해지는 힘은 어떻게 될까요? 그 해답은 바로 물의 압력에 있습니다.






정수압, Hydrostatic pressure


정수압(hydrostatic pressure)은 정지상태의 물(유체) 속에 작용하는 물의 압력(단위 면적당 힘)을 말합니다. 즉, 흐르지 않고 가만히 있는 물이 가하는 압력이죠. 이때 정수압이 있는 이유는 중력 때문입니다.


사람의 체중으로 목, 허리 또는 발바닥에 가해지는 압력 그림

서있는 사람을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중력은 지구의 중심, 즉 밑을 향해 가해지죠. 그렇다면 중력에 의해 목이 받는 압력은 어떤가요? 목 위의 머리에 의해 눌리는 압력일 겁니다. 마찬가지로 허리가 받는 압력은 머리+상체가 중력을 받아 누르는 압력이고, 발바닥이 받는 압력은 머리+상체+하체가 중력을 받아 누르는 압력입니다.


깊이 변화에 따른 물의 압력 변화

물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납니다. 수면에서 h만큼 잠긴 위치의 물은 그 위의 물기둥만큼의 물이 누르는 압력을 받습니다. 이 물기둥의 무게는

(물의 질량) x (중력가속도) 또는 (물의 밀도) x (부피) x (중력가속도)

입니다. 이를 압력(단위면적당 힘)으로 바꾸면 

(물의 밀도) x (높이) x (중력가속도)

이고, 이것이 바로 정수압입니다. 다시 말해 물의 무게로 발생하는 압력인 것이죠.


더 엄밀히 따지자면 물 위에 공기도 있기 때문에 공기가 누르는 압력 또한 존재합니다. 이를 대기압(atmospheric pressure)이라 부르며, 물의 압력에 대기압을 더해 주어야 정확한 정수압 값이 됩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대기압은 1 기압으로 거의 일정하기 때문에 본문에서는 생략하였습니다.


정수압은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습니다.   

(1) 물 안의 물체에 작용하는 정수압의 방향은 물체 표면에 수직이다.

(2) 물 안의 임의의 위치에서 정수압 세기는 수심에 비례하며 같은 높이에서의 수압은 모두 같다.

(3) 물 안의 임의의 위치에서 정수압 세기는 작용하는 방향에 관계없이 일정하다. (파스칼의 정리; Paskal's law)

정수압의 특징 (1), (2), (3)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두 번째 특징입니다. 즉, 정수압은 물의 높이(수위) 변화에 따라서만 그 크기가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위 그림의 (2)에서 a와 b와 c는 폭이 넓든 좁든 관계없이 깊이가 같으므로 정수압 세기가 같습니다. A, B, C도 마찬가지로 정수압이 같습니다.


이러한 정수압 개념은 잠수함 설계 또는 댐 건설 등 공학적으로 매우 다양하게 적용됩니다.


여기까지만 보더라도 문제의 질문에 답변할 수 있습니다.


첫째, 다리 위로 지나가는 배는 물을 밀어내며 앞으로 나아가지만, 다리 위 물의 양을 고려했을 때 수위 변화는 무시할 만큼 적을 것입니다.

둘째, 다리에 작용하는 압력은 (물의 밀도) x (다리 위 물의 높이) x (중력가속도) 입니다.

셋째, 수위 변화를 포함해 물의 밀도 및 중력가속도는 동일하므로 다리에 작용하는 힘(압력 x 면적)은 배가 있더라도 일정합니다.


따라서 다리가 버텨야 하는 무게는 늘어나지도, 줄어들지도 않고 일정합니다. 정수압으로 접근해보면 배가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죠.






부력, Buoyancy


한편, 앞서 설명한 정수압을 이용하면 부력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과학 시간에 아르키메데스 원리로부터 부력을 배웠죠. 아르키메데스 원리를 다시 떠올려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아르키메데스 원리 Archimedes' law (third century B.C.)

유체에 잠긴 물체는 밀어낸 유체의 무게와 동일한 수직방향의 부력을 받는다. (A body immersed in a fluid experiences a vertical buoyant force equal to the weight of the fluid it displaces.)

떠있는 물체는 잠긴 만큼의 유체 무게와 동일한 부력을 받는다. (A floating body displaces its own weight in the fluid in which it floats.)


물에 잠긴 물체가 받는 정수압 분포

위 그림에서 물에 잠긴 물체 표면에서 수직방향으로 작용하는 정수압만을 고려해보겠습니다. 상대적으로 깊이 잠겨 있는 아랫 표면에 작용하는 정수압은 위 표면에 작용하는 정수압보다 셀 것입니다. 따라서 물체는 물로부터 위 방향의 힘, 즉 부력을 받습니다.


정수압은

(물의 밀도) x (물의 높이) x (중력가속도)

이므로 미소면적(elemental area)에서의 위아래 압력 차이는

(물의 밀도) x (미소면적 내 물체의 높이) x (중력가속도)

입니다. 

힘은 압력에 면적을 곱하므로

(물의 밀도) x (물체의 미소부피) x (중력가속도)

이고, 이를 물체 전체에 적용하여 더하면 부력은

(물의 밀도) x (물체의 부피) x (중력가속도)

가 됩니다. 


떠있는 물체의 경우에는 물체의 부피 대신 물에 잠긴 부피로 계산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배운 대로 물체가 받는 부력은 물체의 부피만큼의 물의 무게와 같은 것이죠(=아르키메데스 원리).


그리고 정수압이 물체를 들어 올리는 힘이 물체의 무게보다 크거나 같을 경우 (부력 ≥ 중력) 물체는 물에 뜨게 됩니다. 이때 부유하는 물체 바닥의 정수압은 물체의 중력 때문에 늘어날까요? 아니요. 아래 그림처럼 원래 물이 누르던 압력을 물체가 누르는 것으로 바뀐 것일 뿐 압력 세기는 변하지 않습니다. 즉, 위의 문제에서 배가 다리 위에 있다고 해서 다리에 가해지는 압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죠.


중학교 때 부력을 위와 같이 배우지 않은 이유는 아마도 압력을 면적으로 곱하는 과정(압력 x 면적 = 힘)에서 미적분 개념이 들어가기 때문일겁니다. 비록 아르키메데스(287-212 B.C.)는 무려 1800년 전에 제시한 개념이지만요.






물이 아니라 공기 중이라면?


지금까지는 물 안에서 작용하는 압력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렇다면 물이 아니라 공기 중에서는 어떨까요?


밀폐된 통 안에 있는 드론

다음 그림과 같이 밀폐된 통 안에 드론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드론이 바닥에 놓여 있을 때와 비행할 때 바닥이 받는 압력은 다를까요? 드론이 비행한 만큼 무게가 증가할까요? 이 경우에는 배-수로 문제와 어떻게 다를까요?


이 문제는 나중에 이와 관련된 글을 쓰게 된다면 그때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유튜버 '공돌이 용달'님이 이와 관련된 실험을 한 영상이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시청해보세요. - EngNe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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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해당 글은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사진찍는PhD' 박사님(유체역학 전공)으로부터 검토받았습니다. 이에 감사드립니다.




참고자료

- White, F. M. (1994). Fluid Mechanics, McGraw-Hill. New York.

- Rhett Allain (2011). article 'Physics and the Magdeburg Water Bridge', WIRED


그림 출처

- 마그데부르크 수로: International Database and Gallery of Structures; https://structurae.net/en/structures/magdeburg-canal-bridge






해당 글은 유튜버 '사물궁이 잡학지식'에게 원고료를 받아 제공되었습니다: 배가 다리 위 수로를 건널 때 다리가 버텨야 하는 무게는 늘어날까?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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