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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엔너드 EngNerd May 17. 2021

자전거 안장은 왜 뾰족하고 딱딱할까?

자전거 안장의 형상과 쿠션

by 엔너드 EngNerd

#자전거 #안장 #골반 #궁둥뼈 #좌골 #페달링



이 글은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로 무단 복제 및 배포를 금합니다. 이 글을 인용하여 수익을 얻거나 이에 상응하는 혜택을 누리고자 하는 경우에는 저자와 사전에 별도의 협의를 하거나 허락을 얻어야 하며, 출처를 명확히 밝혀야 합니다.



이 글은 유튜버 '사물궁이 잡학지식'에게 원고료를 받아 제공되었습니다.

(자전거 안장은 왜 딱딱한 걸까? 편)






최근 자전거 도로가 확충되고 인프라 개선이 이뤄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위해 또는 교통수단으로써 자전거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서울 시내 도로나 한강 자전거 도로를 지나가다 보면 다양한 종류의 자전거를 발견할 수 있는데요. 자전거는 용도에 따라 산악 자전거(MTB), 로드바이크, 시티바이크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왼쪽부터 자이언트사의 SCR1 2021 (로드바이크), 첼로사의 XC PRO 30 2021 (MTB), 알톤사의 클래식 2407 (시티바이크)


그런데 자전거를 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안장이 딱딱한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레저용 자전거는 안장 앞부분이 뾰족해서 '여기에 앉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왜 자전거 안장은 딱딱하고 뾰족하게 만들까요? 스쿠터나 오토바이 안장처럼 푹신하고 넓을 순 없을까요?






자전거의 구조와 페달링


자전거를 타면 페달을 밟으면서 다리를 움직여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자전거 안장은 페달링(pedaling)을 할 때 하체의 움직임과 밀접한 관련이 있죠. 잠깐 주제에서 벗어나 자전거의 역사를 보면 1817년의 자전거(드라이지네, Daisine)는 발로 땅을 박차면서 앞으로 전진했었습니다. 이후 1880년대 세이프티(Safety)라는 자전거가 발명되면서 비로소 현대의 자전거 형태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Drais가 개발한 최초의 자전거, 드라이지네(Draisine), 1817년 [Whitt & Wilson, 1982]
로버(Rover)사의 세이프티(safety) 자전거, 1885년


자전거의 주 기능은 신체, 특히 하체를 이용해 바퀴를 굴려서 보다 빠르고 편하게 이동하는 것입니다. 물론 바퀴를 직접 굴릴 수도 있겠지만, 체인(chain) 또는 사슬이라 불리는 부품을 기어(gear) 또는 스프라켓(sprocket)에 맞물려 바퀴와 동떨어진 위치에서도 동력 전달이 가능한 획기적인 기술을 활용합니다. 그러면 발을 디디는 페달(pedal)을 몸통 밑에 위치시킬 수 있어, 발로 페달을 바닥 방향으로 누르는 방식으로 페달링을 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바닥 방향으로 힘을 주는 것이 체중을 실어서 페달링을 할 수 있으니 체력적으로 가장 효율이 높을 것입니다.

페달-기어-체인-스프라켓-바퀴 동력 전달 과정






페달링시 하체의 움직임


(c) dribbble

그렇다면 페달링을 할 때 하체의 움직임은 어떨까요? 먼저 페달링을 하는 동안 근육은 엉덩관절 폄근(hip extensor) → 무릎관절 폄근(knee extensor) → 발목관절 발바닥굽힘근(ankle plantar flexor) → 발목관절 발등굽힘근(ankle dorsiflexor) → 무릎관절 굽힘근(knee flexor) → 엉덩관절 굽힘근(hip flexor) 순으로 사용됩니다.

페달링하는 동안 사용되는 근육

왼쪽 그림: 페달링과 관련된 주요 하지 근육 개략도: (1) GMax 엉덩관절 폄근(hip extensor); (2) SM 엉덩관절 폄근 및 무릎관절 굽힘근(hip extensors/knee flexors); (3) VM/VL 무릎관절 폄근(knee extensors); (4) RF 무릎관절 폄근 및 엉덩관절 굽힘근(knee extensor/hip flexor); (5) GL/GM 무릎관절 굽힘근 및 발목관절 폄근(knee flexors/ankle extensors); (6) SOL 발목관절 폄근(ankle extensor); (7) TA 발목관절 굽힘근(ankle flexor). [Hug & Dorel (2009)]

오른쪽 그림: 12명의 트라이애슬론 선수로부터 얻은10개의 하지 근육에 대한 EMG(electromyograph; 근전도 검사) 활동 단계의 평균 시작, 오프셋 및 기간. [Hug & Dorel (2009)]

GMax, Gluteus maximus; SM, Semimembranosus; BF, Biceps femoris (long head); VM, Vastus medialis; RF, Rectus femoris; VL, Vastus lateralis; GM,  Gastrocnemius medialis; GL, Gastrocnemius lateralis; SOL, Soleus; TA, Tibialis anterior.



페달링 동작을 앞에서 보면 안장에 앉은 상태에서 허벅지가 아래위로 주기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무릎이 양옆으로 움직이기도 하죠. 안장은 이러한 하체 움직임에 방해되지 않도록 설계되어야 합니다.

라이더의 몸에 마커를 달고 위치를 추적하여 페달링시 신체 움직임을 분석하였다. 오른쪽 그림을 통해 무릎이 좌우로 옴직이는 것을 알 수 있다. [Moore et al. (2011)]


근육-동적 모델 시뮬레이션과 최적 설계 알고리즘에 관심이 있다면 Thelen et al. (2003) 논문을 읽어보세요(글 작성일자 Web of Science 기준 361회 피인용).






안장에 앉을 때 자세와 안장의 형상


앞서 살펴봤듯이 자전거 안장은 페달링할 때의 하체 움직임을 고려해서 설계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다리를 움직이면서 어떻게 앉아 있을 수 있을까요?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골반의 구조를 알아야 합니다. 골반은 다음 그림과 같이 크게는 궁둥뼈(좌골), 엉덩뼈(장골), 두덩뼈(치골)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골반의 구조

- pelvis: 골반 - 궁둥뼈(좌골), 엉덩뼈(장골), 두덩뼈(치골)로 구성

- sit bones 또는 seat bones: 궁둥뼈(좌골)

- pubic bones 또는 pubic ramus: 두덩뼈(치골)

- pubic symphysis: 두덩결합(치골결합) - 관절



안장에 앉을 때는 안장의 넓은 부분(아래 그림의 파란 영역에 해당)에 궁둥뼈(좌골)가 닿도록 해야 합니다. 이렇게 앉으면 궁둥뼈(좌골)가 상체 하중을 지지하게 됩니다. 그리고 안장 코(앞쪽)는 뾰족하게 만들어 페달링을 할 때 다리(허벅지)의 움직임에 방해되지 않도록 합니다. 다만 궁둥뼈(좌골)가 닿는 부위 근처(아래 그림의 녹색 영역에 해당)에는 허벅지가 닿습니다.

안장에 앉을 때 신체가 닿는 위치(왼쪽). 궁둥뼈(좌골)이 안장에 닿는 모습(오른쪽).



좀더 빠른 주행을 위해 몸을 앞쪽으로 숙이면 골반 중앙의 치골결합과 궁둥뼈(좌골) 사이의 두덩뼈(치골)가 안장에 닿으면서 압력이 분산됩니다. 그리고 앞으로 더 숙일수록 압력은 중앙 회음부(central perineal area)에 가까워집니다. 단, 체중을 분산시키기 위해 안장은 중앙뿐만 아니라 두덩뼈(치골)도 지지해주어야 합니다. 따라서 골반의 구조를 고려한다면 안장은 정면에서 볼 때 ㅅ자 모양, 즉 굴곡이 있어야 합니다.

여러 라이딩 자세와 안장에 가해지는 압력 위치(왼쪽). 몸이 앞으로 기울어지면 신체 하중이 골반의 앞으로 향한다(오른쪽).
두덩뼈(치골)가 안장에 닿는 모습(왼쪽). 정면에서 바라볼 때 안장에 압력이 가해지는 모습(오른쪽).



한편, 골반에는 두덩뼈(치골) 안쪽에서부터 치골결합 앞으로 나오는 신경(nerve)과 동맥(arteries)이 있습니다. 만일 몸을 앞으로 숙이면 안장에 의해 신경과 동맥이 압박받으면서 불편함을 느끼거나 무감각해지고 혈류량이 감소합니다(심한 경우 성기능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안장 코(앞부분)의 높이가 약간 낮게 설계되어 있습니다(또는 안장을 앞으로 기울여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어떤 안장은 가운데가 비어있기도 하죠(컷아웃; cutout).

신경과 동맥이 눌리는 모습
신경과 동맥이 눌리는 모습(왼쪽). 안장 코가 낮아지면서 완화된 모습(오른쪽).
위 그림의 안장에서 앉았을 때 안장에 가해지는 압력 분포 비교.
가운데가 비어 있는 안장 (컷아웃)



참고로 골반 구조는 남녀가 서로 다릅니다. 여성은 분만을 위해 골반 내 공간이 상대적으로 넓고 궁둥뼈 사이의 거리가 깁니다(남성: 6-16 cm, 여성: 9-17 cm). 또한 두덩뼈가 이루는 각도가 큽니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여성에게는 좌우 폭이 길고 비교적 평평한 안장이 더 적합합니다. 다만, 이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고, 남녀 성별에 따라 나누기보다는 본인의 좌골 사이즈에 맞춰 안장을 고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남성 골반(왼쪽) 및 여성 골반(오른쪽)
안장 폭에 따른 굴곡 변화







안장의 쿠션


너무 부드러운 안장에 앉았을 때의 궁둥뼈(좌골)

많은 사람들이 푹신한 소파나 쿠션, 의자에 편하게 앉아 있을 때를 상상하며 안장을 왜 딱딱하게 만들었는지 의아해 하죠. 그런데 너무 부드러운 안장은 자전거를 탄지 30-45분 정도 지나면 오히려 매우 불편해집니다. 안장에서 궁둥뼈(좌골)가 닿는 부분이 음푹 파이면 근육이나 힘줄처럼 연한 조직이 눌리기 때문에 약 3-40분 후에 뼛속 깊이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또한, 궁둥뼈(좌골)가 안장의 푹신함 때문에 더 깊이 들어가면 두덩뼈(치골) 또는 중앙 회음부가 압력을 더 강하게 받으므로 신경과 동맥이 더욱 압박받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게다가 안장과의 접촉 면적이 증가하면 땀 배출과 공기 순환에도 비효율적이죠.


한편, 장거리로 속도를 내면서 타는 것이 아니라 편하게 타는 시티바이크(대표적으로 서울에 있는 따릉이)의 경우 안장이 부드러워도 지장이 없겠죠. 오히려 푹신하게 만들어서 편하게 앉아 타는 것이 더 좋을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안장 폭도 넓은 편이죠.

이렇게 라이딩 목적에 따라 안장의 쿠션과 크기, 형태가 다를 수 있습니다.






앞서 살펴봤듯이 자전거 안장은 라이더의 건강과 주행 성능을 고려해서 목적에 따라 라이더에게 적합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특히, 자전거 안장과 맞닿는 골반은 그 구조가 개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안장 설계는 꽤나 복잡합니다. 자전거 제조업체와 별개로 안장 설계 업체 및 베테랑이 따로 있는 이유이기도 하죠. 자전거 안장에 숨겨진 공학 기술, 이제 이해가 되시나요? - EngNerd




참고문헌

- Whitt, F. R., & Wilson, D. G. (1982). Bicycling science.

- Hug, F., & Dorel, S. (2009). Electromyographic analysis of pedaling: a review. Journal of electromyography and Kinesiology, 19(2), 182-198.

- Moore, J. K., Kooijman, J. D. G., Schwab, A. L., & Hubbard, M. (2011). Rider motion identification during normal bicycling by means of principal component analysis. Multibody System Dynamics, 25(2), 225-244.


그림 출처

https://mechanicalpages.blogspot.com/2013/06/chain-drives-add-caption-chain-drives.html

https://sqlab-usa.com/pages/saddle-ergonomics-explained

http://www.amc.seoul.kr/asan/healthinfo/body/bodyDetail.do?bodyId=7

https://www.cyclingabout.com/saddle-comfort-for-cyclists-the-best-bicycle-touring-seats/

http://m.ppomppu.co.kr/new/bbs_view.php?id=bike&no=311861

https://youtu.be/l-wdfEcedq8?t=46

http://bikeclothing.com/index.php/proper-fit/bike-seats-aka-saddles

https://www.ergonbike.com/en/fe-ergonomic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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