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의 자기 안정성
by 엔너드 EngNerd
#자전거 #안정성 #균형 #자이로스코프 #캐스터 #하중분포
우리가 주로 타는 자전거는 바퀴가 앞뒤로 2개 있죠. 그래서 가만히 세우면 옆으로 픽 쓰러집니다. 이렇게 혼자서는 가만히 서있지도 못하는 자전거이지만 페달을 밟아 움직이기 시작하면 달라집니다. 옆으로 쓰러지지 않고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죠. 어떻게 자전거는 바퀴 2개만으로 균형을 잡을 수 있는 걸까요?
자전거를 탈 때 옆으로 잘 넘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직접 타본 사람들은 이미 몸소 경험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자전거는 사람이 없어도 스스로 균형을 잡는다는 사실, 알고 있었나요? 자전거만 앞으로 쭉 밀 때 혹은 자전거를 타고서 손을 놓고 타보면 자전거가 옆으로 넘어지지 않고 스스로 균형을 잡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9ewqeheLL_I&ab_channel=vudu84blog
https://www.youtube.com/watch?v=j0ilP8kb8dM&ab_channel=ArendSchwab
위 영상에서처럼 자전거가 균형을 잡는 방법은 손바닥 위에 막대기를 세우고 유지하는 방법과 유사합니다. 손바닥 위에 있는 막대기가 넘어지려고 하면 손을 넘어지는 쪽으로 움직여서 막대기를 다시 세우죠. 자전거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신 바닥이 아니라 자전거를 움직여서 자전거가 넘어지는 위치로 핸들을 틀면 다시 세울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전거는 어떻게 자기 스스로 균형을 잡을 수 있는 걸까요? Francis Whipple은 1899년 'The stability of the motion of a bicycle' 라는 논문에서 강체 동역학 방정식(rigid body dynamics equation)을 이용해 자전거가 자기 안정성을 가진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왜 자기 안정성을 가지는지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지는 못했죠. 자전거의 자기 안정성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Felix Klein과 Arnold Sommerfeld는 1910년 '자이로 이론에 대해(Über die theorie des kreisels)'라는 책을 통해 Whipple의 자전거 모델에서 자이로스코프 효과 때문에 자기 안정성이 생긴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보였습니다. 자이로스코프 효과란 회전하는 바퀴가 계속 동일한 방향으로 회전하려는 성질, 즉 각운동량 보존법칙(conservation of angular momentum)때문에 회전축 방향이 바뀌지 않고 계속 유지하려는 현상을 말합니다. 따라서 자전거가 나아갈 때 회전하는 바퀴는 충분한 각운동량을 가지고 있어 잘 넘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쓴 책에서는 치명적인 오류가 있었습니다. 증명과정 중 2군데에서 부호를 잘못 썼던 것이죠. 이 때문에 자이로스코프 효과가 자기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그들의 주장은 신빙성이 다소 떨어졌고, 다른 효과들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eXIV-wMVUk&t=68s&ab_channel=AmangeldiTorayew
David E. H. Jones는 1970년에 자이로스코프 효과 외에도 캐스터(caster) 또는 트레일(trail)이 자기 안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자전거 앞바퀴를 보면 핸들축(조향축, steering axis)의 연장선이 지면과 만나는 지점(그림의 파란색 파선)은 바퀴가 지면에 닿는 지점(그림의 빨간색 파선)보다 앞에 있습니다. 이를 트레일이라 부르는데, 트레일때문에 바퀴는 핸들축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정렬됩니다. 마치 사무실 의자 또는 쇼핑 카트에 달린 캐스터 바퀴처럼 말이죠. David Jones는 퍼텐셜 에너지 모델(potential energy model)을 이용해 포지티브 트레일(positive trail)일 때만 자기 안정성을 가진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퍼텐셜 에너지 모델(potential energy model)은 자전거가 정지한 상황일 때만 고려한 것이고, 자전거가 움직이면 다른 변수도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J. D. G. Kooijman과 J. P. Meijaard, Jim M. Papadopoulos, Andy Ruina, 그리고 A. L. Schwab는 적절한 하중 분포를 가지고 있다면 자이로스코프 효과와 캐스터 효과가 없는 자전거(Two-Mass-Skate bicycle; TMS)에서도 자기 안정성을 보인다는 것을 실험 및 이론을 통해 밝히고 2011년 <사이언스(Science)> 저널에 게재했습니다 [Kooijman et al. (2011)]. 이들은 자전거를 모델링하여 선형화 방정식을 세운 뒤, 자기 안정성을 이루기 위한 조건을 수학적으로 계산하였습니다. 또한 앞바퀴와 반대방향으로 회전하는 바퀴(counter-spinning wheel)를 추가로 달아 자이로스코프 효과를 없애고, 캐스터와 반대 역할을 하도록 네거티브 트레일(negative trail)을 가지게 함으로써 캐스터 효과를 없앤 자전거를 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실험을 통해 해당 자전거가 적절한 하중 분포를 가진다면 자이로스코프 효과 및 캐스터 효과가 없음에도 스스로 균형을 잡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이 결과는 과거에 주장한 원리들을 모두 부정한 것인데요. 다만, 연구진들은 자이로스코프 효과, 캐스터 효과, 적절한 하중 분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자전거의 자기 안정성이 일어나며, 자이로스코프와 캐스터를 무시할 수는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cZCzr9ExKk&t=359s&ab_channel=CornellUniversity
지금까지 자전거가 라이더없이 스스로 균형을 잡는 원리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설명이 명쾌하진 않죠? 앞서 말했듯이 자이로스코프, 캐스터, 하중 분포 등 여러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자기 안정성을 이루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연구는 앞으로 더 안정적인 자전거를 개발하거나 자전거 로봇을 개발하는데 응용될 수 있습니다. 혹은 위 사진 속 자전거처럼 넘어지지 않도록 운전을 보조해주는 장치를 개발할 수도 있구요. 자전거의 자기 안정성에 대한 이론은 두 바퀴만으로도 움직일 수 있다는 단순함을 생각해봤을 때 활용가능성이 무궁무진하겠죠.
아무튼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는 옆으로 넘어질 걱정없이 자전거를 잘 타고 다니고 있습니다. 바로 '자전거가 넘어지려고 하면 그 방향으로 핸들을 틀어서 균형을 다시 맞추는 방법'을 익혀서 말이죠. 데이비스 캘리포니아 대학(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에서 스포츠 역학을 연구하는 엔지니어인 Mont Hubbard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자전거를 탈 줄 알지만, 아무도 우리가 어떻게 자전거를 타는지 모른다(Everybody knows how to ride a bike, but nobody knows how we ride bikes)."
- EngNe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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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식은 수직으로 서있는 자전거가 정면으로 주행할 때 (기울기 각도 φ, 조향각 δ, 주행 속도 v) 강체 운동 방정식을 나타냅니다. Kooijman et al.도 위의 식을 이용하여 수학적 계산을 하였습니다:
참고로 forward motion에 대한 방정식도 있지만 linearized dynamics에서는 lateral motion과 decoupled되어 있기 때문에 따로 보면 됩니다. 우리는 자전거가 옆으로 넘어지는지에 대한 self-stability에 관심이 있으므로 forward motion은 보지 않습니다.
이 식은 q=[φ, δ]^T 에 대한 2차 미분방정식입니다(T는 transpose). 이 q에서 φ는 자전거의 좌우 회전(roll angle), δ는 앞 바퀴의 회전(steering angle)을 뜻합니다. 자전거가 정면으로 잘 서있으면 q=[φ, δ]=[0, 0]입니다. f=[T_φ, T_δ]^T는 generalized torque 입니다. 자전거가 받는 토크(torque), 즉 힘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T_φ는 external roll torque, T_δ는 inter steering torque입니다. v는 자전거 주행 속도(forward speed), g는 중력가속도입니다. 나머지는 상수 행렬(matrix)입니다.
M: symmetric positive-difinite mass matrix
C: damping-like (실제로 damping은 없음) matrix
K: stiffness matrix
1. 특성 다항식의 계수 E >0
2. 강성 행렬 K의 고유값이 둘 다 음수(negative)
3. det(K) > 0
4. 일정한 조향각과 기울기 각도를 유지한 채 회전할 때, 조향 토크의 부호와 조향각의 부호는 서로 반대 (예를 들어, 오른쪽 핸들바를 앞으로 밀면 오른쪽으로 꾸준히 회전할 수 있다.)
5. 일정한 조향각과 기울기 각도를 유지한 채 회전할 때 작용하는 제어 토크가 풀릴 때, 먼저 자전거가 기울어지는 쪽으로 더 회전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2Y4mbT3ozcA&ab_channel=TEDxTalks
https://www.slideshare.net/TransportTUD/transport-thursday-24-january-2013-arend-schwab
- Borrell, B. (2016). The bicycle problem that nearly broke mathematics. Nature News, 535(7612), 338.
- Jones, D. E. (2006). The stability of the bicycle. Physics today, 59(9), 51.
- Kooijman, J. D. G., Meijaard, J. P., Papadopoulos, J. M., Ruina, A., & Schwab, A. L. (2011). A bicycle can be self-stable without gyroscopic or caster effects. Science, 332(6027), 339-342.
2021.09.03. 수정: 자전거 모델 해석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을까봐 보충 설명을 추가하였습니다.
해당 글은 유튜버 '사물궁이 잡학지식' 에게 원고료를 받아 제공되었습니다: 자전거는 어떻게 균형을 잡는걸까?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