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작성했던 스페인어 플렉스 시험 준비(https://brunch.co.kr/@soydam/7)에 이어 본격적으로 어떤 식으로 공부를 했는지 정리해보려 한다. 나이가 먹어갈수록 기록이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다. 뒤돌면 고작 어제의 일도 기억에 남지 않는다. 그러니 이렇게 기록하여 나중에 내가 지금 어떻게 공부했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남겨본다.
이 노트는 내가 처음 스페인어를 공부하며 정리가 필요하다고 느꼈을 때 사용했던 것으로, 내가 스페인어에 관심을 가진 기간과 마찬가지로 근 10년은 된 노트이다. 나의 초반 기록들과 손때가 묻은 노트이다. 지금 와서 다시 보면 정말 기초적인 내용들이 주로 담겨있지만, 당시 얼마나 간절히 이 언어를 알고 싶어 했는지 이 노트를 볼 때마다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 든다. 이제는 소중한 기록이다.
첫 번째 페이지다. 이때는 어느 정도 스페인어의 형태를 무식하게 익혀뒀을 때라 어렴풋이 머릿속에 날아다녀 어떻게 정리를 할지 생각을 하며 필기를 해나갔던 것 같다.
노트 상단을 보면 마스킹테이프를 이용하여 포스트잇처럼 자주 보며 참고할 만한 부분을 표시했었다.
내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처음 이 노트에 정리를 시작한 게 2014년(또는 2016년)인데 한 곳에 기록해 참고하고자 드문드문 공부할 때마다 이 노트를 펼쳤었다. 브런치 기록을 위하여 사진을 촬영하면서 느낀 건 당시 필기할 때마다의 날짜를 써두었다면 좋았을 텐데였다. 그러던 중 마침 또 날짜를 써둔 페이지가 보여 찍어보았다. 2018년도 때의 필기다.
이것은 뒷페이지인데, 앞에서부터 순차로 필기를 한 것이 아닌 뒤에서부터 또 따로 필기를 해둔 것을 보면 분명 나름의 이유가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 와서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때의 열정이, 그때의 젊음이, 그때의 상황이, 그때의 시간이, 그때의 내가 그립다. 참 신기하게도 2014년도엔 나영석 PD의 '꽃보다 할배 스페인편'이 큰 인기를 끌면서 스페인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졌었다. 이 뒤로도 스페인 관련 예능 프로그램이 계속 나오면서 스페인으로 여행을 가는 사람들도 늘고, 스페인어를 배우려는 사람도 많아지면서 이러한 영향 때문인지 스페인어 관련 콘텐츠 또한 점점 많아지는 게 보였다.
시간이 흘러 나는 취업을 했고 2020년 나는 스페인어 회화 학원을 다녀보기로 했다. 당시 학원을 알아볼 때 나왔던 두 곳이 있었는데 레알스페인어 학원과 펠리스스페인어 학원이었다. 펠리스 학원으로 결정하고 홍대점과 강남점 중 그나마 집에서 다니기 편한 홍대점으로 등록을 했었다.
레벨테스트를 한다는 것을 알고 갔기에 당시 증발했었던 단어변형 형태를 다시 한번 곱씹고, 바짝 외워 갔던 것이 생각난다. 기억이 어렴풋한데 회화 수업을 듣고 싶다고 다 들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초보반조차도 레벨테스트를 통해서 회화수업을 들어도 될지 여부를 확인 절차였다. 레벨테스트는 통과를 하고서 이게 뭐라고 내심 으쓱했던 것 같다.
분명 처음에는 홍대점으로 가서 등록은 했는데 왜 내 기억은 강남점에서 수업을 들었던 것 같은지... 이래서 기록이 필요하다.
총 두 번의 학원 등록을 했었고, 두 번째 때는 회사 퇴근길에 듣고 싶어 회사에서 이동이 편이한 강남점으로 등록을 했었다.
각각 수업의 선생님은 기억이 나는데 그때의 상황이 굉장히 흐릿하다.
이런 식으로 당시 받은 수업자료들은 파일철에 모아두었다.
플렉스 시험공부를 어떤 식으로 했는지 정리하는 김에 앞서 내가 공부해 왔던 기록들도 함께 정리하고 싶어 적어보는 중인데, 현재 내가 자취하는 집에 가지고 있는 스페인어 서적도 다시 한번 둘러보았다.
이 책들은 구매한 지도 5년 안팎으로 시간이 꽤 흘렀지만 플렉스 교재를 구매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구매했던 서적들이다(스페인어 소설책 제외하고). 물론 위 책들을 한 번에 산 건 아니고 두 번? 세 번? 에 나누어 구매를 했다. 특히 중간에 있는 '영화로 배우는 스페인어'의 경우 내가 좋아하는 영화인 'Chico y Rita'여서 고민 없이 구매했었다. 사진 속엔 없지만 시원스쿨 교재로 지금 내 옆 책꽂이에 꽂혀있는 '스페인어 능력시험 대비 한 권으로 끝내는 DELE B1'도 있다. 알지도 못하면서 마음만 앞서 몰라도 무작정 문제를 풀면 익혀지겠지 생각하며 문제를 풀어간 흔적만 조금 남아있다.
이런 책도 있었나 싶었다. 아마 위의 책들을 구매하면서 온 사은품이었나 싶기도 하다. 소설책을 제외하고 지금 가지고 있는 책들은 이 정도인 듯하다.
(아! 한 권이 더 있다. '한 권으로 끝내는 스페인어 능력시험 DELE B2~C1 어휘·쓰기·관용구편')
나중에 기회가 되면 소설책을 포함하여 내가 가지고 있는 스페인 관련 책들을 한 곳에 다 모아봐야겠다.
이쯤 하고, 이제 플렉스 얘기로 넘어가도 될 것 같다. 지난 글부터 자꾸 서론이 길어진다. 오랜만에 하는 스페인어 공부에 매번 그러하였듯 동사변형 형태를 훑으며 시작했다. '이게 가능하겠나, 이렇게 기초부터 해야 하는데' 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지만 일단 했다. 무식한 게 용감하다고 했다.
일단 사진 속 책들이 '플렉스업' 교재를 시작으로 내가 이번에 플렉스 시험공부를 하면서 봤던 책들이다(여기다 전자책으로 '플렉스 스페인어 뽀개기'도 봤는데, 이동하거나 책을 보기 어려운 상황일 때 이용하려고 전자책으로 구매한 것이었지만 공부는 역시 종이책으로 해야 하는 것 같다).
플렉스 시험 형태, 플렉스 공부법, 플렉스 합격 후기 등을 찾아보았고, 플렉스 교재가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많지 않은 교재에다가 하물며 한국외대에서 출판한 교재는 더 이상 발행을 하지 않는지 절판으로 구할 수가 없었다. 평소 중고물품에 대해 색안경이 있고, 이왕이면 새 상품이 낫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지라 처음엔 일단 구할 수 있는 책부터 구해서 보자 했던 것 같다.
처음 플렉스업 문제를 풀 때 생각보다 독해의 글이 읽혀 신기해하며 풀었었다. '어? 사실 나도 모르는 게 스페인어가 늘고 있었던 건가?' 싶었다. 물론 틀리기도 많이 틀렸지만 이때 맞고, 틀리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듣기의 경우에도 생각보다 들려서 신기했었다. 그리고 속도가 굉장히 느리게 느껴져 '어? 시험에서 이 정도 속도로 나오는 건가?' 하고 가능성 있지 않을까 생각도 했었다. 이 생각 중에도 역시나 많이 틀렸었지만 이제 시작이니 크게 개의치 않았다.
문제는 문법이었다. 문법은 아무리 요리조리 살펴봐도 답이 안 보이고, 짜 맞출 수도 없었고, 문제의 의도조차 파악할 수 없었다. 문법에 대해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으니 당연하다. 문법뿐인가 어휘도 너무 부족했다. 처음에는 플렉스 시험에서 자주 사용되는 단어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문제를 풀면서 모르는 단어들을 체크해 가며 머릿속에 넣어야지 했었다.(그렇지만 공부할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안 되겠다 싶어 나중에 '플렉스·스널트 스페인어 필수단어' 책을 구매하여 달달 외웠다.)
ChatGPT(이번 스페인어 공부에 큰 도움을 받았었는데 스페인어 문장 구조나 책의 해설로는 부족한 내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때 많이 애용했었다)로 필수단어 100개, 1000개 등 요청해서 받아보기도 했는데 생각보다 내가 아는 단어가 분명 많았지만 그건 정말 말 그대로 '기초'이자 '기본'단어였던 것 같다. 실질적으로 시험을 치르기에는 말도 안 되는 어휘 수준이었다.
시험 때까지 두 달 정도 남은 상태였는데 분명 부족하지만 그래도 아직 기간이 좀 남아있단 생각에 초반에 안일하게 공부했던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원하는 점수를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만한 생각도 했었다.
다시 플렉스업으로 돌아가서 얘기해 보자면 플렉스업을 구매하고서 안의 내용을 보았을 때 당황스러웠던 건 책의 두께에 비해 문제의 양이 적다는 것이었다. 일단은 한국외대에서 출판한 가장 최신판(그것도 2019년도다!)이므로 찬찬히 문제 유형들을 살펴보았다. 이때 독해를 풀 때 문장구조가 완벽하게 눈에 들어와서 풀었다기보다 단어(유추), 앞뒤 문장으로 파악하며 대략적으로, 혹은 감으로 풀었었다. 그리고 답을 맞혀본 후 꼼꼼하게 직독직해를 했다.
플렉스업 교재를 다 풀고 나서도 할 만하겠단 오만한 생각이 있었는데 정말 공부를 덜했기 때문에 든 생각이었다. 그 뒤에 구매한 책이 전자책 '플렉스 스페인어 뽀개기'였다. 전자책이라 아이패드나 핸드폰을 통해 보긴 했으나 종이책처럼 공부하기 쉽지 않았다. 시험 포인트나 문법 부분들을 체크하며 보았고, 뒤에 단어와 숙어 등이 정리되어 있는데 어휘가 부족했기 때문에 참고하기에 좋았다. 학창 시절 영어 단어 외우는 기분이었다.
지금 돌아보니 계속 드는 생각은 플렉스 시험공부 초반에 정말 안일했다는 것이다. 오늘은 일단 여기서 마무리를 짓고 다음 편에 이어서 계속 정리해야겠다.
2025-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