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고 싶은 것

당장은 퇴사

by 소이담


문득 오랜 시간 사회생활을 하는 직장인들이 모두 대단하게 느껴졌다. 우리 아빠, 엄마도 긴 세월 어떻게 버티시면서 출퇴근을 하셨을까. 나만 어른이 되지 못하는 것 같다. 퇴사하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하다.

회사는 돈 버는 곳이라고 생각해도 내 삶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 회사이기 때문에 회사가 나란 존재에게 미치는 영향이 결코 적지 않다. 몇 달 전 직장동료로부터 책을 추천받았었다. '우리는 왜 남들보다 쉽게 지칠까'라는 책이었다. 이 책을 보고 내가 생각났다며 추천을 해주었는데 직관적인 책 제목 덕에 바로 찾아 읽어보았다. 내 속 마음을 들여다본 것처럼 공감이 많이 되는 책이었다. HSP(매우 예민한 사람)라는 용어도 처음 알게 되었다. HSP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사회 속 인간관계에서 쉽게 지치는 걸 알 수 있었는데 나도 그들 중 하나 같았다.


'퇴사를 하면 이곳보다 더 나은 곳을 갈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자신이 없다. 아니 그럴 만한 실력도 없다. 그런데 사실 이 질문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더 나은 곳을 간다고 내가 그 속에서 잘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역시 자신 없다. 아마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일까?'에 대한 답을 찾는 게 맞을 것이다.


아무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퇴사를 하려니 나중에 혹시라도 후회할지도 모르는 내 모습과 나의 직장을 자랑스러워하는 부모님의 모습에 쉽게 퇴사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내가 아직 세상의 쓴맛을 덜 본 것일까. 왜 난 지금의 삶에 만족할 수가 없는 걸까. 나를 설명하기 위해 이런저런 수식 없이 내 직업 하나만 이야기해도 더 이상 내가 뭐 하는 사람인지 증명하지 않아도 되기에 편한 점은 분명 있지만 나는 내 직장에 대한 만족감이 크지 않다.


밥도 잘 챙겨 먹고, 달리기도 제법 꾸준히 해왔는데 다시금 무기력감이 나를 찾아와 이불속으로 들어간다. 삶에 목표가 없어서 그런지 하루하루 기대되는 것도 없고, 꾸역꾸역 회사에 나가는 게 전부다. 최근에 스페인어 시험 결과를 받고서 더 의욕이 없어진 것 같기도 하지만 당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내 삶은 어디를 향해 가는 건지 생각이 많아진다. 미래를 기대하던 내가 미래를 생각하면 한숨과 걱정만 난다.


시간이 지날수록 행동보단 걱정이 앞선다. 돌아보면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하고, 기록하는 것도 좋아하고, 외국어에도 관심이 있는 나의 가장 큰 문제점은 꾸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내가 그냥 흘려보낸 시간 동안 누군가는 꿈을 이루고, 많은 변화를 이룬 것을 보며 꾸준함과 시간의 힘을 느꼈다.


'가능성 중독'이란 말을 본 적이 있다. '언젠가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만 집착하여 실제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상태를 말하는데 나의 모습 같았다. 이제는 뭔갈 크게 이루고 싶다는 욕심도 없고, 그저 소소하게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걸 쌓아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일단 내년에 스페인어 델레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잡고 공부를 할 예정이고, 11월부터 스페인어 학원을 주 2회 다닐 계획이다. 점점 사라지는 열정이 두렵다. 꼭 붙들고 공부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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