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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소예 Jan 21. 2024

내 남편과 결혼해줘

일상 기록 - 드라마 이야기

제목이 자극적이다.


지인의 남편이 바람을 피워 

남편의 어린 상간녀를 자신의 집으로 호출했고

상간녀에게 갓난아기를 안겨주며 

"니가 여기 들어와서 오빠랑 살아"라고 말했다는

한 맺힌 스토리가 떠오르는 제목이다. 


시나리오 쓰는 것에 관심 있으면서

드라마 보는 게 무섭다면 오류일까?


"정주행의 늪에 빠지는 게 무섭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그놈의 '연민'이 항상 문제인 것을.


빠지기 시작하면, 

함께 울고 웃고 마음 졸이며

다음 화를 기다려야 한다. 


드라마와 인간관계.

엄청난 에너지 소모. 시간 투자. 짜증 유발. 

하지만, 반전의 힐링...


"내 남편과 결혼해줘."


아들은 엄마 뭘 또 '막장 드라마' 보고 있어?라고 묻는다.


박민영, 나인우 나오니까 막장은 아닌 것 같고

품위 있는 거 같은데 왜?라고

오히려 큰소리친다. 


여주인공이 타임슬립해서 자신을 가스라이팅한 사람들로부터

구해 내고...샬라샬라...전 남편과 남편의 상간녀에게 

질질 끌려다니지 않고, 새 인생을 살아보고자....샬라샬라...


고 3 아들이 말한다. 

"엄마 그게 막장이야"


딱히 할 말은 없다.


나는 왜 이 드라마를 보고 있는 것일까?


1. 복수하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2. 여주인공이 위암 환자라서?

3. 현재 싸워야 하는 남자들이 있어서?


1번

타임슬립해서 복수하고 싶은 사람을 만난다면

그 앞에서 할 말을 다 할 수 있을까?

글쎄다..


2번

위암인 여주인공이 살아나서 똑똑하게 계획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카타르시스를 주는 것일까?

위암으로 돌아가신 엄마가 전생으로 가서

엄마를 괴롭힌 큰 엄마에게 소리를 버럭 지른다면

속이 시원할지도 모르일이다.


3번

안 좋은 경기덕으로 미수금의 늪에 빠져있다.

비록 남편 업체의 치마 사장이긴 하나

난 이 난관을 '법적'으로 잘 헤쳐나가야 한다. 

과연 법정 앞에서 

"존경하는 판사님 샬라샬라...."

할 말을 잘할 수 있을까?


근데 이건 그렇다고 믿는다.

그렇게 믿어야 올 한 해를 잘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여주인공처럼 어깨 파인 옷 입고, 하이힐 신고

미모를 뽐내며 멋지게 응징하지는 못할지라도

순리대로 '법의 아름다운 처분'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반드시!


여하튼 현재의 나는

어머니들이 복수극을 좋아하는 이유를 알아버린

그런 나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만 나이 아직 40대에 걸쳐 있거늘

머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지혜의 빛(새치)과 함께

복수극의 재미를 알아버렸네. 


뭐 이왕 빠진 거, 

인어아가씨 아니 인어아줌마..

여하튼 그런 여주인공은 아닐지라도

작은 가스라이팅도 감지해 내는 당찬 캐릭터가 되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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