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이다.
모든 어린이가 행복한 날이면 좋겠는데...
코로나 때문인지 아동학대는 갈수록 더 악랄해지는 것 같고,
희생양이 되는 천사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오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어린 시절의 아픔이 담긴 영화 한 편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단, 심리학적인 보고서로 구성된 글이라 매우 딱딱하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영화를 보는 다른 시각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살포시 내려놓는다.
영화의 단순 감상평이 아닌, 심리학적 보고서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글임을 말씀드립니다.
심리학을 석사 전공했으나 업계에서 일하고 있지 않습니다.
단순한 공부의 기록, 고민의 흔적일 뿐입니다.
심리학에 관심 있는 분만 읽어주세요.
< 제목 : 영화 ‘월플라워’의 주인공 '찰리'의 정신장애에 대한 제안 >
1. 영화 ‘월플라워’(The Perks of Being a Wallflower, 2012)
* 작가 ‘스티븐 크보스키’ - 1999년 발표 소설 → 직접 각색하여 연출한 작품.
역대 최고의 성장소설 100선 선정 /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 / 전미 100만 독자 열광 / 유수 영화제 9개 부문 수상
* 국내 2013년 4월 개봉
2. 영화 작품 선정의 이유
며칠간 ‘영화 속 정신장애’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했지만, 이야기하고 싶은 영화를 고르지 못하다가, 네이버 상단에 ‘어린 시절 아픔 영화’라는 키워드를 입력해 보았다. 그러자 통합검색의 제일 첫 줄에 <힐링 영화 추천 ‘월플라워’ 어린 시절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면>이라는 게시물이 눈에 들어왔다. 어떤 블로거의 ‘인생영화’라고 하니 나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힐링 영화를 보고 싶었던 사심이 작품 선정의 이유이다.
3. 제목 ‘월플라워’(Wallflower)의 의미
‘벽의 꽃’이란 파티에서 벽에 붙어 서 있는 인기 없는 아가씨를 은유하는 단어로, 파티에서 춤출 사람이 없는 외톨이를 뜻하는 단어이다. 따라서 단어가 주는 의미는 외톨이, 왕따, 외로움, 고립과 같은 단어들이며 이는 곧 주인공 찰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단어이다.
4. 주인공 찰리의 현재 문제와 가족
찰리는 고등학교에 진학하였다. 첫 등교 날부터 불안한 모습이 역력한 찰리는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못하고 종종 놀림을 당하며 밥도 혼자 먹는 처지이다. 고등 영어 수업을 듣는 우등생이지만 소심함 때문에 선생님이 낸 퀴즈의 답을 알아도 손을 들지 못한다. 찰리는 고등학교 생활이 중학교보다 더 끔찍하다고 생각하지만, 부모님께서 걱정하실까 봐 집에서 내색하지 않는다. 글쓰기를 좋아하고 언어적 능력이 뛰어난 찰리는 영화 스토리 내내 가상의 친구에게 편지를 쓰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편지에 종종 등장하는 ‘헬렌 이모’는 자신의 마음을 얘기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지만 돌아가셨기 때문에 그리움의 존재로 표현된다. 또한, 편지에 늘 적는 내용은 ‘빨리 친구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그 또래의 고민이다. 찰리는 부모님과 형, 누나가 있는 가정의 막내로 따뜻한 보살핌 속에 생활하지만 불안함 때문인지 약을 복용하고, 학교에서도 계속 타인들의 눈치를 보며 혼자 다니고, 심지어 풋볼 경기도 혼자 관람하러 간다.
5. 찰리의 친구 관계(대인 관계)
풋볼 경기장에서 찰리는 같은 수업을 듣는 꼴통 선배 패트릭을 보게 되고 용기를 내어 그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패트릭의 이복남매인 미모의 샘도 만나게 된다. 이들과 친구가 된 찰리는 또래들의 파티에도 어울리게 되며 다소 품행에 문제가 있는 친구들을 사귀게 된다.
패트릭 - 동성애자
샘 - 폭식 주의자
밥 - 마리화나 중독자
엘리스와 메리 - 우등생이지만 일탈을 즐기고 싶어 함.
이들은 품행에 문제가 있지만 찰리를 따뜻하게 맞아주고,
그들 덕분에 찰리는 외로움에서 탈피하고 활기를 찾아간다.
엔더슨 선생님 -
찰리의 재능을 알아보고 멘토 역할을 하는 고등 영어 선생님
찰리는 선생님의 권유로 에세이도 쓰게 되고, 책도 많이 보게 된다.
앤더슨 선생님은 학교에서 생긴 첫 번째 친구이자, 찰리를 지지해주는 소중한 존재이다.
6. 찰리의 이성관계
선배인 샘을 짝사랑하는 찰리는 그녀의 공부를 도와주며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조력자 역할을 한다. 하지만 샘의 옆에는 늘 형편없는 애인이 있어서 짝사랑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한편, 메리의 제안으로 파티에 같이 가게 된 찰리는 원하지 않게 메리와 사귀게 되나 샘에 대한 진심이 묻어나는 진실 게임으로 한꺼번에 모든 친구를 잃게 된다. 찰리는 이 기간에 정신병리적 문제를 많이 겪게 된다. 영화의 말미에는 찰리가 그동안 적었던 책을 샘에게 선물하고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게 된다.
7. 과거 history와 충격적 반전(내면의 이야기)
이야기의 진행과정 속에서 찰리는 종종 충격적인 고백을 하게 된다.
* 1년 전 자살한 친구 이야기
품행이 단정치 못한 친구들의 파티에 처음으로 참석한 찰리는 밥의 권유로 마리화나가 들어간 브라우니를 모르고 먹게 된다. 몽롱한 상태의 찰리는 ‘작년에 절친이 총으로 자살했다’는 것을 샘에게 이야기하게 되고, 불량한 친구들은 안타까운 사연으로 그를 친구로 맞이하게 된다.
* 헬렌 이모의 기억
찰리는 누나와 남자 친구가 싸우는 모습을 보고 헬렌 이모의 모습을 떠올린다.
- 이모의 남편은 폭력적이었는지 이모에 대한 연민의 마음이 있는 듯했다.
샘은 11살 때 아빠의 직장 상사에게 첫 키스를 당하고 성적학대를 받은 이야기를 한다.
그 이후 ‘자신을 벌레 취급하는 남자들과 잤다’는 고백을 하게 된다.
- 이 때도 찰리는 ‘이모도 똑같은 일로 힘들어했는데 이겨냈다’고 표현하며,
이모는 지금까지는 세상에서 제일 좋아했던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 이모의 환영
가끔 이모에 대한 기억이 flash back 되는 찰리는 마음이 심하게 불안정할 때
더욱 생생하게 이모의 모습을 본다.
새해 전야가 되면 찰리는 샘에게 고백하고 싶었지만 현실은 쉽지 않고, 파티에서 소량의 마리화나를 복용하게 된다. 몽롱한 상태가 된 찰리는 ‘우리만의 비밀이야’라고 속삭이는 이모의 모습과 ‘이모의 교통사고 과정’이 환영으로 떠오르게 되고 결국 의식을 잃게 된다.
메리와의 연애 과정에서 불화를 겪게 된 찰리는 이 사건으로 친구들과 단절되고 다시 고립되었다.
친구들을 한 동안 못 보게 된 찰리는 이모의 환영을 더 자주 보게 된다.
* 해리되는 기억
한 동안 친구들을 못 본 찰리는 불안감이 다시 상승하였다. 학교에서 혼자 밥을 먹고 있던 찰리는 패트릭과 친구들의 싸움을 목격하게 된다. 극도로 분노한 찰리는 패트릭을 구해주지만, 싸움의 과정은 해리되었다.
* 왜곡된 기억의 회귀
패트릭을 도와준 후 친구들과 화해하게 된 찰리는 샘과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가진다. 서로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찰리와 샘은 스킨십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찰리는 자신을 만진 이모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 분열되는 자아
좋은 시간은 짧았고 샘은 대학 진학으로 떠나야 한다.
그녀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던 찰리는 상실감으로 자아가 분열된다.
화면에는 여러 명의 찰리가 걸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상실감으로 괴로워하며 걷던 찰리는 ‘우리만의 비밀이야’라고 속삭이는 이모의 모습을 보고,
이모의 사망 사고 과정이 떠오른다. 그리고 얼마 전 해리된 분노의 기억과 이모의 얼굴이
중첩되어 떠오른다.
찰리는 미친 듯이 울며 누나와 통화를 하게 되고, ‘이모는 내가 죽인 것’이라고 자책한다.
“내 선물을 가져온다고 나갔다가 죽었잖아. 그만 생각할래도 멈출 수가 없어.
난 이모가 죽기 바란 건 아닐까?” 혼란함 속에서 죄책감, 분노, 슬픔에 압도된다.
* 억압된 정서와 왜곡된 기억의 치유작업
강렬한 정서를 경험한 찰리는 기억이 또 해리되었고, 한동안 정신병동에서 지내게 되었다. 찰리는 정신과 의사에게 환영을 멈추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한다. 엄청난 고통이 보인다고 호소하며, 다른 사람들이 계속 아파하는 모습이 떠올라 괴롭다고 얘기한다.
이모의 이야기도 힘겹게 이어간다. 아직도 이모를 두둔하는 찰리는 ‘이모는 힘들게 살았고, 이모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고 표현한다. 화면에 나오지는 않지만 이모의 성적학대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고, 가족들은 비로소 찰리의 근원적인 아픔을 이해하게 된다. 병원에서의 치유작업과 가족들의 지원, 그리고 사랑하는 샘의 편지를 받으며 찰리는 점점 호전되었고 퇴원 후에도 문제를 풀기 위한 시작점에 서서 노력하기로 스스로 다짐한다.
8. 찰리의 정신장애 제안을 위해 살펴볼 사항들(가설)
불안 -
최근 친구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 불쑥 찾아오는 이모의 기억은 찰리를 혼란하게 만들고 현실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 역할을 한다.
우울 -
자신감의 결여로 마음을 여는 것이 어렵고, 의기소침하며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이 두렵다.
내재화된 우울이 분노로 발현될 때, 그는 자신의 의식을 해리시킨다.
강박 -
이모는 찰리에게 작가가 되라고 했다. 그는 영화 내내 가상의 친구에게 편지를 쓴다. 그가 유일하게 왕성하게 하는 활동은 글쓰기이다. 이를 통해 마치 문학치료가 되는 듯한 느낌도 들었지만, 그만큼 글쓰기에 집착했다는 것을 다른 의미에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에 모든 일이 해결되었을 때 찰리는 더 이상
글쓰기를 선택하지 않고, 현실에서 사람들과 어울리겠노라 스스로 얘기한다.
정신분석적 접근(심리적 외상, 가설) -
찰리는 애착관계를 이루던 이모에게 성적학대를 당하였다. 영화에서는 기간이나 심각도가 자세히 그려지지는 않지만, 억압하려고 해도 점점 드러나는 이모의 기억들이 그런 사건이 1회성에 그치지 않았다는 것과 내면에 분노감을 키우게 되었다는 암시를 충분히 보여준다. 사리분별이 없던 아동기에 찰리가 겪었던 혼란은 고통이 너무도 크고 받아들이기 힘들므로, 반대로 이모를 '이상화'하고 연민의 대상으로 변형시켜 자신의 자아를 보호하려고 하였다. 망각, 부정, 해리로 희생자화 된 찰리는 자신과 똑같은 아픔을 겪고 스스로를 함부로 대한 샘의 고통을 통해 자신의 무의식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배신, 상실의 아픔을 겪은 찰리는 세상을 안전한 곳으로 인식할 수 없었을 것이다.
생물학적 접근(신경학적 가설) -
찰리는 어린 시절 이모와의 관계에서 오는 트라우마로 성장과정이 순탄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중학교 생활도 끔찍했다고 얘기했으며, 중3 때는 절친이 유서도 없이 사망했기 때문에 환경이 바뀌는 고1 시점의 불안은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다. 그는 약을 복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어떤 종류의 약을 어느 기간 동안 복용했는지 알 수 없으나, 정신적 고통으로 병원에 다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품행이 좋지 않은 친구들 덕에 마리화나도 소량 경험해 봄으로써 취약성을 지닌 찰리가 더 깊은 정신장애를 일으킬 소지를 마련하였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 Type Ⅱ trauma(제2형 외상) -
찰리는 외상 사건을 직접 경험하였다. 이모에게 반복적으로 성적학대를 당했다. 그로 인해 분노의 감정도 내면에 쌓여갔지만 이모의 죽음으로 인해 죄책감을 갖게 되고 나쁜 기억은 해리시키고, 연민의 감정만을 남긴 채 철저히 스스로를 '희생자화' 하였다. 왜곡된 기억은 불안할 때 flash back으로 침습되고 이를 떨쳐버리기 위해 약물에 의존하게 된다.
[ + 불안장애 ] -
이모는 부모처럼 가까운 애착의 대상이었으므로 이모의 사망으로 인한 상실감은
분리불안장애를 일으키는 충분한 소지가 있다.
[ + with dissociative symptoms ] -
이모에 대한 환영이 자꾸 떠오르고, 마치 꿈속에 있는듯한 느낌과 자신에 대한 비현실감을
느낀다면 이인증에 대한 부분을 추가로 명시해야 한다.
급성 스트레스 장애(ASD) -
찰리는 최근 절친한 친구의 죽음을 겪었다. 친구의 죽음에 대한 언급이 많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이모로 인한 외상사건으로 취약한 찰리에게 친구의 죽음은 학교 부적응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섬망 -
섬망은 노인에게 흔히 나타나지만 과도한 약물 복용 시 청소년에게도 충분히 나타날 수 있다. 정신과적 문제로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찰리가 소량이기는 하나 마리화나를 접하게 됨으로써 신경정신계에 이상을 일으킬 수 있는 소지를 마련하였다.
9. 정신장애 진단 및 근거(DSM-5) - PTSD
*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Type Ⅰ-Ⅱ complex trauma 복합 외상)
- 외상성 사건을 경험한 이후에 스트레스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
# 진단기준 적용해보기(APA, 2013)
A : 실제적이거나 위협적인 죽음, 심각한 상해, 성범죄 가운데 한 가지 이상 노출
이모의 성적학대, 이모의 죽음, 친구의 죽음, 또래 간의 관계 충격(small trauma)
B : 외상성 사건과 연관되는 침습적인 증상 가운데 한 가지 또는 그 이상.
이모가 했던 말, 이모가 울던 모습, 이모의 사망과 관련된 모습의 flash back
C : 외상 사건 발생 후 연관되는 자극에 대한 지속적인 회피 한 가지 이상.
이모의 환영이 보이면 바로 지워버리려 노력한다고 형에게 말한다.(회피)
D : 외상성 사건과 연관된 인지 또는 기분의 부정적 변화 두 가지 또는 그 이상.
성추행당한 것을 한 동안 기억하지 못했다(해리성 기억상실)
이모는 나 때문에 죽었다는 부정적인 신념을 가지고 있다.
E : 외상 사건 후 각성 수준, 재 반응의 뚜렷한 변화 두 가지 또는 그 이상.
학기 초 타인에 대한 지나친 경계, 놀람 반응 등을 충분히 볼 수 있다.
F : 장해의 기간이 1개월 이상이다.
장해의 기간은 오래 지속되고 있다.
G : 증상이 사회적 중요한 기능 영역에 장해를 초래한다.
불안해 보이는 듯한 증상으로 학교생활 부적응을 초래하고 놀림거리가 되었다.
H : 장해는 물질이나 다른 의학적 상태의 생리적인 효과로 인한 것이 아니다.
오래된 약물 복용, 경미한 마리화나 복용으로 장해 증상이 증폭될 수 있으나, 그 이전부터 장해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 with dissociative symptoms - (해리성 증상이 있는 경우)
영화에서는 마리화나 복용 시 비현실감이 증폭되기는 했다. 하지만 샘과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아무런 자극이 없는 상황)에 스스로 상실감을 느끼고 자아가 분열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모의 나쁜 기억을 떠올리게 되어 혼란해진 찰리에게 샘과의 이별(상실감)은 가혹했을 테지만, 그는 분명 이인증을 겪었고 해리되어 정신병동에 입원하게 되었으므로 정황상 추가 진단이 가능하다.
10. Rule Out - 조현병
위태로운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는 찰리의 모습은 조현병으로 가는 스펙트럼 상의 초입에 발을 내디딘 모습처럼 보였다. ‘환각을 동반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나 불안장애’라는 항목에서 정신증을 의심해 볼만하기 때문이다. 간혹 영화 후기 블로그에서도 그가 조현병이 의심된다는 글을 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꾸준히 일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는 것과 학교에서도 학업성취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 다소 강박적이기는 하나 글쓰기를 하며 스스로를 들여다보려고 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만약 앤더슨 선생님의 지지도 없었고 가족과 본인의 노력, 샘과의 사랑이 결실을 이루지 못했더라면 찰리의 성인기는 조현병, 해리성 정체감 장애, 회피성 성격장애 등의 타이틀을 달지 않았을까 생각해 볼 수는 있다.
11. 외상중심 인지행동치료
찰리가 병원에서 어떤 진단을 받고 어떤 치료를 했는지 과정이 나오지는 않으나, 해리된 기억을 되찾고 가족들의 지지를 받게 됨으로써 치료의 길이 열리게 되었다. 근본적 원인을 알았기 때문에 찰리의 말대로 노력하는 일만이 남았다. 그동안의 치료는 상처 꿰매기 식이었다면 원인을 파악한 후에 시행되는 치료는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재정비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 그동안 찰리가 복용했던 약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청소년 PTSD에 동반된 정서조절 이상, 강박증이나 공황증, 동반된 우울, 불안 증상 등에 모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동안 찰리의 병리에 대한 깊고 숨어있는 원인을
몰랐기에 치료는 성과를 거두기 힘들었을 것이다.
외상을 떠올리게 하는 단서에 대해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외상중심 인지행동치료는 교육사례, 이완훈련, 감정조절 훈련, 인지 처리, 외상 서술, 외상적 단서 극복 훈련 등을 통해 내담자를 돕는다. 아픔의 근원을 알게 된 찰리는 외상중심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자신의 괴롭히던 부정 신념을 극복하고,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는 샘과의 관계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며 성숙해가는 모습을 가질 수 있으리라 상상을 해본다.
12. 결론 및 소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Type Ⅰ-Ⅱ complex trauma 복합 외상)
- with dissociative symptoms
찰리의 정신장애는 해리성 증상을 동반한 PTSD라고 제안한다.
오랜 기간 동안 찰리를 괴롭힌 장애의 원인을 스스로 통찰하였으므로,
가족들의 지지 속에 외상중심 인지행동치료를 성실히 받으면 호전될 것으로 사료된다.
아동 성학대를 당한 이력을 갖고 있는 찰리는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고 외톨이가 되어 고립된 생활을 한다. 반면 같은 아픔을 가진 샘도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내던짐으로써 더욱 자신을 고립시킨다. 철저히 희생자화 된 그들은 다른 모습의 생활양식을 보여주지만 어쩔 수 없는 외톨이, 월플라워이다. 'The Perks of Being a Wallflower'라는 영화 제목처럼 ‘월플라워가 되는 것의 특전들’이라는 의미는
외로움이 주는 장점으로 다가온다.
그들은 철저히 외로웠기에 그 외로움의 밑바닥을 딛고 일어나 자생할 수 있었다. 찰리는 이모에 대한 제대로 된 기억을 되찾고 이제 스스로를 위로하고 수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샘은 누구보다도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었다. 외상을 지닌 사람들이 스스로의 치유를 위해 노력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는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준다.
13. 기억에 남는 대사 - 현실 생활에 첫 발을 내딛는 찰리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과 노래를 들으면서 드라이브를 할 때 바로 그 순간
우리는 무한한 자유를 느껴...
<참고문헌 - 홍강의 외(2016). 소아정신의학. 학지사>
혹시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심리학도들은 드라마나 영화를 보며 등장인물의 심리파악을 위해 공부를 하기도 합니다.
혹시 임상심리를 전공하고자 하신다면, 이런 작업에 익숙해지셔야 할 듯해요.
이 글이 누군가에는 흥미가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