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A to Z

0. Prologue

A to Z가 뭐냐면요

by 연Yeon



스물둘엔 제주도에 갔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며 3개월 동안 살았다.

그해 말엔 스페인을 시작해 포르투갈, 모로코, 쿠바, 보라카이까지 이어지는 긴 여행을 했다.

크고 작은 모임에 자주 나갔고, 한복과 라틴댄스에 빠져 꾸준히 동호회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다음 해엔 프랑스로 춤을 추러 여행을 갔고 팬데믹이 시작되기 바로 직전 일 년 간은 스페인에서 지내며 유럽 곳곳을 여행했다.


그러니까, 이십 대 내내 나는 오만 곳을 돌아다니며 여행하고 방황하고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많은 이들을 만난 만큼 대부분은 내 기억 속에서 쉽게 바래졌다. 떠올리라면야 떠올릴 수 있겠지만 형태 없는 유령처럼 아른거리다 이내 사라지고 말 것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사람들이 있다.


내 세계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다채로운 삶을 사는 사람, 예기치 못한 온기에 두고두고 그 감각을 기억하게 만드는 사람, 내게 너무도 유해해서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사람.


이들은 남자이기도 하고 여자이기도 하며 그 누구도 아니기도 하다.

나이가 아주 많은 사람일 수도, 아주 어린 꼬마일 수도 있다.

그리고 내가 실제로 만난 사람들이자, 여러 명의 면모를 내 마음대로 조합해낸 새로운 사람이며, 다른 결말을 상상하며 만들어 낸 사람이기도 하다.


상상과 유추는 당신의 몫.


익명의 힘을 빌어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기억하고 싶은, 기억할 수밖에 없는 스물여섯 명의 사람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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