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발견한 출판사에 들어서다
남아공의 가족을 만나고 왔다. 매번 둘러보는 대형서점인 Exclusive Books에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 ‘흰’ 을 비롯해 ‘희랍어 시간’을 만나 무척 반가웠다. 한국은 이제 문화강국이고 유럽에서도 호감을 보이지만, 남아공에서 만나는 한국은 더 특별한 느낌인데 이유는 이렇다.
7년 전 처음 남아공에 갔을 때 한국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주로 머무는 곳은 여러 대사관이 위치한 수도 프리토리아인데도 그랬다. 어쩌다가 한국을 들어본 사람을 만났다면 (아는 척하며) 남쪽이냐, 북쪽이냐 물을 정도로 남아공에서 한국의 존재는 희미했다.
불과 1년 6개월 전에도 그랬는데, 이번에는 너무 달랐다. 먼저 다가와 한국 사람인지 묻기도 하고, 김치를 만들고 싶다거나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쩜 이렇게 빨리 달라질 수 있을까?
나 역시 방문 때마다 남아공에 대해서 새로운 것을 알게 된다. 이번에는 종이를 직접 생산해 소비한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첫 방문에서 패션후르츠를 처음 알았을 때만큼 부러웠다. 자원이 풍부한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라니!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한다. 지나다가 출판사가 눈에 띄었고, 차를 돌려 출판사에 들어섰다. 편집자들과 마케터, 대표를 만나 서로의 책 이야기를 했다. 그들은 수상 작가들을 배출하는 한국을 부러워했고, 나는 풍부한 자원을 가진 남아공의 환경을 부러워했다. 물론, 각자의 나라에 대한 자부심은 기본이다.
오리지널 원고의 초판을 내는 어려움도 이야기했다. 한국에서는 저자가 원고를 주면 출판사, 편집자는 그대로 출간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출판사의 사례들 때문에 출판사의 투자와 원고를 다듬어 빛나는 책으로 만드는 편집자의 노력은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출판 관련업에 종사하면서도 공공연히 출판사를 비하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말은 해서 무엇할까. 물론, 그들은 책을 만들지 않는 사람들이다.
유명하지 않은 저자의 초판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작부터 끝까지 끊임없는 노력이 들어간다. 뛰어난 편집자의 기술은 보이지 않고, 그래야 좋은 편집자이다. 나는 알려지지 않은 보석을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고, 누구보다 잘 소개할 자신이 있다. 필요하다면 내가 만드는 책을 위해 나름의 방식으로 국내외 관계자들과 싸우기도 한다.
나는 저자를 배우에 비유하곤 한다. 책의 주인공은 저자이다. 편집자, 출판사는 저자와 책을 빛나게 하는 것이 역할이다. 물리적으로 보이는 책에만 몰두하면 보이지 않는, 많은 선택과 노력이 출판시장이 작은 남아공에서는 인정받고 있었다.
이건, 예상치 못한 순간 마주치는 남아공의 매력이기도 하다. 독재와 비극적 항쟁을 겪고 민주주의를 이끄는 한국처럼, 남아공에서도 생각지 못했던 매력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아픈 역사를 품고 노벨 평화상을 받은 두 나라의 공통점이랄까.
다음 일정에 늦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연락처를 나누고 헤어지면서도 아쉬웠다. 약속도 없이 불쑥 들어선 낯선 나라의 편집자를 무척 반갑게, 오랜 시간 맞아준 에디터들과 대표님에게, 진심으로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