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태원 클라쓰에 열광했을까
가난은 나쁘다
청년들이 한국사회를 헬조선이라 부른지도 오래되었다. 취업을 위한 스펙 인플레이션이 심해지고, 직장을 구해도 1년도 안되어 퇴사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자의반 타의반 창업으로 몰리고 일부는 부자가 되기를 꿈꾼다. 그런데, 이들에게 적당한 롤모델이 없다.
빠른 경제 성장으로 굶지 않게 된 지는 오래되었고, 빨리 변하는 한국은 이제 최첨단 비즈니스에서 매력적인 시장이다. 그러나 발전 과정에서 경제적인 가치가 인간에 우선하게 되었고 ‘땅콩회항’으로 대표되는 '있는 자의 갑질'은 한국인들에게 피곤한 일상이다.
그렇다고 배를 곯아도 더 없는 남을 챙겨주던 가난한 옛날로 돌아가기는 싫다. 가난은 더 나은 선택을 할 기회를 빼앗는다. 가난은 도덕을 선택해야하는 상황으로 몰기도 하고, 인간성을 버리도록 강요하기도 한다. <이태원 클라쓰>는 스펙도 없는 청년이 가장 어렵다는 요식계에서, 가장 어렵다는 상권 이태원에서 성공하는 이야기다.
술을 가르쳐주고 떠난 아버지
술은 아버지에게 배워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래야 추하지 않게 취하는 법을 배운다는 것이다. 한날한시, 정의에 맞서다가 새로이는 퇴학당하고 아버지는 아들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퇴사한다. 그날 아버지는 새로이에게 술을 가르친다. 힘든 하루의 끝, 위로가 되는 술맛을 처음 느낀다. 새로이는 제대로 된 어른에게 배우며 차근차근 올바른 청년이 되어간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버지가 죽는다.
새로이는 자신의 소신을 지켜주고 방패막이 되어주던 아버지 없이 너무나도 긴 여정을 가야한다. 아버지는 아들의 소신을 지키려 희생했기에 힘들지만 소신만은 타협할 수 없다. 그래서 새로이의 길은 더 험하다. 어른을 존경해야한다고 배웠으나, 존경할 어른이 없는 한국 사회의 청년들처럼, 새로이는 혼자다. 청년 새로이는 스펙이 중요한 한국사회에서 부모가 없는 중졸 전과자로 한국사회에서 기피하는 모든 것을 갖추게 된다.
신념을 가진 마이너스 스펙 청년의 창업성공이야기
새로이는 아버지의 꿈이던 작은 포차를 운영하며 ‘장사는 사람’이라는 아버지의 정신도 계승한다. 그의 시작은 작은 가게, 단밤이다. 그동안 만났던 떨거지들, 한국사회에서 공격당하기 딱 좋은 전직 깡패와 트랜스 젠더과 함께.
스펙으로 따지면 밑바닥도 아닌 지하 10층쯤 되는 새로이에게 반한 조이서가 단밤에 밀고 들어온다. 매니저로 합류하는 그녀는 새로이와는 극과 극의 배경을 가졌다. 사회가 청춘에게 요구하는 모든 것을 갖췄다. 똑똑하고 추진력이 있는데다가,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뭐하나 부족할 것 없는 그녀가 묻는다. ‘좋은 대학, 대기업 취직, 결혼, 잘 먹고 잘살기. 그러면 그 후엔 뭐가 되는데?’라고. 그녀는 그 이상을 원한다. 천편일률 답정너 사회의 기준은 그녀에게 너무 쉽고 시시하다. 그녀는 새로이의 첫사랑 박수아와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전통 vs 현대, 가치관 대결
새로이의 단밤과 그의 복수 상대이자 걸림돌인 장가의 대결구도는 가치관의 대결이기도 하다. 위기마다 새로이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대처하는데, 이 과정에서 그의 가치관이 드러난다. 고리타분할 정도로 원칙을 중요시하고 과정도 결과도 옳음을 추구한다. 장사꾼이니 이익을 추구하되, 옳기도 해야 하는 것이다. 손님이라도 예의가 없으면 팔지 않고, 이익을 위해 내 사람을 포기하지 않는다. 방법마저 옳아야 하는 새로이는 미련해 보인다. 그리고 장회장의 젊은 버전 같은 조이서에게 새로이는 때로 이해할 수 없고 답답하기만하다.
반면 장가는 약육강식 정글의 법칙을 따른다. 장회장은 이익을 위해 옳고 그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목표 지향적이며 과정이야 어찌됐든 성과, 결과를 높이 평가한다. 이것은 그의 기업정신이기도 하다. 언뜻 보면, 장회장이 한복을 즐겨입고 동양적으로 장식된 그의 사무실 등 장가가 전통적이라 생각될지 모르지만, 장가의 가치관은 현대 한국의 여러 재벌들을 대표한다. 이 가치는 재벌이 법을 어기고도 처벌받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부자는 그래도 되는 구나’라고 젊은이들이 당연히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것은 한국 현대 사회의 새로운 전통이고 한국 대기업들의 질서다. 상대가 누구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기기, 한국의 현재의 가치이다.
고리타분한 전통 가치가 새로운 형식을 만나 성장하는 이야기
주인공의 이름 ‘새로이’는 작품의 주제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새로이는 사전상으로 ‘전에 없던 것이 처음으로’, ‘새롭게 다시’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단어다. 전통적이고 고리타분한 가치를 가진 새로이가 부족할 것 하나 없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조이서가 만나 현대적으로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인 것이다. 꽉 막힌 새로이는 융통성을 부려야 할 때를 배우며 그 깜냥을 키운다.
조이서가 변하지 말아야 할 가치가 얼마나 큰 것인지, 소중한 것인지 핵심인지를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태원 클라쓰>는 전통적인 가치와 정신을 가진 새로이와 시대에 맞는 새로운 방법을 아는 조이서가 만나 서로의 질서를 배우고 성장하면서 이야기는 한국 사회에 새로운 롤모델을 제안한다.
차세대 리더의 모델
새로이가 사장으로 단밤을 운영하는 방법은 도덕적인 것 말고도 흥미로운 점이 많다. 한국은 유독 강한 리더의 이미지를 추구했다. 기업 내에서 상사나 대표는 모든 것에 뛰어나고 모르는 것이 없으며 강하게 부하직원들을 압도해 이끌어야한다. 이런 완벽한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 그러니 직급의 힘을 이용한 지시가 빈번하고 부하직원들은 의견이나 능력을 펼칠 기회를 박탈당하고, 스스로 포기하기도 한다. 부하직원의 성과는 상사의 것으로 둔갑하고 상사의 실수는 부하직원의 것이 된다. 리더는 언제나 뛰어나야하기 때문에 착취해야한다.
그러나 리더란 비전을 제시하고 이끄는 사람이다. 나이에 관계없이 능력 있는 사람을 알아보고, 일을 잘하는 사람에게 맡겨야한다. 사람은 실수를 하고 성장하기에, 기다리고 기회를 주어야한다. 리더는 배우기를 멈추지 말고, 뛰어난 적이 있다면 그에게서도 배워야한다. 갈등은 적극적으로 나서 중재하고 ‘내 사람’의 실수는 질책하되 외부의 공격으로 부터는 보호해야한다. 새로이는 이 모든 것을 하면서도 직원들을 압도하지 않는다. 그는 강하지만 부드러운 리더다.
한국은 내적으로 실하게 다져가는 성장통을 겪고 있다. 다시 가난해 질 수 없다지만, 사람이 존중받지 못하는 지금 이대로도 싫다. 이 도덕성에 대한 갈망 때문에 한국은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더 부유해져서 더 많은 것을 누리고, 더 많은 사람들을 돕는 것은 정말 멋지다. 이제 한국에서 도덕적인 부자는 새로운 쿨함이다. 돈도 많은데 정의롭기까지 하다니, 정말 멋지지 않은가!
*이 글은 <Digging Up Korea> 7월 호에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