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어른의 크리스마스

가끔 너무 보고 싶은 80–90년대 영화

by 박소연
우리나라의 크리스마스는 너무 연인만을 위한 휴일이라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둘이면 어떻고, 혼자면 어떻습니까. 빨간 날이고 즐거우면 된 거죠. 올해는 작년에 비하면 마음도 편안하고, 추운 날씨에 거리로 나갈 필요도 없습니다.

빅 Big, 1988

하룻밤 사이에 아이가 어른이 되어버린다는 설정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조시는 갑자기 어른이 됩니다. 어른이 되었으니 돈을 벌어야 하고, 취직을 합니다. 경쟁과 사내 정치 같은 건 할 줄도 모르고 신나게 놀았을 뿐인데 회사에서 초고속 승진을 하고, 좋아하는 이성도 생깁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어이없는 상황에 처하는 사람은 바로 이 아름다운 직장 동료입니다. 사랑에 빠졌는데 알고 보니 꼬마라니...


어릴 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지만, 어른이 되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지요. 어른은 마음대로 뭐든 할 수 있는 것 같지만, 책임이 따라와 재미를 짓누르니까요. 어른 생활에 적응할수록 조시는 어른처럼 걱정도 깊어집니다.


배우 톰 행크스의 젊고 매력적인 시절을 보는 재미에 시간이 후딱 지나버립니다. 성인이면서 아이 같은 표정과 몸짓, 영화 <터너와 후치>의 연기를 함께 보면, 진심 있는 개구쟁이 <발리에서 생긴 일>의 조인성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볼 수 있는 곳: 넷플릭스, 디즈니+


폭풍 속으로 Point Break, 1991

잠입 수사라는 익숙한 틀에 서핑, 은행 강도, 극한 스포츠를 결합해 지금 봐도 속도감과 긴장감이 살아 있습니다. <분노의 질주 Fast andFurious, 2001>도 비슷한 설정이지요. 빈 디젤, 폴 워커가 매력적인 것처럼 이 영화에서도 무엇보다 키아누 리브스, 패트릭 스웨이지가 맡은 두 캐릭터에게 빨려 들어가지요.


한 사람은 무정부주의자이면서 범죄자이고 다른 한 사람은 그를 쫓는 언더커버 경찰인데, 두 남자는 마치 다른 세계의 자신을 발견한 듯이 동질감을 느낍니다. 선과 악이 뒤섞이고, 두 캐릭터의 관계가 영화의 추진력이 되어, 30년 전 영화라는 사실이 무색합니다.


이 영화를 연출한 캐서린 비글로는 이후 <허트 로커>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최초의 여성 감독이 되었습니다. 한때 제임스 카메룬 감독과 부부이기도 했는데, 작품의 결은 아주 다르지요. 저는 캐서린 비글로우 쪽이지만, 이 영화를 다시 보며 제작자인 제임스 카메룬의 시그니처 푸른빛을 보니 반가웠습니다.


볼 수 있는 곳: 넷플릭스


귀여운 여인 Pretty Woman, 1990

누구나 아는 현대판 신데렐라 이야기지만, 가끔 이 영화가 심하게 땡길 때가 있습니다. 복잡하지 않은 이야기 구조에 갈등이 너무 무겁지 않아 부담 없기 때문이겠죠.

생동감 있고 반짝이는 줄리아 로버츠 배우의 사랑스러운 매력이 화면을 꽉 채우는 것도 모자라 흘러서 넘칩니다.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적당한 시점에 흘러나오는 음악도 영화를 볼 때마다 즐거워지는 매력 포인트지요.


로맨스 스토리는 끊임없이 반복되지만, <귀여운 여인>은 시간이 지나도 계속해서 다시 보는, 뻔해도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습니다.


볼 수 있는 곳: 디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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