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디에 있을까
작년 봄, 출판사를 만들었다. 취향은 독립출판인데, 그동안 몸담은 곳은 기성 출판이었다. 편집, 펀딩, 입고 모든 과정을 힘겹게 진행했던 마지막 도서가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기성 출판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 짜릿함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창업을 준비할 때, 하고 나서도... 지금도 질문한다. 나는 어디에 있나. 결론을 내리기 어려웠다. 그래서 생각들을 정리한다.
업계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정식 프로세스, 기술적 경험 등을 직원으로 보호받으며 쌓을 수 있었다. 분야별로 다양한 도서를 다루었던 것도 좋았다. 나이가 많아서 치이는 적도 있었지만, 그래서 더 빨리 배웠다. 창작의 결과물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그러나 과정에는 공통점이 있다. 완성도 높은 책을 알아보는 눈도 빨리 습득했고, 그 과정에 무엇이/왜 필요한지 빨리 파악했다. 창작자 출신이기에, 저자와 좋은 조력자로 좋은 책을 만들 자신이 있다. 오래전 내 글을 출간하기 위해 창업을 했던 것도 좋은 경험이었다.
창작을 했던 터라, 재미있고 보람 있는 일이 우선이었다. 그래서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지나친 헌신했던 때도 있다. 수개월 밀린 월급을 받는데 1년 가까이 걸리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월급이 밀리는 경우가 흔하지 않지만, 이직률은 아주 높다. 부침이 많은 직장생활을 거치며, 자주 생각했다. ‘만약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출판사에 입사했다면, 지금 책은 만지고 싶지도 않을 것’이라고. (유튜브를 하고 있을지도?) 나는 새로운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더 많이 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살아남는 것을 최우선으로 시작했다. 가장 많이 생각하는 건, ‘나와 같은 생각을 했던 출판사들은 그동안 어떻게 되었을까? 그들은 어디에 있을까?’이다. 창작자에게 더 많은 공을 돌리고 편집자와 직원을 보호하며 관행을 바로잡으려던 출판사들이 살아남지 못했다면, 나도 곧 같은 문제를 직면한다는 뜻이다.
생각을 정리하려 시작했는데, 여전히 결말을 낼 수 없다. 애초에 지금 가능하지 않은 일일지도.
언젠가 작은 성공들 위에서 지금을 다시 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