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중순 나는 프랑스 거주에 필요한 ‘체류증’ (Carte de sejour) 갱신을 위해 올리비에와 OFII (프랑스 이민관리소, Office Français de l'Immigration et de l'Intégration)를 찾았다. 2012년 7월에 우리는 편의상 나는 동거계약서라 부르는 팍스(P.A.C.S : Pacte civil de solidarité, 그대로 번역하자면 '시민 연대 결합') = 프랑스 민법 515-1조에 의하면 팍스는 "동성이든 이성이든 상관없이 성인 둘이 공동 생활을 하겠다는 계약이다" ) 를 작성해 나는 올리비에의 공식 동거인이 됐다. 그리고 2012년 10월, 1년 동안 프랑스 국적 동거인의 파트너로 아무 문제없이 지낼 수 있다는 개념의 ‘방문자비자’를 받았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우리가 지낸지 일 년이 지났음을 증명해 방문자비자가 아닌 ‘가족비자(vie privee et familiale)’로 바꾸는 서류 준비를 해야 했다. 첫해에 받은 방문자 비자는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 없었다. (이유인 즉 가뜩이나 부족한 프랑스의 일자리 상황에, 외국인들이 일을 많이 하게 되면 프랑스의 실업률이 더 올라감을 고려해서 그렇게 한다고 한다) 하지만 방문자 비자로 1년을 지낸 후 같이 산 1년을 증명하고 가족비자를 받게 되면 나는 합법적으로 프랑스에서 일도 할 수 있고 그 때 부터는 프랑스의 결혼한 타 커플과 동일 한 모든 혜택을 받게 된다. 암튼 체류증 갱신당일, 사전 시간 약속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OFII에서 첫 담당자를 만나 서류를 건네주기까지 다섯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그 이후로도 1시간을 더 기다린 끝에 서류를 받은 담당자가 우리를 찾더니 서류 부족으로 체류증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곳에 가서 6시간을 넘게 기다린 후 받은 대답이 ‘체류증을 받을 수 없다’라니, 정말 화가 났다. 그리하여 왜 내가 체류증을 받지 못하는지 이유를 알고 싶다고 항의하자 다시 기다리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1시간을 또 기다리니 담당자가 자신의 상사와 이야기를 나누라는 것이다. 상사 역시 서류 부족이란다. 매우 침착한 올리비에지만 조금은 화가 난 목소리로 당신들이 준비하라고 써놓은 모든 서류를 다 가져왔는데 뭐가 부족하냐고 따져 물었지만 결론은 여튼 부족하니 더 가져와라 였고 입만 더 아팠다. 아니 그럴 거면 추가로 가져왔으면 하는 서류를 애초에 필요서류에 다 써 놓으면 될 것이지... 참 어이없는 행정이다. 여튼 우리의 관계가 그들이 보기에 진짜 커플인지 아닌지 의심스러우니 그것을 입증할 것을 더 가져오라는 것이었다 (특별히 우리의 경우만이 아니라 체류증고 비자를 받을 시에 많은 프랑스사람과 외국인 파트너 커플에게 일어나는 일이다).
그리하여 나는 그들 입장에서 서류 불충분의 이유로 3개월 추가로 프랑스에 거주할 수 있는 임시 체류증을 받아들고 7시간 후 그곳을 탈출할 수 있었다. 그들 덕에 불법 결혼과 이민을 소재로 한 로맨스 영화 제라르 드빠르디유, 앤디 맥도웰 주연의 <그린카드>가 생각이 났다. 프랑스 남자가 미국에서 살기위해 미국여자와 위장결혼을 하는 소재의 영화였다. 오늘 내가 그 영화의 주인공처럼 위장 커플로 의심을 받다니... 그곳을 벗어나며 입 안 가득 차마 이곳에 쓸 수 없는 거친 더블 욕들을 중얼거렸다 “에이 드럽고 치사하다! 뭐 대단한 거 준다구!!! 망할 이눔의 프랑스! 블라블라&*&%&^&%*&%&”. 그러고 나서 시테섬에 위치한 OFII의 후문을 거칠게 밀고 나오니 마침 센 강 너머로 일몰이 지고 내 눈앞의 노트르담 성당은 일몰로 인해 반짝반짝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흑 망할 놈의 프랑스 어쩌구 저쩌구 한 거는 금새 까먹게 만들 만큼 젠장... 이 순간 여기는 왜 이렇게 예쁜 거야...
3개월 뒤 다시 OFII을 찾아 지난 번 담당자에게 추가 서류를 하나하나 내밀었다. 서류를 줄때마다 담당자가 음... 완벽해 완벽해를 중얼 걸려서 확 마! 아우...그가 두드려대고 있는 컴퓨터 키보드 옆에 놓인 커피 잔을 모르는 척 툭 건드려 확 자판에 쏟는 상상을 하며 속으로만 통쾌한 채...나는 끝까지 교양 가득한 미소를 머금고 “빠드 쁘호블램?” (내 서류에 문제없지요?) “메흐씨보꾸! 본쥬흐네” (너무 감사해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를 외쳤다! 그리하여 나는 일년을 더 지낼수 있는 체류증을 받아들고 이민국을 빠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