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소연 Oct 28. 2016

39. 파리에서 맞이한 두 번째 생일

2013년 12월~


작년 생일은 무슨 날만 되면 잘 싸우는 연인들처럼 당일 날 티격태격 싸웠었다. 하지만 올해만큼은 그렇게 되지 않기를 희망했고 나의 생일을 맞아 우리는 크리스마스와 생일 파티를 겸해 그간 파리에서 알고 지낸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예닐곱 명이 모여 있으니 찾아와 준 친구들도 고맙고 지난 일 년의 파리 생활도 돌아보게 되었다. 새로운 친구가 생기고 불어도 조금 더 잘할 수 있게 되었고, 슬프게도 주름살도 조금 더 늘어나 있었다. 하지만 지난 1년 무엇보다 올리비에를 더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것이 가장 기쁜 사실이었다. 


그리고 나의 생일을 위해 올리비에는 낮부터 특별한 생일 케이크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그 모습이 귀엽고 고마웠다. 크리스마스에 먹는 부쉬 드 노엘 (Buche de Noel, 즉 성탄절의 나무토막)이라는 이름의 케이크를 만들어 만 39세임을 너무나 한눈에 알 수 있도록 숫자초까지 꽂아 대령시킨 것이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내 기억속에 가장 잊을수 없는 그의 생일 축하는 우리가 막 사귀기 시작한 2007년, 프랑스에서 걸려온 전화 한통화, 생일 축하 노래를 기타 연주에 맞춰 불러줬을 때다^^ 중학교 때 감명 깊게 본 영화 <라밤바>의 한 장면처럼 말이다. 아 그때 달달했었는데...쩝쩝) 그리고 생일이면 갖고 싶은 선물이 뭔지 물어보는 편인 올리비에에게 나는 긴 가죽 장갑을 이야기했고 그는 이태리 산 보라색 팔목까지 오는 긴 가죽 장갑을 선물로 주었다. 너무 맘에 쏙 드는 선물을 해줘서 생일 저녁 내내 나는 계속 장갑 낀 채 와인 먹고 장갑 낀 채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좋은 거 한 가지 더는 바로 프랑스에선 크리스마스에 연인끼리 가족끼리 모두들 선물을 준비하고 주고받는것이다. 생일이 12월 22일인데 이틀 뒤에 또 선물을 한 보따리 받게 되니 조금은 외로울 수 있는 연말연시를 행복하게 푸짐하게 해준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우리는 보통 집에서 특별식을 해 먹고 영화를 보거나 티브이를 본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당일 25일 아침까지 기다렸다가 선물을 뜯어봐야 하는데 나는 궁금함을 참을수가 없어서 밤 12시가 넘어가자마자 매번 성탄절이니 풀게 해달라고 졸라 선물을 뜯어보는 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38. 짐도 싸기 전에 지칠 이사 준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