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기에 파리에서 요즘 가장 핫한 곳은 19구와 20구인 거 같다. 과거 프랑스에 보보(BOBO)족들이 많이 살던 곳이 11 구였다면 지금은 19구가 되고 있다는 말을 프랑스에 오래 산 선배들이 이야기해주었다. 보보족이란 부르주아(Bourgeois)와 보헤미안(Bohemians)의 합성어로 돈도 꽤 있지만 그들의 영혼만큼은 자유로운 보헤미안처럼 살고 있다는 의미의 합성어로 어느 정도 ‘프렌치 시크’를 대변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1구부터 20구까지 이뤄진 파리에서 19, 20구는 북쪽에 위치해 있으며 이전에는 사실 가난한 동네였다. 하지만 현재는 많은 공사가 이뤄지고 나날이 새로운 식당들이 지어지고 소품 가게들이 오픈하고 카페가 들어서고 매일매일 변화하고 있는 곳이다.
19구 중에서 가장 자주 올리비에와 데이트하며 찾았던 곳은 파리 북동쪽 35만 평 규모의 ‘라빌레트(la villette) 공원이다. 7월의 여름밤에는 보통 한 달 내내 무료 야외 영화 상영이 있고, 가끔 무료 콘서트도 즐길 수 있다. 과거에 이곳은 100년 넘게 유럽 최대 규모의 도살장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8-90 년대를 집권했던 '프랑스와 미테랑‘ 대통령의 도시개발 계획에 의해 라빌레트 공원은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고 과학과 예술이 만나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는 공간으로 재탄생되었다. 역시나 19세기에 지어진 철골구조물을 그대로 보존하였고, 공원을 가로지르는 생 마르탱 운하 곁으로 국립과학박물관, 건축학교, 콘서트 홀, 최근에 유명 건축가 ‘장 누벨’이 디자인한 ‘파리 필하모니’까지 자리 잡아 진정 파리의 새로운 명소가 되었다. 누군가 나에게 파리 어디에서 살고 싶은지 물으면 나의 1위는 라빌레트 공원 근처다. 이 공원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꽤나 긴 생마르탱 운하 또한 내가 사랑하는 파리의 공간이다. 생마르탱 운하가 여러 지역을 통과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폿은 지하철로 7호선 ‘스탈린그라드 Stalingrad’에서 가까운 곳이다. 이곳에는 생마르탱 운하를 사이에 두고 두 개의 극장이 나란히 마주하고 있다. 극장으로 가는 수단은 육교도 있지만 작은 배도 운행 중이라 참으로 낭만적이다. 생마르탱 운하는 1825년 파리의 깨끗한 식수공급을 목적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Republique 광장에서 6-7분 걸으면 생 마르탱 운하가 시작이 되는데, 운하의 초입에는 1938년도 작품 ‘북호텔(hotel du nord)’이 촬영된 곳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영화 북호텔은 생마르탱 운하 옆에 위치한 허름한 호텔을 배경으로 그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현재 그곳은 카페와 레스토랑으로 운영되고 있다. 파리의 10구를 관통하는 생마르탱 운하 주변의 산책로를 걷다 보면 그것이 곧 파리지엥의 삶임을 느낄 수 있다. 운하 양쪽 주변으로는 시크한 레스토랑, 바, 카페 등이 즐비하다. 벼룩시장도 자주 열리고 개와 산책하는 사람들, 조깅하는 사람들, 와인 한 병들고 와서 친구들과 수다 삼매경에 빠진 사람들, 누워서 광합성하는 사람들 등등 진정 파리스러운 휴식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파리에 봄부터 가을 사이에 여행을 오는 친구들에게는 이 장소를 나는 무조건 추천해준다. 바쁘게 살아가는 빠리지엥들도 이곳에 와서 자주 느긋하게 하루를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생마르탱 운하 산책에 좋은 날씨가 옵션처럼 따라와 준다면 운하를 사이에 두고 멍하니 햇볕 쬐고 바닥에 앉아 또는 누워 친구들과 수다 떨며 와인 한잔 하면, 무엇이 부러울 쏘냐! 운하 사이로 설치된 아치형 다리들이 오늘따라 로맨틱한 기운을 더 한다
여러 지하철역에 걸쳐서 생마르탱운하가 이어 지지만 특히 스탈린그라드역에서 내리면 도착하는
이곳이 난 참 좋다.
생마르탱 운하사이로 극장 두개가 마주보고 있으며 작은 배가 있어 맞은편 극장으로 바로 건너갈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