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2014년 3월 31일 우리는 파리 근교 ‘노정쉬흐만’(Nogent-sur-marne) 이라 불리는 인구 2만의 작은 도시로 이사를 했다! 파리의 중심역인 생라자르역(Saint-lazzare)에서 파리근교를 연결하는 기차를 타고 25분 걸리기 때문에 사실 그렇게 멀지는 않았다. 이사하는 날 도와주러 온 친구들 덕에 정말 이사가 수월했다. 왜냐하면 이사 가는 건물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어 4층까지 모든 짐을 이고 지고 올라가야 했다. 진짜 히말라야 등반이 따로 없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2층에서 물건을 내리고 다시 걸어서 4층으로 물건을 올리니 그야말로 지옥훈련. 이사를 마치고 여섯 친구들과 우리는 짜장면과 삼겹살을 먹었다. 역시 이사엔 삼겹살!! 꿀맛이었다.
그날 밤 어떻게 잤는지 기억도 안 나게 혼절하고 일어나보니 전에 살던 사람이 화장실 청소를 안 하고 간 것이다 (여긴 이러면 보통 보증금 깎이는데, 전 세입자가 나가고 집을 2주 동안 집을 공사하면서 더러워진 것 같았다), 게다가 싱크대에서는 물이 새고ㅠ, 일주일 이상 기다려야 따듯한 물을 사용하기 위한 가스가 연결이 된다는 것이다. 난방은 당연히 안됐고 4월 초였기 때문에 찬물로만 샤워를 한다는 거는 나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인터넷은 신청했지만 연결까지는 최소 한 달을 기다려야 했다. 문명의 편리함이라곤 전혀 못 느끼는 이 상황이 2014년이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머리는 매우 대충 찬물로 감고 샤워는 물을 데워서 했고, 인터넷은 집 앞 맥도날드에서 하루 한 두 시간 씩 해결했다. 이사를 하고 초반의 생활이 이만 저만 불편한 게 아니었다. 그런데... 엄청난 반전들이 숨어있었다. 놀랍게도 이집엔 아침에 새소리가 들렸고, 동네는 매우 깨끗하고 한적, 조용, 평화로웠다. 전에 살던 18구와는 비교자체가 불가능했고, 집근처 대부분이 예쁜 단독주택이어서 바라만 보아도 힐링이 되는 그런 동네였다. 또한 4층에서 바라본 뷰가 상당히 좋아 파리 근교가 한눈에 다 보이는 듯 앞이 시원하게 뚫려 있었다. 거실가득 햇볕이 잘 들어와 낮에 가만히 창문 앞에 앉아 있으면 봄날 햇볕에 꾸벅 꾸벅 조는 고양이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지하철역에서 나와 조금만 걸으면 너무나 예쁘게 꾸며놓은 시청과 작은 공원이 자리 잡고 있다. 이사할 당시에 시청 앞 공원에 튜율립이 가득하고 회전목마까지 있어 무슨 놀이공원에 놀러 온 듯 한 착각을 들 정도 였다. 집에서 2분 거리에는 주 3회 시장이 서는데 각종 먹거리 사기도 편하고, 집에서 아래방향으로 한 20분만 걸으면 근사한 개인용 보트들이 정박해있는 만(Marne)강에 도착하는데 날씨 좋은 날 브런치 하면 안성맞춤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약 25분정도 걸어가면 파리의 2대 숲 중 하나인 ‘뱅센’ 숲에 도착한다. 뱅센 숲에는 큰 호수가 하나 있는데, 그 호수를 끼고 몇 바퀴 돌면 정말 훌륭한 조깅코스가 되고 호수를 누비는 오리와 백조를 바라보니 세상이 이리도 평화로울수가 없다.뭔가 이 곳에서 좋은일이 마구 마구 생길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