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내가 프랑스에 살면서 2년 동안 올리비에랑 제일하기 힘든 이야기는 결혼이야기였다. 늘 한국에서 결혼식을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만 꺼내면 당장이라도 도망가고픈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처음 프랑스에 온다고 했을 때부터 모든 가족, 친구, 지인들로부터 왜 결혼을 하고 가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은 게 사실이지만, 나 또한 살아보려고 왔으니 그때에 내 입장에서도 결혼을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나고 2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 이제는 한국에서 지낸 40년의 내 인생에 대한 나만의 정리, 한국과의 이별식의 개념으로라도 나에게 결혼식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2014년 4월 말의 어느 날... 나는 그에게 한국에서 결혼식을 하자고 이야기를 꺼냈다. (이상하다 나에게 4월은 뭐가 이상한 기운이 오는지^^ 작년에도 그에게 4월에 결혼이야기를 꺼냈었다. 그 당시에도 말다툼 끝에 웃자고 장난삼아 2014년 4월에는 결혼하겠다는 각서에 서명하라고 하자 실제 서명을 했고 나는 그 종이를 보관하고 있었다^^)
그에게 나는 설명했다. 한국에서의 결혼식이 주는 의미는 이제 “공식적으로” 한국을 떠나 프랑스에서 살 것이다 라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말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나의 설명은 그에 귀에 잘 들리지 않은 것 같았고 그저 본인이 두려워하는 결혼식을 하자고 조르는 내가 두려울 뿐인 거였다.
사실 2009년에 아버지가 아플 때 내가 먼저 그에게 말도 안 되게 약혼과 결혼이야기를 꺼냈던 ‘전적’이 있던 터라 나는 그에게 결혼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나 스스로 굉장히 예민해져 있기도 했다. 매번 결혼이야기를 할 때마다 그의 표정이 너무 티 나게 두려워 보여서 그런지 나로써는 결혼을 구걸하는 기분도 들게 했다. 올리비에에게 프랑스식 결혼은 같이 살아보고 아이도 낳고 이제 진짜 헤어지지 않고 쭉 같이 살 거 같을 때 하는 게 결혼인 거라는 거다. 그렇기에 내가 그에게 결혼을 말하는 지금 시점은 프랑스인들에게는 다소 이른 시점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난 외국인 아닌가???^^ 암튼 내가 올리비에와 결혼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할 때마다 여러 문제에 대한 조언을 해주는 프랑스남자와 결혼한 선배 한국인 여자 친구들이 있었다. 나는 그녀들에게 올리비에가 이러더라 저러더라 말을 시작하면 “언니, 나도 내가 먼저 프로포즈했어요” “나는 짐 싸니까 결혼하겠다더라” 등등 이미 그들도 나와 같은 상황과 감정을 느끼고 헤쳐나간 후 그들과 결혼해서 살고 있는 것이었다. 신기하게 프랑스 남자들의 반응은 묘하게 다 닮아있었다. 무엇보다 다른 프랑스 남자와 올리비에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은 큰 위로가 되었고^^, 그녀들에게 많은 조언과 충고를 들으며 나는 어떻게 올리비에에게 설명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체계적인 강의(?)도 그녀들에게 듣게 되었다. 암튼 그런 기술과 방법을 뒤로 한 채 원점에서 우선 나는 생각해야 했다. 왜 그토록 올리비에는 결혼이 두려운 건가? 그의 입장은 내가 너무 서두른다는 것이었다. 나의 입장은 그랬다. 나이가 마흔 한 살에 같이 2년이나 살아봤고 이만하면 둘이 앞으로 계속 살만할 것 같고, 아이를 갖기 위해 병원도 다닐 참인데 더 미룰 이유가 나는 없었다. 게다가 하나밖에 없는 외동딸을 외국으로 떠나보낸 엄마의 입장을 생각하면 늘 마음 한켠 죄송스러움이 사라지질 않았다. 그리하여 나는 여타 다른 한불 커플과 크게 다르지 않게 설득과 싸움과 눈물과 절규와 모든 것이 뒤섞인 채 “짐 싸기 직전” 까지 갔고 드디어 올리비에가 자신의 엄마에게 올 여름 한국에서의 결혼식에 관한 이야길 나누겠다는 답을 듣고 칸 행 기차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