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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연 Jan 01. 2016

50. 그의 프로포즈
"소연, 파리에 오지 않을래"

2007년부터 5년 동안 만나고, 알아가고, 헤어졌다가 또 다시 만난 우리. 어느새 오랜 친구 같은 느낌을 간직한 우리였다. 2011년 그가 한국을 다녀간 뒤 우리는 꽤나 정기적으로 채팅을 했고 몇 달 뒤 겨울의 끝자락. 갑자기 채팅을 하던 그가 나에게 질문을 하는 것이다.


“소연……………… 파리에 오지 않을래? 난 너와 2012년의 1월, 2월, 3월, 4월...그리고 내년의 1월... 내후년의 1월, 2월, 3월...에도 너와 함께 지내고 싶어" 그의 말을 듣고 나는 멍하니 컴퓨터 화면을 쳐다보았다. 이건 일종의 프로포즈!!아니던가??? 그렇지만 나는 현실적으로 대답했다.    


“벌어놓은 돈도 없고, 음 나는 지금 파리에 못 가!”

“아니야 소연! 우선 돈 걱정은 하지 마. 파리에 온다면 내 월급의 반은 네 꺼야! 

“네가 와서 생활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을 꺼야!’

“???”    


나는 많이 당황했지만 웃으며 당신 월급의 90%주면 생각 해 볼게”라고 농담을 한 뒤 그 상황을 넘겼다. 대화를 마치고 나자 나는 도저히, 혼자 감당이 안 되는 이 시츄에이션을 해결하기 위해 당장 가로수길 사는 친구네로 택시를 잡아타고 날라갔다. 영국에서 8년 유학하고 돌아온 한 친구는 외국남자와 연애경험이 꽤 있는 친구였다. “어머 대박! 외국 남자들은 진짜 개인주의인데 자기 돈 반을 준대? 소연아 너를 정말 좋아하긴 하나 부다. 끈질긴 자식” 또 다른 친구들은“야 그걸 어떻게 믿어 각서 쓰라 그래! 그거 공증 받고 떠나라이!.“야! 파리에서 생활비 걱정없이 살아 볼 수 있는데 까짓 거 한번 떠나!!” 이거 참… 대부분 친구들의 반응을 종합해 본 결과 결론은 떠나보라는 쪽이 우세했다.


하지만 나는 나에게 매일 매일 물었다. 나는 아직 그를 사랑하는가? 그리고 나는 한국을 떠나 살 수 있을까? 수많은 전제 속에 이 생각 저 생각 다 해보았다. 설악산 등반 이후 우리의 관계가 조금 달라진 건 사실이었다. 그에게서 내가 완전히 마음을 비우고, 그에게서 바라는 게 적어지면서 비로소 우리의 관계가 편안해 졌다.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나는 답을 못 내린 시점이었다. 그 또한 세 번째 한국 방문에서 드디어 한국도 매력 있는 곳이 꽤 있구나를 자기 스스로 인정하게 되었다. 우리가 많은 해를 함께 했지만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낸 건 아니어서, 섣불리 내가 그의 제안을 여행처럼 생각하고 받아들일 일도 아니었다. 서로에 대해 단편적으로 알고 있는 게 많았고, 보통의 연인들이 서로를 안다고 생각할 때가 언제인지 몰라도 나는 그거에 우리가 한참 모자란다고 생각했다. 내가 그에게 우리의 관계를 그만두자고 했던 순간에도 서로를 더 알아가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알아가다 보면 원거리 연애로는 내가 꼬부랑 할머니가 다 되어버릴 거 같아 그만두려고 했던 것도 컸다.      


2007년 6월 6일의 첫 만남 이후 5년이 흐른 2012년 새해를 맞이하며 나는 이전에 겁 없이 사랑만 생각하고 첫눈에 반한 남자와 살아보겠다며 프랑스로 떠나볼까 했던 2008년과는 완전 차원 다른 고민 들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의 내 감정이 무엇인지, 사랑의 감정에 대한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며 일종의 프로포즈를 받은 그 이후 불면의 밤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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