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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소연 Oct 05. 2023

물과 물 사이에는

언제든 흘러내릴 준비가 된 채로

물기를 머금고 살아가고 있지만


아무래도 마른다는 것은 싫어서


마르고 말라가는 것은

갈라지고 척박해진 채로

부서지고 끝나버릴 것 같아서


슬픔이어도 비를 맞아도

가끔이어도 폭우처럼 쏟아져 내려도


아무래도 물기가 있는 게 나은 것 같아서


나는 물이어도 좋다고 생각하고

사라진다면 물처럼 사라지고 싶다고 생각하고


그러다 문득 내가 머금고 있다 흘린 눈물은

호수만큼 되었으려나

어디쯤 흘러가고 있으려나


나는 슬픔으로 가득 차고

한 방울씩 물로 채워지고


나는 슬픔이 되고 슬픔은 물이 되고

물은 내가 되고 나는 다시 슬픔이 되고


어디선가 흐르고 있는 물과 물 사이에는 내가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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