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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소연 Apr 15. 2021

사랑한다, 아가야

막둥이 단유 3일째

아가야
지금 너가 이렇게
내 옆에서 웃고 있어주어서
고맙구나

너를 가졌을 때부터
조금만 움직여도 하혈할 때
너의 심장이 느리게 뛰었을 때
얼마나 무너져내렸는지

새벽에 갑자기 쏟아지는 하혈에
혼자 운전하며 병원으로 가던 길
너에게 했던 이야기 기억나니

울면서 제발 조금만 참아달라고
흘러내려오지 말아달라고
너도 힘들겠지만
우리 조금만 버티고 꼭 만나자고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했었지

숨 쉬는 것조차 너가 힘겨울까봐
울면서도 숨 한번 제대로 쉬지못하며
한 손은 배를 꼬옥 감싸고
한 손으로 운전하며 갔었지

그 10개월을 버티고 버텨
만난 우리 아가

지금도 그 날 새벽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려오고
눈물이 끊임 없이 흘러나온단다

약속 지켜주어서 너무 고맙구나
함께 버티고 이렇게 만나
내 옆에 있어주어서
너라는 선물을 받게 되어서
엄마에게 와주어서 고맙구나

사랑한다
사랑한다, 아가야


    

       




셋째 막둥이 단유 3일째 되는 날

모유 수유 13개월을 채우고 엊그제부터
단유를 시작했다

막상 단유를 하고 보니 의외로 금방 단념하고
잠드는 방법을 몰라서 떼를 쓸 뿐 많이
보채지는 않았다

막둥이는 잘 견뎌내고 있는 것 같은데
엄마 마음이 괜히 더 아쉽고 공허한 느낌이
드는 것 같다

임신 확인을 받으러 갔을 때부터 10개월 내내
하혈과 입원을 반복하고 요로 결석까지 생기며
힘들게 보내서인지 막둥이한테는 더 마음이 쓰인다

단유를 시작하고 나니,
수유하는 사진을 많이 찍어두지 못한 아쉬움
수유할 때만 느낄 수 있던 교감의 부재
잠들기 힘들어 우는 모습에 같이 흐르는 눈물
나이가 들어도 힘든 작은 이별과 공허한 마음
많은 생각과 정리되지 않은 감정들에
며칠째 긴-밤을 보내고 있다

허전함과 잠들기 힘들어하는
막둥이와 나에게 하는 말

"잘해왔어. 잘하고 있어. 잘 해낼 거야.
괜찮아. 우리 잘 겪어내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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