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바간
"당신 몸이 뜨거워지지 않도록
저 아이들이 해님의 그늘을 만들어 주는 거라고요."
나도 모르게 두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부끄러운 듯 살며시 웃으며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닦아내고 있었다.
내 몸 위로 아이들이 만들어 낸 그림자가 뚜렷이 투영되고 있었다.
이 아이들은 낯선 이방인을 위해 한 시간 넘도록 태양의 운행을 따라 움직이면서
내 몸에 응달을 만들어 준 것이다.
- 후지와라 신야 <동양기행>
내가 여행지를 고르는 예감은 문학에서 오는 듯하다.
이 이야기가 나를 따라다녔다.
그래서 미얀마!
작은 그림자로 그늘을 만드는 아이가 있는. 기쁘다.
다음날 전기 오토바이를 빌렸다.
지도를 보며 올드 바간을 돌아다녔다.
주로 존이 앞장서 달렸고. 길치인 나는 뒤를 따랐다.
계획은 없었다. 파고다가 보이면 들렀다.
아주 작은 파고다가 좋았다.
한쪽이 무너진 파고다도 있었다.
동굴 벽화가 예쁜 파고다 앞 초록 들판에는 염소들이 무릎을 꿇고서 풀을 뜯고 있었다.
그 뒤로 보이는 우뚝한 파고다들.
또 한적한 흙길을 달리는 기분이란. 느리고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해 질 무렵 쉐산도 파고다에 올랐다.
이곳에서 보는 저녁놀이 최고라니.
주차장에 대형 관광버스가 서고 많은 여행객들이 파고다로 모이고 있었다.
난 미리 좋은 자리에 앉았다.
기다리며 스케치를 해본다.
사람들이 주위로 와 그림을 구경했다.
난 주변을 의식하지 않은 척했지만. 그림을 멈추지도 못하고 얼굴이 새빨개졌다.
옆에 앉은 존이 조그맣게 속삭였다.
"사람들이 모두 네 그림을 보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