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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묘 Jan 27. 2018

하롱 베이 배 위에서 그림 놀이

베트남 사파 + 하롱 베이

이 일이 있은 후 불과 루시와 에드워드가 가는 곳마다 

방랑자들이 에드워드를 데려가서 

에드워드의 귀에 자기 애들의 이름을 속삭이곤 했어요.

베티, 테드, 낸시, 월리엄, 지미, 에일린, 스키퍼, 페이스.

에드워드는 뒤에 남겨 놓은 이의 이름을 몇 번이고 되뇌는 일이 어떤 건지 알고 있었어요.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게 어떤 건지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귀 기울여 들었어요.

귀를 기울일 때 에드워드의 가슴은 넓게, 더 넓게 열렸답니다. 

- 케이트 디카일로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깟깟 마을 

사파 깟깟 마을

검은 몽족 아이들이 관광객들에게 기념품을 팔고 있었다. 한 아이가 나에게 물건을 팔러 왔다. 한 움큼 팔찌를 보여 주려다가 내 무릎 위에 있던 색연필에 눈을 떼지 못했다. 장사하는 걸 잊고, 작은 손가락으로 알록달록한 색연필을 가리켰다. 난 아이를 옆에 앉히고 어떻게 색연필을 쓰는지 보여주었다. 아이는 자기를 다 그릴 동안 참을성 있게 앉아 있었다. 난 노트에서 스케치를 뜯어 아이에게 주었다.

스케치를 받은 아이가 옆에 서 구경하던 꼬마 아이를 그려달라고 한다. 꼬마는 검은색 몽족 전통 옷을 입고 있었다. 가만 보니 조금 닮았다. 자기 동생이라고 한다. 어느새 몽족 아이들이 가득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관광객들도 무슨 일인지 보러 왔다. 동네 사람들도 구경을 했다.

꼬마가 자기 친구도 그려달라고 데려왔다. 오케이~. 아이들은 팔아야 할 물건도 잊은 채 옆에 서서 그림을 구경했다. 나는 그림 그리는 내내 아이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일어서려는데 처음 모델이 되어 주었던 아이가 팔찌를 꺼냈다. 
나는 안 사겠다고 손을 흔들었다. 
아이는 선물이란다. 
"프레즌트, 프레즌트."
고사리 손으로 팔찌를 묶어주었다. 
가슴이 쿵! 먹먹해졌다.
깟깟 마을 아이들
아이들이 준 선물


박하 시장

박하 시장
오곡 음료

국수를 먹고 오곡 음료를 마시러 갔다. 음료를 어떻게 주문하는지 몰라 옆 두 청년이 주문하는 걸 유심히 지켜보았다. 주문을 마친 청년에게 가격을 물었다. 청년은 영어를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청년에게 음료를 가리키고 돈을 꺼내 보여 주었다. 청년이 만 동짜리 한 장을 가리켰다. 자신의 만 동도 꺼내 흔들어 보였고. 놀랐다. 500원짜리 음료라니! 주문을 받으러 온 아주머니에게 청년이 마시는 음료를 가리키고 자연스럽게 만 동만 지불했다. 외국인에게는 이만 동이었지만.

음료를 마시며 청년들과 손짓 발짓만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청년들은 21살이었다. 아랫마을에 살고 있었다. 또...... 말이 안 통하면 더 친밀한 감정이 생기곤 한다. 직감을 믿게 되고. 음료는 시원하고 든든했다. 맛있었다


하롱 베이 배 위에서

하룽 베이 배 위에서 그림 놀이

나는 아이들을 그렸다. 아이들도 그림을 그리겠다고 자리를 폈다. 언니 프륀과 동생 로잘리가 열심히 나를 그려주었다. 자매는 엄마 아빠, 그리고 프랑스에서 온 할아버지, 할머니와 여행 중이었다. 아빠가 몇 년째 쿠알라룸푸르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푸륀은 중국어를 배우는 중이었다. 밥 먹는 동안에는 젓가락을 연습했다. 언니가 하는 건 뭐든지 따라 하는 동생 로잘리도 젓가락을 쓰고 싶어 했지만 손이 너무 작았다. 다른 가족들이 젓가락 사용법을 나에게 물었다. 내가 알려주었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는 일찌감치 포기했다. 아빠와 엄마는 노력했지만 힘들어 보였고. 푸륀이 제일 잘했다. 

'젓가락질은 힘든 일이었구나!'

(왼) 프륀이 그린 나     (오른 )내가 그린 프륀
(왼)동생 로잘리가 그린 나     (오른 )내가 그린 로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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