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내 마음 살피기
아이들이 어릴 때 포털 카페에서
내가 자주 검색했던 키워드는
`워킹맘`이었다.
나 같은 누군가에게 혹은 나보다 먼저 이 길을 걸었던 선배 맘에게
무언가 조언을 위로를 받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만족스러운 결과는 찾지 못했다.
나 같은 사람이 없어서라기보다 어쩌면 그들은 카페를 검색할 여유도 없었는지도 모른다.
한 엄마는 말했다.
은행에 다녔는데 아이 기저귀 주문할 시간도 없어서 결국 그만두었다고
자신은 정말 타임 푸어였다고 고백하는 그 엄마의 엄숙한 얼굴을 나는 기억한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핸드폰 앱으로 물건을 주문하던 시절은 아니었으니까.
똑똑한 그녀가 일을 그만두며 경단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아쉬움을 말하려는 건 아니다.
그녀가 바쁜 은행 생활을 계속했다고 꼭 지금보다 더 행복하라는 보장도 없을 것이다.
자의든 타의든 대한민국에서 워킹맘이란 극한 직업을
갖고 있는 혹은 가지려 하는 사람들을 위한
지극히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고 싶다.
아주 드물게는 성공담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 실패담에 가까운 이야기.
하지만 인생에서 어느 누구도 감히
이것은 성공이라고
그것은 실패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
인생지사 새옹지마 이야기를 말이다.
워킹맘의 적극적인 후원자들 이를테면 착한 혹은 바른 정신을 가진 남편이나 친정엄마 혹은 시어머니 같은 든든한 후원군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한민국에서 워킹맘을 산다는 건 서커스단 외줄 타기 묘기와 비슷하다.
든든한 후원군이 있더라도 바쁜 회사 생활과 아이를 키우는 집을(이제 막 태어난 아이부터 초등학생까지) 매일 오간다는 건 절대 만만한 일이 아니다. 어느 곳 하나 쉴 곳이 없고, 퇴근과 동시에 출근을 하며 일과 육아, 가정과 회사 사이에서 위태롭게 외줄 타기를 하는 사람. 나는 그녀들에게 마음으로부터 무한한 응원과 위로를 보내고 싶고 동시에 현실적으로 도움이 됐으면 하는 조언들을 전하고 싶다. 어쩌면 나의 또 다른 모습인 그녀들에게 말이다. 그녀들은 불과 몇 년 전의 나였고, 어제의 나였기에 이 글은 어쩌면 타임머신을 타고 전해지는 내가 나에게 보내는 위로의 편지가 될지 모르겠다.
워킹맘이란 이름에서 어쩌면 당신은 워킹(workig)에 방점이 찍혔을 수도 있고 맘(mom)에 방점이 찍혔을 수도 있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고 고군분투할 수도 있다. 나는 어떤 게 옳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어쩌면 정답도 없을뿐더러 인생의 사이클에 따라 방점의 위치가 달라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워킹과 맘 사이를 오가는 멀티플레이어로 살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무엇보다 자기 마음 관리를 최우선이다. 간과하기 쉬운 내 마음 관리 말이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 이란 말이 있듯 몸이 먼저냐 마음이 먼저냐 할 때 나는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이건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쟁 같다. 두 가지 다 최상을 유지하기 위해 깨어있어야 할 것이다.
어른이란 자기 자신을 달랠 줄 아는 사람
어른이 된다는 건 어쩌면 자기 자신을 달랠 줄 안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나이가 든다고 모두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십 대가 훌쩍 넘어 워킹맘으로 일하는 나로서는 일과 가정 사이에서
스스로를 달래며 살아야 할 일이 많았다.
아니 어쩌면 나 자신을 제대로 달래지 못하고 외면하며
달려온 시간들이 많았던 것 같다.
잘 달래지지 못한 나는 몸이든 마음이든 탈이 나기 마련이었다.
언제나 정직한 건 마음보다 몸이었다.
몸 어딘가가 탈이 나야 돌아보고 돌보게 되니 말이다.
어느순간 직장인 건강검진결과의 코멘트가 점점 길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의사의 처방대로 많이 걷고 근육량을 늘리기에 힘을 썼다.
의무감에 하는 걷기가 어느새 나의 힐링 코스가 된 것 같다.
머리가 복잡할 때면 아주 단순한 일들로 내 몸을 바쁘게 해주는 것이
특효약인 것 같다. 무언가 무아지경으로 몰입할 수 있는 일 말이다.
찬바람을 맞으면 귀에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꽂고 씩씩하게 걷기
그리고 역시 나만의 노동요(?)를 틀어 놓고
청소를 한꺼번에 집중적으로 해결하기
그러고 나서 더운물에 탕 목욕하기 이런 코스를 하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모든 것을 매우 단순하게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어느새 비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