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국수요없는 공급

아무도 묻지 않은, 콩국수박사가 된 계기

by 콩국수박사

3년 전 이곳 덕분(때문)에

나는 콩국수 박사가 됐다




산수옥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조대


심심한 내 삶에 짭쪼르함을

답답한 내 삶에 뽀글뽀글 기포를

꿀꿀한 내 삶엔 진짜 꿀꿀 돼지를...



메밀 전문점이고, 여름에만 콩국수를 하신다


메밀집이니 매일 가는 거 아니겠냐만

일행에게 민폐라 2~3일에 한번 꼴로 들르고,

오늘이 그날이었다


(이쯤에서 내 박사학위 사연도 털어놓을까 싶은데, 그래도 자존심이 있지, 먼저 에피소드를 궁금해하는 1인을 기다려보겠다)



-콩맛 : 매우 우수 (고소한 본연의 맛)

-점도 : 적당히 되직 (콩가루를 요령껏 잘 풀면 더 되직해진다)

-간 : 적당 (매우 심심한 입맛인데 잘 맞는다)

-토핑 : 콩가루 (달다. 콩가루를 국물에 완전히 풀지 않고 덩어리 진 걸 먹으면 단맛이 더 잘 느껴진다)

-면 : 메밀면 st. 기계식 칼국수면(색은 검은데 꽤 차지고 메밀 향도 거의 안 나는 걸 봐서 성분은 거의 밀가루인 듯하다)


- 양 : 면도 국물도 살벌하게 많다. 웬만한 대식가 아니고선 완뚝하기 어렵다



(큰 냉면 대야 가득 국물을 주시고 면도 위 사진의 2배는 주신다 (나는 도저히 다 못 먹어서 매번 면 조금, 국물 조금만 달라고 하는데도 늘 인심 좋게 많이 주신다))


-반찬 : 깍두기(적당히 짜고 달고 기본적인 맛. 무 겉쪽의 초록색 깍두기가 은근 많다) , 단무지(시판맛)

-가격 : 9천

-특징 1 : 사장님이 매일 간을 보시며 콩물을 만드신다고 한다. 그래서 매우 미묘하지만 조금씩 콩물 맛이 다르다 (매일 출석도장 찍는 나니까 구분하는 차이)


-특징 2 : 위와 비슷하게 면도 가끔씩 컨디션이 다르다


-특징 3 : 나는 아무 간도 더하지 않는데 주변에선 설탕 간을 많이 한다


-특징 4 : 가끔 얼음이 있을 때도 있는데, 없어도 많이 차다


-특징 5 : 먹을 때도 배부르지만, 먹고 난 후엔 더 배부르다


-기타 1 : 살짝 몰래 부탁하면 '면 조금 콩물 많이 (혹은 그 반대)'를 해주신다


-기타 2 : (최대 20분쯤일 거 같긴 한데) 평일 12시쯤엔 웨이팅이 있다. 대신 주문 이후엔 거의 기다리지 않는다


-기타 3 : 앞서 언급했듯, 완뚝하면 배가 터진다. 그런데 너무 맛있어서 수저를 내려놓기 쉽지 않다. 나 같은 중독자들은 웬만하면 반찬이나 만두는 먹지 않길 권한다. 중간에 짠맛이 더해지는 순간 무한대로 먹게 되니까


-기타 4 : 참고로 만두는 휴게소 그 맛


- 기타 5 : 기본 메밀, 짜장 메밀, 비빔 메밀, 만두, 유부초밥 등의 메뉴도 있다


- 기타 6 : 첫 술을 뜰 때 기포가 잘 난다


-기타 7 : 위생 준수. (오브코스 회사돈회사산)


일행 왈, 대기업이었으면 나는 이곳 홍보대사였을 거란다

그만큼 좋아한다

내가 다녀본 콩국수 집 중 최상급이다

매일 가도 안 질리고 지금도 가고 싶다


중독되는 걸 경계하기도 하고

무언가 열렬히 좋아하는 것 없는 내 인생에

녹진히 들어와 줘 고맙다


사랑이란 뭘까?

내 한 몸 뚱뙈지가 돼도 좋은 희생정신일까?

영원히 함께해도 좋은 항구성?

아니면 미치고 돌아 버리는 거?


미하엘 하네케 영화 <Amour>에선

사랑을 '존중'으로 그려내는데,

그렇다면 내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

나는 콩국수를 경외해야 하는 걸까...


-콩국수로 사랑과 인생을 배운다-


* 총평 : 말뭐. 맛, 양, 가격, 서비스 다 따져봐도 정석, 근본, 모범이란 수식어가 어울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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