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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너무 내 얘기만 한 건 아닐까?

-자기 고백을 '이야기'로 바꾸는 법

by 담은

글을 다 쓰고 난 뒤,

가끔 이런 생각이 밀려온다.


"이거... 너무 내 얘기만 한 거 아닐까?"

"너무 개인사가 담긴 우울한 글이 아닐까?"


특히 더 많이 쓸수록 조심스러워진다.

내가 느낀 감정이

누군가에게는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로

치부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이런 글을 누가 읽어주겠어?"

"공감이 안되면 어쩌지?"

"그냥 내 하소연처럼 느껴지진 않을까?"

"이런 걸 읽고 누가 위로받을 수가 있을까..."


그럴 땐, 내가 쓴 글을 다시 열어 몇 번이고 읽고 또 읽는다.

마치 글 속에서

내가 쏟아낸 마음을 다시 확인이라도 하듯이.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걱정을 안고 쓴 글들이

때로는 많은 사람의 마음을 열게 했다.



우울한 나만의 이야기라고 생각한 글이

누군가에겐 자기 마음을 꺼내는 열쇠가 될 줄은 몰랐다.

한 번은 그런 일이 있었다.

누가 알까 두려워 꽁꽁 숨겨 놓았던 어린 시절,

부모님과의 갈등,

차마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었던 감정들.

비어있는 마음을 붙잡고

한 문장씩 조심스럽게 꺼낸 이야기였다.


쓰면서도 바랐다.

제발 아무도 이 글을 읽지 않기를,

특히 지인들이 보지 않기를...

그만큼 보이기 두려운 이야기였다.


그런데 그 글 아래엔 이런 댓글이 달렸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요.

이 글이 제 마음을 대신 말해주는 것 같아요."


그때 알았다.


'내 얘기'라고 여긴 이야기 속에도

누군가의 마음과 닿는 결이 숨어있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되었다.

너무 내 얘기라고 생각한 글이,

누군가에겐 자기 마음을 꺼내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자기 고백과 이야기는 다르다.

감정을 쏟아내는 것만으로는 독자에게 다가가지 못한다.

그 감정이 어디에서 시작되었고,

무엇을 지나왔으며,

어떤 의미로 나에게 남았는지

차분히 따라가야 비로소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된다.



글을 쓰기 전에 나는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이 이야기를 지금 쓰는 이유는 뭘까?

이 장면에서 내가 느낀 감정은 무엇일까?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 나는 어떤 말을 건네고 싶을까?


이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내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누군가의 이야기'가 된다.

진심으로 쓰되, 혼자만의 진심에 갇히지 않기.

그게 글쓰기에서 가장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점 같다.


"나는 너무 힘들었다."

"이런 일까지 당했다"

하고 감정을 쏟아내기만 하면

읽는 사람은 작가의 감정에 공감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렇게 쓸 수 있다면 조금은 다르다.

"그때 나는 너무 힘들었지만,

그래서 오늘 하루를 더 다정하게 살고 싶었다"

이렇게 마무리하는 문장 하나가

독자의 마음을 글의 끝까지 데려간다.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너무 우울한 내 얘기를 늘어놓기만 한 건 아닐까'하는 불안은

사실 내 글이 진짜 솔직해졌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그 불안을 조심스럽게 품고

다시 문장을 고쳐본다.

내 안의 이야기를 꺼내면서도,

누군가의 마음을 무심코 지나치지 않는 글을 쓰기 위해




오늘의 실습 과제


지금까지 쓴 글 중, 가장 사적인 이야기가 담긴 글을 골라보세요.
그 글을 다시 읽고, 아래 질문에 답해보세요.

이 글을 왜 쓰고 싶었을까?

이 이야기로 전달하고 싶은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독자가 이 글을 읽고 어떤 마음을 갖길 바라는 걸까?

혹시 너무 내 위주의 시선에 머무른 문장은 없나?


→ 이 질문에 답하며 글을 5줄만 다시 써본다.
그 문장들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될 수 있어요.




오늘의 질문 리스트


내가 가장 망설였던 글은 어떤 글이었나요?

그 글을 쓰고 난 뒤, 어떤 반응이 기억에 남았나요?

지금 내 안에 꺼내고 싶은 이야기 하나를 떠올려보세요.

그 이야기를 누구에게 건네고 싶나요?

지금 쓰고 싶은 글은, 누구의 마음에 닿길 바라나요?




그저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라고 여겼던 글이

오히려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내 마음을 잘 들여다보고

그 안의 진심을 조금 선명하게 꺼내어 보는 일.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글을 쓰는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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