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고백을 '이야기'로 바꾸는 법
글을 다 쓰고 난 뒤,
가끔 이런 생각이 밀려온다.
"이거... 너무 내 얘기만 한 거 아닐까?"
"너무 개인사가 담긴 우울한 글이 아닐까?"
특히 더 많이 쓸수록 조심스러워진다.
내가 느낀 감정이
누군가에게는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로
치부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이런 글을 누가 읽어주겠어?"
"공감이 안되면 어쩌지?"
"그냥 내 하소연처럼 느껴지진 않을까?"
"이런 걸 읽고 누가 위로받을 수가 있을까..."
그럴 땐, 내가 쓴 글을 다시 열어 몇 번이고 읽고 또 읽는다.
마치 글 속에서
내가 쏟아낸 마음을 다시 확인이라도 하듯이.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걱정을 안고 쓴 글들이
때로는 많은 사람의 마음을 열게 했다.
우울한 나만의 이야기라고 생각한 글이
누군가에겐 자기 마음을 꺼내는 열쇠가 될 줄은 몰랐다.
한 번은 그런 일이 있었다.
누가 알까 두려워 꽁꽁 숨겨 놓았던 어린 시절,
부모님과의 갈등,
차마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었던 감정들.
비어있는 마음을 붙잡고
한 문장씩 조심스럽게 꺼낸 이야기였다.
쓰면서도 바랐다.
제발 아무도 이 글을 읽지 않기를,
특히 지인들이 보지 않기를...
그만큼 보이기 두려운 이야기였다.
그런데 그 글 아래엔 이런 댓글이 달렸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요.
이 글이 제 마음을 대신 말해주는 것 같아요."
그때 알았다.
'내 얘기'라고 여긴 이야기 속에도
누군가의 마음과 닿는 결이 숨어있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되었다.
너무 내 얘기라고 생각한 글이,
누군가에겐 자기 마음을 꺼내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자기 고백과 이야기는 다르다.
감정을 쏟아내는 것만으로는 독자에게 다가가지 못한다.
그 감정이 어디에서 시작되었고,
무엇을 지나왔으며,
어떤 의미로 나에게 남았는지
차분히 따라가야 비로소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된다.
글을 쓰기 전에 나는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이 이야기를 지금 쓰는 이유는 뭘까?
이 장면에서 내가 느낀 감정은 무엇일까?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 나는 어떤 말을 건네고 싶을까?
이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내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누군가의 이야기'가 된다.
진심으로 쓰되, 혼자만의 진심에 갇히지 않기.
그게 글쓰기에서 가장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점 같다.
"나는 너무 힘들었다."
"이런 일까지 당했다"
하고 감정을 쏟아내기만 하면
읽는 사람은 작가의 감정에 공감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렇게 쓸 수 있다면 조금은 다르다.
"그때 나는 너무 힘들었지만,
그래서 오늘 하루를 더 다정하게 살고 싶었다"
이렇게 마무리하는 문장 하나가
독자의 마음을 글의 끝까지 데려간다.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너무 우울한 내 얘기를 늘어놓기만 한 건 아닐까'하는 불안은
사실 내 글이 진짜 솔직해졌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그 불안을 조심스럽게 품고
다시 문장을 고쳐본다.
내 안의 이야기를 꺼내면서도,
누군가의 마음을 무심코 지나치지 않는 글을 쓰기 위해
지금까지 쓴 글 중, 가장 사적인 이야기가 담긴 글을 골라보세요.
그 글을 다시 읽고, 아래 질문에 답해보세요.
이 글을 왜 쓰고 싶었을까?
이 이야기로 전달하고 싶은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독자가 이 글을 읽고 어떤 마음을 갖길 바라는 걸까?
혹시 너무 내 위주의 시선에 머무른 문장은 없나?
→ 이 질문에 답하며 글을 5줄만 다시 써본다.
그 문장들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될 수 있어요.
내가 가장 망설였던 글은 어떤 글이었나요?
그 글을 쓰고 난 뒤, 어떤 반응이 기억에 남았나요?
지금 내 안에 꺼내고 싶은 이야기 하나를 떠올려보세요.
그 이야기를 누구에게 건네고 싶나요?
지금 쓰고 싶은 글은, 누구의 마음에 닿길 바라나요?
그저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라고 여겼던 글이
오히려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내 마음을 잘 들여다보고
그 안의 진심을 조금 선명하게 꺼내어 보는 일.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글을 쓰는 사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