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멎을 만큼 충만했던 순간

by 소요

대학에 입학하고 차가운 서울살이를 시작한 지 몇 년 되지 않아,

나에게는 안타까운 습관 하나가 생겼다.

사람들의 눈을 잘 쳐다보지 않게 된 것이다.


강원도 시골에서 자란 나는 어릴 적 버스를 타면 자연스럽게 어르신들께 자리를 양보했고,

길을 걷다 마주치는 사람들과 하나하나 눈을 마주쳤던 것 같다.

그게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서울에서 처음 지하철을 탔을 때,

서로를 철저히 외면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며 적잖이 놀랐고

어느새 나 역시 그들 중 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사람들의 눈을 피했고, 관심을 두지 않았다.

오롯이 나와 내 손 안의 휴대폰에게만 집중하며 살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직장 동기의 강요에 가까운 권유로 살사를 배우게 되었다.

남녀가 손을 맞잡고, 몸을 스치듯 추는 그 춤이

나와는 어울리지 않을 거라 단정했었다.


하지만 막상 발을 들여놓고 보니 전혀 달랐다.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는 건 여전히 힘들지만

막상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면 걷고 싶고,

걷다 보면 뛰고 싶어지는 것처럼

살사를 추다 보니 삶도 서서히, 춤처럼 즐거워지고 있었다.


특히 살사에서는 파트너십이 중요하다.

상대의 눈을 마주 보고, 미세한 리드를 읽어야 한다.

그동안 의식적으로 회피해 왔던 사람들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한 순간,

이유 없이 눈물이 날 만큼 가슴이 벅차올랐다.


우습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처음 한두 달 동안은 실수할까 두려워

술을 한 방울도 마시지 않고 춤을 췄다.


매일매일 미뤄두었던 사람들과의 진짜 소통을

몇 달 사이 한꺼번에 해버린 탓일까.

눌러두었던 감정들이 불쑥불쑥 올라와

순간순간 눈물이 나기도 했다.


그래도,

그 모든 시간이 나에게는 분명히 행복했던 몇 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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